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가 첨예하게 갈등하던 제5기 방송심의위원회(방심위) 구성이 해결 국면을 맞았다. 여야간 갈등으로 방심위 심의위원 추천을 거부하던 국민의힘이 야당에 할당된 위원 추천에 나섰다. 국민의힘 측의 입장 변화는 국민 여론 악화와 MBC 사태 등이 배경이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전경 / IT조선 DB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전경 / IT조선 DB
국민의힘, 27일 과방위서 방심위 위원 추천 진행

26일 국회와 방심위에 따르면,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는 27일 오전 제389회 과방위 전체회의를 연다. 안건은 제5기 방심위 심의위원 추천 건이다. 국민의힘이 추천한 방심위 심의위원 후보자인 김우석 미래전략개발연구소 부소장과 이상휘 세명대 교수 등 2명의 인선을 추진한다.

과방위 야당 간사인 박성중 의원실 한 관계자는 "청와대와 여당이 정연주 전 KBS 사장을 추천한 것은 부적절하며, 지금이라고 철회해주길 바란다는 원내대표 이하 기조는 같다"며 "다만 (방심위 단독 구성과 추진으로) 내부가 잘못된 방식으로 진행되는 것을 막아야 하기에 이번에 후보를 추천한다"고 말했다.

청와대와 더불어민주당은 야당 반대 속에 방심위 일부 심의위원의 구성을 마쳤다. 청와대는 23일 정연주 전 KBS 사장과 김유진 민주언론시민연합 이사, 옥서찬 전 방송문화진흥회 이사 등 7명을 방심위 제5기 심의위원으로 위촉했다. 야당 추천 몫인 2명은 심의위원 명단에서 쏙 빠졌다.

방심위 위원은 ‘방송통신위원회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에 따라 국회의장이 원내 교섭단체 대표의원과 협의해 추천한 3인, 국회 소관 상임위인 과방위 추천 3인을 포함해 대통령이 총 9명을 위촉한다.

제4기 방심위 위원의 임기는 1월 끝났다. 제5기 방심위 구성에 속도를 내야 하는 상황이었지만, 과방위에서 벌어진 여야 갈등 여파로 6개월간 공회전만 했다. 야당이 여권 추천 인사인 정연주 전 KBS 사장의 정치 편향성을 이유로 심의위원 위촉을 반대한 결과다. 야당 몫으로 배정된 후보 추천도 거부했었다.

방심위 현판 / 방심위
방심위 현판 / 방심위
야당, 여당과의 방심위 구성 갈등에서 변화 보인 이유는

청와대가 제5기 방심위 위원을 위촉한 23일만 하더라도 야권에서는 강경 발언이 나왔다. 과방위 소속 야당 의원들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청와대는 정 전 사장의 방심위 추천을 철회해야 한다"며 반발했다. 일부 야권 인사는 당대 당 차원으로 대응해야 한다며 강경 기조를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불과 4일 만에 이같은 갈등 국면이 한 풀 꺾였다.

국민의힘이 6개월 간 여당과 대립하다 한 발 뒤로 물러난 배경에는 방심위 구성 지연에 따른 여론 악화가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방심위에서 처리해야 하는 방송·통신 심의가 14만건 넘게 쌓였고, 그중 사안의 심각성이 큰 디지털 성범죄 심의도 9000건 넘게 쌓이면서 제5기 방심위 위원 구성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크다.

MBC 사태도 연관이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MBC는 최근 열린 도쿄올림픽 개막식과 운동 경기를 각각 중계하는 과정에서 부적절한 정보와 자막을 달아 국내외로 비판을 받았다. 방심위가 MBC의 이같은 중계방송 문제를 심의해야 하지만 제5기 위원이 제대로 구성되지 않아 심의가 늦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자 야당 압박이 더 심해지기도 했다.

방심위는 야당 추천 인사가 청와대 위촉을 받는 대로 방심위 소위원회인 방송심의소위원회(방송소위)를 구성해 MBC 올림픽 중계방송 심의 건을 처리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방심위 관계자는 "2명의 위원 추천이 완료되면 위원회를 출범한 후 방송소위를 꾸려 MBC 건을 처리할 수 있을 것이다"라며 "지금도 (방송소위에서 처리해야 할 건이) 많아 처리 시기를 특정할 수 없지만 우선순위에 따라 사안을 처리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김평화 기자 peaceit@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