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배터리 초격차] ①184조원 시장 놓고 한·중·일 삼국지

입력 2021.07.26 06:00

세계 주요국의 환경 규제로 내연기관차 퇴출 시계가 빨라졌다. 완성차 업체의 전기차 전환에 속도가 붙으며 전기차용 배터리 시장도 급성장 중이다. 배터리는 ‘제2의 반도체’로 불리는 귀한 몸이다. 전기차 원가의 40%쯤을 차지한다. 문재인 대통령은 배터리를 국가 핵심 전략산업이자 동력으로 지목하며, 세계 공급망 확보 경쟁에 대응하기 위한 지원을 약속했다. 기업의 R&D 역량 강화도 현재진행형이다. IT조선은 배터리 시장 주도권을 잡으려는 국가간 경쟁과 기업간 합종연횡, 경쟁 우위를 지키기 위한 K배터리의 전략 등을 분석해봤다. <편집자주>

시장조사업체 IHS마킷은 전기차 배터리 시장 규모가 연평균 25%씩 성장해 2025년에는 1600억달러(184조원)까지 커질 것으로 내다봤다. 2025년 1490억달러(171조원)로 전망되는 메모리 반도체 시장보다 더 커진다는 얘기다.

급격히 팽창하는 전기차 배터리 시장의 주도권을 잡으려는 국가간 경쟁은 치열하다. 그 중심에 한국, 중국, 일본 등 3국의 배터리 기업이 있다. 4년뒤 184조원 규모의 시장을 놓고 한·중·일 3국 기업 간 경쟁이 엎치락 뒤치락 중이다. 먼저 기술을 개발한 기업이 시장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는 등 경쟁이 극심하다.

문재인 대통령(왼쪽)과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6월 22일(현지시각) 미국 애틀랜타 SK이노베이션 전기차 배터리 공장을 방문해 시찰하고 있다. / 청와대뉴스룸
K배터리의 가장 큰 위협은 중국이다. K배터리 3사의 텃밭으로 여겨지던 유럽 전기차 시장에서도 중국 배터리 기업들의 승전보가 잇따라 들려오며 긴장감이 높다.

중국 CATL은 세계 배터리 시장 점유율 1위를 굳히기 위해 내수뿐 아니라 유럽에서 영토 확장을 본격화 한다. 독일 튀링겐주 에르푸르트에 18억유로(2조4500억원)를 투입해 생산 기지를 짓고 있다. 연말부터 가동에 돌입해 연간 14기가와트시(GWh)의 배터리를 생산하고, 2025년에는 연간 100GWh까지 증설할 계획이다. 100GWh는 LG에너지솔루션의 유럽 생산능력(70GWh)을 뛰어넘는 수치다.

CATL이 이 공장에서 생산한 배터리는 테슬라가 유럽에서 생산하는 전기차에 탑재될 것으로 보인다. 에르푸르트 공장은 베를린 기가팩토리와 불과 200마일(320㎞) 떨어져 있다. 테슬라가 독일 기가팩토리에 필요한 배터리를 CATL에서 조달할 가능성이 제기되는 이유다.

CATL은 메르세데스-벤츠의 모회사인 다임러그룹과 2020년 8월 전략적 파트너십을 체결하며 독일 내 영향력을 키운다. 최근 각형 배터리를 표준으로 채택한 폭스바겐과 계약 규모를 늘리는 중이며 BMW와도 2019년 11월 73억유로(9조5000억원) 규모의 각형 배터리 계약을 체결했다.

중국 AESC는 프랑스 완성차 업체 르노가 전기차 허브를 조성하고 있는 프랑스 북부 두아이(Douai)에 20억유로(2조6800억원)를 들여 배터리 공장을 짓고, 이곳에서 생산되는 43GWh(2030년 기준) 배터리 중 절반 이상을 르노에 공급할 예정이다. 올해 초만 해도 르노의 파트너로 LG에너지솔루션이 거론됐지만, 결국 AESC가 프로젝트를 거머쥐었다.

왼쪽부터 빌 리 테네시주 주지사, 김종현 LG에너지솔루션 사장, 메리 바라 GM 회장이 4월 16일(현지시각) 미국 테네시주 내슈빌에 위치한 주 박물관에서 제2 합작공장 투자 발표 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LG에너지솔루션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SK이노베이션 등 3사는 북미에서 공격적인 투자로 중국의 공세에 맞선다.

LG에너지솔루션은 미국 1위 완성차 제너럴모터스(GM)와 미국 내 두 번째 전기차용 배터리 합작공장을 설립한다. 양사는 합작법인인 ‘얼티엄 셀즈’를 통해 제2 합작공장에 총 2조 7000억원을 투자하고, 2024년 상반기까지 35GWh 이상의 생산 능력을 확보하기로 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GM과 합작공장 이외에도 2025년까지 5조원 이상을 단독 투자해 미국에만 독자적으로 70GWh 이상의 배터리 생산능력을 추가 확보할 계획이다.

SK이노베이션은 5월 20일 포드와 전기차용 배터리 생산을 위한 합작회사를 설립하는 MOU를 체결하고, 연간 60기가와트시(GWh)의 배터리를 생산하기로 했다. 투자규모는 6조원이다.

삼성SDI는 세계 4위 완성차 업체 스텔란티스와 손잡고 미국에 합작법인 설립을 검토 중이다. 로이터통신은 최근 소식통을 인용해 스텔란티스가 북미 공장 건설 파트너사를 확보하기 위한 막바지 협상 단계에 있으며, 삼성SDI가 3조원 규모로 투자에 참여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삼성SDI 헝가리 법인 / 삼성SDI
일본은 세계 최초로 리튬이온 배터리를 상용화 하며 줄곧 시장 선두를 유지했다. 하지만 최근 한국과 중국에 주도권을 뺏겼다. 유럽 시장에서 점차 설 자리를 잃고 있으며, 파나소닉에 독점적으로 배터리를 공급받은 테슬라가 중국 내수시장에선 LG에너지솔루션과 CATL 배터리를 채택하는 등 일본 배터리 기업의 하락세는 뚜렷하다.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파나소닉은 2021년 5월 전기차 배터리 시장 점유율 16.9% 기록했다. 지난해 동기(18.3%) 대비 1.4%포인트 하락한 것이다. LG에너지솔루션의 5월 점유율이 28.7%로 2020년 5월(25.8%) 대비 상승하고, CATL 점유율도 24.5%로 2020년 5월(22.7%)과 비교해 오른 점을 감안하면 파나소닉의 입지는 점점 쪼그라든 셈이다.

파나소닉은 현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유럽 전기차 시장 성장에 맞춰 배터리 공장 신증설을 추진 중이다. 에퀴노르, 노스크 하이드로와 손잡고 노르웨이에 배터리 공장을 세울 계획이다. 노르웨이 공장을 통해 독일 테슬라 공장에 원통형 배터리를 공급하기 위한 그림이다.

배터리 업계는 자국시장 중심으로 몸집을 키운 중국이 유럽시장까지 세를 넓히는 만큼 K배터리가 미국과 유럽 시장에서 동시에 거점을 확장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북미 시장에서 K배터리 입지 강화도 중요하지만, 유럽에서 중국 기업의 영향력을 억제하는 것도 글로벌 1위를 지키기 위해 필요한 전략이다"라며 "최근 러브콜을 보내는 영국과 스페인에 새로운 거점을 마련하는 방안이 효과적 대응책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광영 기자 gwang0e@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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