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의 테슬라를 꿈꾸는 미국 전기차 기업이 줄줄이 상장한다. 루시드 모터스 등 기업은 상장 후 기업가치가 상승하고, 부수적으로 자본금 확보를 통한 투자 확충 등 다양한 사업 모색이 가능해진다.

해당 전기차 기업과 협력 중인 K배터리 업계는 동반 가치 상승을 노린다. 완성차 업계와 합종연횡에 나선 국내 배터리 업계는 올해 상반기 대대적으로 전기차 판매 호조 덕을 보며 글로벌 배터리 점유율을 크게 올린 바 있다. 이들 기업의 사업규모 확대가 가시화 됨에 따라 배터리 공급을 선점한 국내 배터리 기업의 수주 증가와 점유율 확충이 전망된다.

LG에너지솔루션에서 전기차 배터리를 공급하는 루시드모터스의 전기차 루시드에어 / 루시드모터스
LG에너지솔루션에서 전기차 배터리를 공급하는 루시드모터스의 전기차 루시드에어 / 루시드모터스
27일 완성차 업계에 따르면, 루시드모터스는 스팩(SPAC·기업인수목적회사, 실제 사업 없이 기업 합병을 목적으로 하는 주식회사)인 처칠캐피털Ⅳ와 합병한 나스닥(NASDAQ) 데뷔 첫날 26.83달러(4만원)로 장을 마쳤다. 23일 처칠캐피털Ⅳ의 주가는 루시드모터스로 이름을 바꾼 후 11% 뛰엇다.

뉴욕증시 26일 장마감 기준 루시드모터스 시가총액은 380억6400만달러(43조8000억원)다. 우회상장전 루시드모터스의 가치평가는 240억달러(27조6100억원)수준이었는데, 나스닥 데뷔 첫날 예상보다 1.5배이상 높은 시가총액을 기록했다.

2010년 테슬라의 나스닥 상장 첫날 장마감 시가총액은 22억2500만달러(2조5600억원)쯤이다. 화폐 가치를 고려해야 하지만, 루시드모터스가 당시 테슬라의 성적을 뛰어 넘었다는 점은 고무적인 일이다. 루시드모터스는 기업공개로 40억달러(4조6000억원) 이상의 자본을 획득했다. 공격적인 사업규모 확장이 가능한 상황이다.

루시드모터스는 하반기 전기차 생산을 본격화한다. 첫 모델인 루시드에어의 사전예약 물량은 1만대 이상이다. 루시드모터스는 2020년 2월 LG화학과 루시드 에어 배터리 셀 독점 공급 계약을 맺었다. 루시드모터스의 성공적인 나스닥 상장에 따라 루시드에어 생산라인 증설도 가능해지면서, LG에너지솔루션의 배터리 시장 점유율 증가에도 파란불이 켜졌다.

삼성SDI 배터리 수주사인 리비안도 하반기 상장을 추진 중이다. 리비안은 4월 전기픽업트럭과 전기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에 삼성SDI 배터리 탑재를 공식화했다. 리비안은 꾸준히 아마존과 포드 등 미국내 기업으로부터 투자를 유치하며 장래성을 인정받고 있다. 상장시 리비안의 기업가치는 500억달러(57조5300억원)쯤으로 평가받는다.

리비안은 9월부터 전기픽업트럭인 R1T의 인도를 시작할 계획이다. 아마존으로부터 10만대 규모의 배달용 벤 공급계약도 체결한 상태로, 일찌감치 공장증설을 추진한다. 일리노이주 노멀에 위치한 1공장 외 미국내 제 2공장 신축을 위한 부지를 물색중이다.

일찌감치 리비안이 성공적인 상장을 예상하고 공격적인 증설을 모색하는 만큼, 삼성SDI의 리바안 배터리 수주 역시 성공가도를 달릴 것으로 보인다. 특히 리비안에 초기 출시하는 전기픽업트럭과 전기SUV는 픽업트럭을 선호하는 미국 소비자의 눈높이에 맞춘데다, 최근 증가한 완성차 시장의 SUV선호에도 부합한 수요 증가가 기대된다.

배터리 업계 한 관계자는 "리비안 등 전기차 업체의 상장 이후 사업규모가 확대될 경우 사업영역이 넓어질 가능성이 있는만큼 추후 삼성SDI의 좋은 전망을 기대한다"며 "유망 기업 상장으로 전기차 시장 규모 자체가 커지는 만큼 추가적인 수주 논의 등 국내 배터리 업계 성장성도 긍정적이다"라고 설명했다.

이민우 기자 minoo@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