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텔이 자사 반도체 로드맵을 새롭게 재정비하고 차세대 공정 도입 및 전환에 속도를 낸다. 새로운 트랜지스터 아키텍처와 차세대 패키징 기술도 공개하며 원조 반도체 전문기업으로서 미래 반도체 시장에서의 주도권 탈환에 대한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인텔은 27일 온라인 웹 캐스트로 진행한 ‘인텔 엑셀러레이티드(Intel Accelerated)’ 행사를 통해 향후 2025년까지의 자사 반도체 공정 로드맵을 소개했다. 팻 겔싱어(Pat Gelsinger) 인텔 CEO가 직접 진행에 나선 이번 웹 캐스트에서 인텔은 ▲새롭게 재정비한 자사의 반도체 공정 노드 ▲차세대 반도체 설계 및 디자인 기술 ▲차세대 반도체 패키징 기술 등을 새로 공개했다.

인텔이 27일 자사의 미래 반도체 전략을 소개하는 ‘인텔 엑셀러레이티드’ 행사를 개최했다. / 인텔
인텔이 27일 자사의 미래 반도체 전략을 소개하는 ‘인텔 엑셀러레이티드’ 행사를 개최했다. / 인텔
먼저 인텔은 기존에 나노미터(㎚) 단위로 표기하던 자사의 반도체 공정 노드를 새롭게 개편했다. 현재 새로운 주력으로 자리매김한 ‘10㎚ 슈퍼핀’ 이후의 공정을 ‘인텔 n’이라는 새로운 방식으로 표기한다는 방침이다.

새로운 명명법에 따라 기존 인텔의 기존 반도체 공정의 명칭은 ‘인텔 7’, ‘인텔 4’, ‘인텔 3’, ‘인텔 20A’로 바뀌게 된다. 인텔7~인텔 3까지는 기존 공정의 이름만 바꾼 수준이지만, ‘인텔 20A’부터는 척도 단위부터 완전히 바뀐다. 또 이 새로운 명칭과 구분은 인텔 자사의 반도체 제품은 물론, 최근 새롭게 출범한 인텔 파운드리 서비스(Intel Foundry Services, IFS) 부문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인텔이 공정 명칭을 바꾸는 이유는 기존 인텔을 비롯해 각 반도체 제조사들이 대외적으로 밝히는 공정의 명칭과 실제 반도체 트랜지스터의 게이트 길이와 일치하지 않기 때문이다. 반도체 제품 및 기술의 홍보와 마케팅에 제조 공정 노드의 명칭이 포함되기 시작하면서 그러한 괴리가 커졌다는 것.

실제로, 현재 반도체 업계에선 인텔의 10㎚ 공정 기술을 타사의 7㎚ 공정과 비슷한 수준으로 평가하고 있다. 하지만 대외적으로는 각 제조사가 밝힌 숫자를 그대로 사용하다 보니, 고객 및 소비자 입장에서 정확한 구분과 판단이 어려웠다. 즉, 자사의 공정 노드 명칭을 좀 더 명확하고 일관되게 표현함으로써 고객들의 혼동과 인식을 바로잡겠다는 게 인텔의 의도다.

인텔의 반도체 제조 공정 기술의 발전사 / 인텔
인텔의 반도체 제조 공정 기술의 발전사 / 인텔
기존 ‘인핸스드 슈퍼핀’이란 이름의 인텔의 3세대 10㎚ 공정은 ‘인텔 7’으로 바뀐다. 인텔의 10㎚ 공정이 타사의 7㎚ 공정과 동급이라는 것을 반영한 이름이다. 물론, 이름만 바뀌는 것은 아니다. 기존 10나노 슈퍼핀 공정에 비해 소비전력 대비 성능이 약 10%~15% 향상된다.

올해 하반기 선보이는 PC용 ‘엘더 레이크(Alder Lake)’ 프로세서와 내년 1분기부터 생산하는 차세대 데이터센터용 ‘사파이어 래피즈(Sapphire Rapids)’가 인텔 7 공정 기반 제품이다.

