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자동차 노사, 실리 아니면 공멸한다

입력 2021.07.28 06:00

내연기관 위주였던 자동차 100년 역사가 최근 1~2년간 큰 변화를 겪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한 소비 감소로 업계 전반이 타격을 입었고, 전기차 기업 테슬라가 내연차 제조사의 자리를 위협했다. 친환경차 제조사로 발 빠르게 변화하지 않으면 퇴보할 수밖에 없는 처지에 놓였다. 그야말로 자동차 엔진이 발명된 후 가장 큰 조류의 변화라는 평가가 나온다.

생존을 위협받는 기존 자동차 기업은 사업 모델을 싹 바꾸겠다는 각오로 뛰고 있다. 기존 내연기관 엔진에 대한 연구개발 대신 전기차나 친환경차에 적합한 엔진 개발에 속도를 낸다. 구성원에 대한 인력 조정도 추진한다.

변화가 필요한 것은 기업뿐만이 아니다. 완성차 산업계의 양대 세력 중 한 축인 노조 역시 마찬가지로 변화의 중심에 섰다.

한국의 완성차 노조는 오랫동안 잦은 파업과 투쟁으로 사측과 갈등을 빚었고, 매년 때가 되면 총파업 등 쟁의를 벌인다는 식의 부정적 이미지를 쌓았다. 다만 최근 노조의 분위기에서 변화가 감지되는 것은 다행스러운 점이다. 투쟁만 앞세운 과거 노조의 기조에 반대하는 구성원이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

현대차와 한국GM 노사는 예년과 달리 임금단체협상 잠정합의안을 빨리 내놓았다. 급변하는 시장 상황에 맞춰 대처하는 방식이 달라졌다. 르노삼성 노조 집행부는 사측과 갈등을 빚었지만, 상당수 노조원은 집행부의 의지와 달리 기업의 명운을 고려해 파업을 선택하는 대신 XM3 생산라인에 섰다. 잘못하면 한국에서 전량 생산하는 XM3 생산물량을 다른 나라에 뺏기는 등 공멸할 수 있었지만 현명하게 대처했다.

MZ세대(밀레니엄+Z세대, 1980~2000년대 초반 출생)가 주축인 노조의 출범도 과거와 다른 부분이다. 현대차 사무·연구직 노조는 투쟁만 앞세웠던 기존 노조와 선을 긋고 실리를 잡겠다는 의지를 보인다. ‘강성’ 노조가 득세하던 과거와 다른 시대가 개막했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세계는 코로나19 확산 여파로 막대한 타격을 입었고, 2020년 한 해는 그야말로 업계의 생존 자체가 위협을 받았다. 다행히 올해 현대차와 기아는 2분기 어닝서프라이즈를 기록하는 등 기염을 토했다. 노사 양측이 종전처럼 극단적 쟁의와 마찰을 벌였다면 기대하기 어려운 성과물이다.

직원 없이 기업이 존재할 수 없고, 기업이 없이는 직원도 존재할 수 없다. 전기차·친환경차가 완성차의 주류인 만큼 연구개발을 위한 노사간 적극적 협조도 필요하다. 지금은 ‘실리’의 시대다. 노조는 변화의 흐름에 탑승해 기업과 손잡고 실리를 얻어가기 바란다.

이민우 기자 minoo@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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