[이학무의 테크리딩] 테슬라의 소프트웨어 2.0과 4D라벨링

  • 이학무 미래에셋증권 통신서비스 애널리스트
    입력 2021.07.25 06:00

    기술이 세상을 빠르게 바꾸고 있다. 기술을 직접 개발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각자의 영역에서 필요한 만큼의 기술에 대한 이해가 필요한 세상이 되었다. 학생은 미래의 직업을 선택하기 위해서 그리고 이미 직업을 가진 사람은 각자 직업의 미래를 예상하기 위해서 세상을 바꾸는 기술에 대해서 이해해야만 한다. IT조선은 [이학무의 테크리딩]을 통해서 기술을 이해하기 위한 기초 다지기와 이를 기반으로 필수적인 기술 이해 방법을 제공한다. <편집자주>

    테슬라가 FSD(Full Self Driving, 테슬라의 완전 자율주행 소프트웨어) V9 베타버전을 발표했다. 9번째 버전의 가장 큰 특징은 도심형 자율주행 본 적용이다.

    기존 버전은 고속도로 또는 자동자 전용도로와 같이 변수가 적은 상황에서의 자율주행을 보장했다. 이번 V9은 비보호 좌회전 및 회전교차로 통과 등 도심내 복잡한 상황 속에서의 자율주행 기능을 강화한 버전이다. 특히 레이더 정보를 사용하지 않고 오로지 카메라 정보로만 운행한다는 것이 기존 버전과의 큰 차이점이다.

    물론, 카메라 정보가 인간의 눈과 가장 유사하다는 면에서 카메라만을 이용하는 것이 더 정확할 수 있다. 레이더는 그리 정교한 센서가 아니기 때문에 오히려 도심형 자율주행과 같이 정교한 운행에 있어 방해가 될 수 있다. 카메라 역시 2차원 센서이기 때문에 3차원에서의 거리 정보 확보가 어렵다. 자율주행차에 필요한 정보가 충분히 제공되지 못하는 한계가 있다.

    테슬라는 이번 V9에서 이 한계를 인공지능으로 극복하겠다는 자신감을 보여주었다. 사실 인간의 눈도 2차원 센서와 같지만, 두 눈으로 들어오는 정보 사이에 존재하는 약간의 차이점들을 기반으로 두뇌가 거리를 계산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마찬가지로 인공지능이 충분히 발달한다면, 여러 카메라에 들어오는 정보 사이에 존재하는 약간의 차이점들을 기반으로 거리를 빠르게 계산할 수 있다. 그러면 카메라만으로 인간만큼 운전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 수 있다. 테슬라는 이번에 그 첫 결과물을 대중에게 공개한 것이다.

    이와 같은 인공지능의 구현을 위해 테슬라가 핵심적으로 적용한 것은 소프트웨어 2.0과 4D 라벨링이다. 소프트웨어 2.0은 특정 기술이 아니고 기술적 트렌드를 일컫는 말이다. 기존과 다른 방식으로 프로그램을 만든다는 의미이다.

    예를 들어, 기존의 프로그래밍 방식인 소프트웨어 1.0으로는 회전 교차로를 통과하는 프로그램을 만들어 자율주행차에 탑재하려고 할 때 인간이 회전 교차로를 통과하는 방식부터 먼저 연구해야 한다.
    내 차의 속도, 교차로로 들어 오는 차량들의 속도, 내 차와의 거리 및 교차로에 도착한 순서 등 수없이 많은 변수를 설정해야 한다. 해당 변수를 각각의 조건에 어떻게 적용해야할지 모두 정해줘야 한다. 먼저 도착한 차량이 있으면 그 차가 먼저 회전교차로에 진입하고, 그 이후에 도착한 차량이 있으면 또 그 차가 진입할 때까지 기다리고, 그 이후에 교차로를 통과하라고 명령하는 식이다.

    하지만 모든 경우의 수를 찾아 그에 맞는 대응 방법을 프로그래밍 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특히 어떤 특정한 경우의 수를 놓쳤을 때 운행 중 그 경우의 수를 만나게 되면, 자율주행 시스템은 오작동해 사고의 위험에 노출될 것이다.

