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21년 해묵은 유료방송 관행 싹 고친다

입력 2021.07.27 14:06 | 수정 2021.07.27 20:18

2000년 제정한 현행 방송법이 유료방송 업계 상황과 맞지 않다고 판단한 과기정통부가 적극적인 법령 해석으로 전면적인 규제 완화를 추진한다. 유료방송 업계 인수·합병을 활성화하면서 채널 구성의 자율성을 높이는 식이다. 불필요한 중복 행정으로 사업 진행에 시일이 걸리던 문제도 해결한다.

세종시 과기정통부 건물 전경 일부 / IT조선 DB
과학기술정보통신부(과기정통부)는 27일 오후 충북 오송컨벤션센터에서 ‘유료방송 제도 개선 방안’ 관련 토론과 의견 수렴을 위해 온라인 공청회를 진행한다.

유료방송 제도 개선방안은 유료방송 시장의 성장 정체를 극복하면서 새로운 활력을 제고하고자 관련 정책 방안을 담은 진흥 정책이다.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확산 등에 따른 유료방송 업계 어려움을 해소하면서 경쟁력을 갖추고자 규제를 전반적으로 폐지, 완화하는 데 초점을 둔다. 국민의 미디어 복지를 신장하고자 하는 목적도 함께다.

과기정통부는 이를 위해 방송법과 인터넷 멀티미디어방송법, 같은 법 시행령(대통령령), 고시, 가이드라인 상의 규제 개선방안을 포함했다. 세부적으로 ▲소유·겸영 제한 완화 ▲허가·승인·등록제도 개선 ▲인수·합병 활성화 ▲지역채널 및 직접사용채널 활성화 ▲채널 구성·운용 합리성과 자율성 제고 ▲공정경쟁 및 시청자 권익보장 강화 등 총 6개 항목 24개 과제를 담았다. 적극 행정을 위한 법령 해석으로 유료방송 업계 편익을 확대하는 방안을 모두 포함해 다룰 예정이다.

유료방송 업계 옥죄던 각종 규제 해소…정부 "현행법 적극적으로 해석할 것"

과기정통부는 유료방송 제도 개선방안에 담긴 총 24개 과제 중 소유·겸영 제한 완화 관련 3개 과제를 추진한다. 지상파와 종합유선방송사업자(SO), 위성방송사업자 간 상호 33% 지분 초과 소유를 제한하던 기존 규제 폐지를 진행한다. SO와 IPTV, 지상파가 방송채널사업자(PP)를 소유, 겸영하는 과정에서 사업자 수 제한을 받던 것도 폐지를 추진한다. 이같은 규제 완화로 유료방송 발전 도모를 꾀한다.

유료방송 허가·승인·등록 개선을 위해서는 총 6개 과제로 나눠 규제를 완화한다. 그간 등록제로 묶였던 PP 등록제도를 라디오, 데이터, 주문형비디오(VOD) PP의 경우 신고제로 구분해 관련 산업 활성화에 나선다. SO 시설 변경허가 관련 묶여있던 규제도 폐지를 최우선으로 진행한다.

또 유료방송사업 허가 조건을 부과해 매년 이행을 점검하던 것과 달리 사전적으로 방향을 지시하는 차원으로 간소화화해 사업자 부담을 줄인다.

황큰별 과기정통부 뉴미디어정책과장은 "2016년 이후 유료방송 허가 조건 숫자가 매년 늘어나는 상황에서 (허가 조건이) 사업 운영에 걸림돌이 돼 개선 요구가 꾸준히 있었다"며 "재허가 시 조건을 부과하기보다는 사전적으로 방향을 제시하고, 그밖에 부과된 조건은 폐지하는 방향으로 조건 정비 방안을 마련해 연내 개선을 추진하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방송사업 체계 정리표 / 과기정통부
그간 방송평가 항목과 (재)허가·승인 심사 항목 간 중복에 따른 이중 규제 해소에도 나선다. (재)허가·승인 심사 세부 항목으로 반영하던 방송통신위원회 방송평가 점수를 제외하고 적부 기준 점수만 반영하는 것이 핵심이다.

사업자의 행정 부담을 완화하면서 안정적인 방송 서비스 제공과 위성 방송국별 허가 형평성을 확보하는 것 역시 과제다. 유료방송 사업 허가와 승인 유효기간을 확대하고 위성방송사업의 무선국(위성 방송국)별 허가 기간 통일을 추진한다.

유료방송 사업의 인수·합병(M&A) 활성화를 위해서는 두 개 과제를 진행하며 절차 완화에 초점을 둔다. 유료방송사 합병 과정에서 드는 변경허가, 승인, 등록 절차를 개선한다. 방송 사업과 비방송 사업이 합병 시 관련 등록 절차를 폐지한다. 방송 사업의 일부 양도 과정에서 현행 방송법령에 명시적인 규정이 없어 진행되는 중복 행정 절차도 개선해 1회 절차로 마칠 수 있도록 한다.

황 과장은 이같은 행정 절차 완화 과정에서 "현행법을 적극적으로 해석해 적용하겠다"고 개선 의지를 보였다.