    이런 경우 활용할 수 있는 것이 소프트웨어 2.0이다. 컴퓨터가 데이터를 기반으로 스스로의 알고리즘을 만들어 낼 수 있도록 세팅만 해준다. 이후 차량들이 회전교차로를 통과하는 수없이 많은 영상을 데이터로 넣어주면 컴퓨터가 스스로 알고리즘을 만들어서 프로그램을 완성한다. 알파고가 자가 대국을 통해 자기만의 ‘기보’를 만드는 과정과 유사하다. 교차로의 상황만 보고 다음에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 수없이 많은 데이터를 통해 컴퓨터 스스로 배운다. 인간은 그 학습과정을 알 수 없다. 지금의 알파고가 어떤 논리로 바둑을 두고 있는지 알 수 없는 것과 같다. 하지만 데이터만 충분하다면 그 결과는 지금의 알파고만큼 우수할 것이다.

    테슬라의 모델3 차량 모습 / 테슬라
    테슬라는 지금 이 순간에도 전세계 도로를 누비는 100만대 이상의 차량에서 수없이 많은 운행 데이터를 취합하고 있다. 향후 더 많은 테슬라 차량이 판매될수록 그 데이터 양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할 것이다. 테슬라가 이 데이터를 기반으로 자율주행에서의 알파고와 같은 시스템을 충분히 만들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해도 좋다.

    테슬라의 소프트웨어 2.0 개발에 사용하는 데이터는 동영상 형태여야 한다. 앞서 회전 교차로 통과의 예에서 살펴본 것처럼, 차량의 회전교차로 통과를 구동하는 프로그램은 교차로에서 대기하고 있는 차량의 교차로 도착 순서를 알아야 한다. 그래야 그 순서를 기다려 교차로에 진입하도록 프로그래밍할 수 있다. 결국 시간의 개념이 있는 데이터가 필요한 것이고, 이를 위해 동영상 형태의 데이터가 입력돼야 한다. 이를 활용할 수 있도록 데이터를 가공하는 기술이 4D 라벨링이다.

    이처럼 시간 개념이 포함된 데이터로 학습하면 주변 대상물의 이동 방향과 속도까지 예측하고 대응할 수 있어 인간의 대응과 더욱 유사해 질 수 있다. 주변 차가 빠르게 접근하거나 회전교차로에 과속으로 접근하는 차량이 있을 때, 교차로에 먼저 도착 했어도 그 차가 정지할 때까지 기다리는 방어운전까지 자율주행시스템이 배울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인간의 운전에 더욱 가깝거나 어떤 측면에서도 평균적인 인간보다 더 우월한 운전이 가능해 질 수 있을 것이다.

    다만, 소프트웨어 2.0으로 개발된 프로그램은 오류가 있을 때 인간이 그 오류의 이유를 알 수 없고 수정이 어렵다. 차량의 운행에서 만들어지는 기존 데이터에는 위반과 위험을 내포하고 있는 데이터가 있을 것이다. 난폭하게 운전하는 사람의 데이터도 있고 빨간불에 과속으로 교차로를 빠져나가는 데이터도 있을 것이다. 수없이 많은 데이터가 생성되고 이를 활용하는 과정에서 이런 데이터로 학습되지 않도록 조절하는 것이 필요하다. 인간이 놓친 잘못된 데이터로 학습이 된 소프트웨어 2.0 기반 프로그램은 그 부분만 제거하는 수정이 불가능하다. 테슬라의 우수한 기술력과 노력이 이런 위험을 잘 회피해서 우리가 좀 더 편한 세상을 빨리 누릴 수 있게 해주기를 바란다.

    이학무 미래에셋증권 통신서비스 애널리스트 leehakmoo@gmail.com

    ※ 외부필자의 원고는 IT조선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이학무 미래에셋증권 애널리스트는 반도체, 핸드폰, 디스플레이 등 IT 산업뿐 아니라 전기차, 배터리 및 신재생에너지 산업까지 다수의 성장산업을 분석한 신성장 산업 분석 전문가다. 공학을 전공하고 비즈니스를 20년간 분석한 경험을 바탕으로 세상을 이끄는(lead) 기술 읽기(read)를 제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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