지역채널 보도 허용하고 유료방송사의 재난방송 확대

지역채널과 직접사용채널 활성화를 위해서는 다섯 개 과제를 진행한다. 지역채널(SO)의 보도와 해설, 논평을 금지했던 것과 달리 이를 허용하면서 커머스 방송도 허용한다.

IPTV 사업자의 채널 운용 자율성 확대를 위해 직접사용채널과 SO 지역채널 운용(재송신)도 각각 허용한다. 기존에는 직사채널 운용을 금지했지만 실시간 텔레비전방송 직접사용채널의 방송 프로그램 범위 제한을 조건으로 이를 완화한다. IPTV가 SO 지역채널을 SO 해당 방송구역에서 (역내) 재송신하도록 한다.

유료방송 채널의 구성, 운용 합리성과 자율성을 높이는 데는 5개 과제를 추진한다. 위성 DMB 채널 운용 기준을 폐지하고 라디오, 데이터 방송 채널의 운용 규제를 폐지하는 등 관련 규제 완화에 초점을 둔다. 일정 번호 이상의 번호 대역에서 홈쇼핑 가이드와 멀티뷰, 채널포털 등을 허용하는 방안도 포함한다. 채널 정기 개편 과정에서 기존에 연 1회로 허용하던 채널번호 변경은 유지하되, 실시간 TV 채널 번호 변경에만 관련 규제를 적용한다. 정기개편 범위와 예외 사유도 명확히 규정해 혼선을 줄인다.

역외 지상파 방송 재송신 승인 제도도 개선해 텔레비전 방송만 역외 재송신 승인제를 유지한다. 라디오와 데이터 방송은 자율계약에 근거한다. 재송신 승인 유효기간을 폐지하는 안도 함께다. 과기정통부는 OTT, 인터넷 실시간 방송 등으로 규제 필요성이 감소한 만큼 이같은 개선을 추진하겠다는 입장이다.

유료방송 시장의 생태계 구조 안내 이미지 / 과기정통부
공정 경쟁과 시청자 권익 보장 강화를 위해서는 3개 과제를 진행한다. 이용요금 승인과 신고제를 개선하는 과정에서 SO와 위성 사업자의 상한 요금제를 정액 요금제로 전환한다. 2년간 유예 기간을 거쳐 시행을 본격화한다는 게 과기정통부 계획이다. VOD 이용요금 인상은 승인제에서 신고제로 바꿔 콘텐츠 제값 받기 문화 조성에 기여한다.

그밖에 지상파 UHD 재송신 활성화를 위해 유료방송사에 인센티브 부여 방안을 검토한다. 유료방송사의 재난방송 역량 강화를 위해서는 유료방송사가 일정 요건 하에 PP 채널에 자막 고지를 송출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한다. 국민의 재난 피해 예방이 목적이다.

황 과장은 "유료 방송사가 재난방송 대응에 소극적인 측면이 있어 일정 요건 하에 PP 채널 자막 고지 근거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봤다"며 "편성권 침해 논란으로부터 유료방송사의 안정성을 보장해주는 차원으로 이해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정부 "가이드라인과 해석 지침은 연내 정비"

과기정통부는 관련 법 개정이 쉽지 않은 상황에서 정부 단에서 진행할 수 있는 규제 완화를 추진하고자 이같은 행보에 나서게 됐다고 설명했다.

오용수 과기정통부 방송진흥정책관은 "통합법제 내지는 중장기적인 거버넌스 개편과 맞물려 방송법이나 미디어법 일반을 살펴야 하지만 정부 임기 말로 가까워져서 차기 정부 과제로 가는 게 불가피한 상황이다"고 말했다.

이어 "당장 정부가 시행령이나 대통령령, 부령, 고시, 가이드라인을 통해서 할 수 있는 것이 있다면 적극적으로 제기하면서 시행령 단에서 논의할 것을 끌어내고자 한다"며 "법이랑 연관된 것은 문제제기 하면서 동시에 단기적으로 할 수 있는 부분을 진행하고자 해서 추진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과기정통부는 이번 공청회에서 수렴한 의견을 반영해 방송법과 인터넷 멀티미디어 방송사업법, 시행령(대통령령) 및 관련 고시 개정안을 마련해 추진한다. 유료방송 시설 변경허가에 관한 업무처리 지침과 유료방송 이용약관 신고 절차 등 각종 가이드라인은 연내 정비를 마칠 계획이다.

황 과장은 "유료방송 제도 개선방안 중 가이드라인과 해석 지침 마련 내용은 연내까지 모두 마무리하려고 한다"며 "공청회 후 2주간 일반 국민의 의견 수렴을 받고 제도 개선 방안 중 법률로 갈 것은 법률로, 시행령은 시행령대로 나눠 바로 진행을 하려 한다"고 설명했다.

과기정통부는 콘텐츠 사용료와 홈쇼핑 송출수수료 등에 관한 사항은 방송채널 대가산정 개선 협의회, 유료방송업계 상생협의체에서 별도 논의하겠다는 입장이다.

김평화 기자 peaceit@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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