기존 ‘7㎚ 공정’이란 이름의 ‘인텔 4’는 처음으로 EUV 리소그래피를 전면 도입하는 공정이다. 초단파 EUV 광원을 사용함으로써 반도체의 면적은 줄이고, 소비전력 대비 성능을 이전 세대 대비 약 20% 끌어 올린다.

인텔 4 공정으로 선보이는 대표적인 제품은 PC용 ‘메테오 레이크(Meteor Lake)’ 프로세서와 데이터센터용 ‘그래나이트 래피즈(Granite Rapids)’ 등이다. 정밀도를 대폭 끌어올림으로써 빛을 사용, 매우 세밀하게 인쇄할 수 있다. 이미 올해 2분기에 테이프-인(설계한 제품을 실제로 검증하는 과정)을 마친 이들 제품은 2022년 하반기부터 본격적인 생산에 들어가 2023년부터 시장에 출하할 예정이다.

‘인텔 3’은 추가적인 반도체 설계 최적화와 고성능 라이브러리를 도입하고, EUV 활용을 더욱 높인 공정이다. 반도체 면적을 더욱 줄이는 동시에 인텔 4 공정의 소비전력 대비 성능도 약 18% 향상한다. 인텔 3 기반 제품은 2023년 하반기부터 제품 생산을 시작할 예정이다.

인텔 20A 공정은 ‘옹스트롬’ 시대를 맞는 인텔의 차세대 반도체 공정 노드다. / 인텔
인텔 20A 공정은 ‘옹스트롬’ 시대를 맞는 인텔의 차세대 반도체 공정 노드다. / 인텔
‘인텔 20A’는 나노 시대를 넘어선 옹스트롬(0.1㎚) 시대를 여는 공정 기술이다. 인텔이 10년 만에 새롭게 선보이는 ‘리본펫(RibbonFET)’ 트랜지스터 아키텍처와 업계 최초의 후면 전력 공급 기술 ‘파워비아(PowerVia)’를 적용, 반도체 면적을 더욱 줄이면서 트랜지스터 스위칭 속도를 높인다. 인텔 20A 공정은 2024년부터 제품 생산을 시작할 계획이다. 현재 퀄컴이 자사의 차세대 반도체 생산에 인텔 20A 공정을 사용할 예정이다.

2025년 이후에는 인텔 20A를 더욱 뛰어넘는 ‘인텔 18A’ 공정을 선보일 계획이다. 여기에는 업계 최초로 ‘하이 NA(High NA, High Numerical Aperture) EUV’라 불리는 차세대 극자외선 리소그래피 기술을 도입한다. 이미 업계 최고의 EUV 장비 전문업체인 네덜란드의 ASML과 하이 NA EUV 장비를 공급받는 계약도 체결했다고 인텔은 강조했다.

업계 최초 ‘하이 NA EUV’ 도입…파운드리 시장 위한 ‘패키징’ 기술도 속도 낸다

인텔은 단순 제조 공정 기술뿐 아니라 반도체 패키징 기술에 대한 차세대 전략도 함께 공개했다. 하나의 반도체 다이(die) 위에 여러 개의 칩이 올려지는 멀티칩 구조가 빠르게 확산하는 만큼, 복수의 칩을 하나의 제품으로 통합하는 반도체 패키징 기술 또한 더욱 중요해질 것이라고 인텔은 강조한다.

다이 위 여러 종류의 칩들을 서로 연결하는 ‘임베디드 멀티다이 인터커넥트 브릿지(EMIB)’를 더욱 발전시키는 동시에, 인텔의 독자적인 반도체 3D 적층 기술인 ‘포베로스(Foveros)’ 역시 순차적으로 발전시킴으로써 패키징 비중이 커지고 있는 파운드리 시장에서 자사의 경쟁력을 끌어올린다는 전략이다. 현재 아마존웹서비스(AWS)가 차세대 패키징 기술을 사용한 인텔 파운드리 서비스의 첫 고객이 될 예정이다.

팻 겔싱어 인텔 CEO / 인텔
팻 겔싱어 인텔 CEO / 인텔
팻 겔싱어 인텔 CEO는 "인텔은 첨단 패키징 분야에서의 리더십을 바탕으로 2025년까지 공정 성능 리더십으로 가는 확실한 길을 모색하기 위해 혁신 로드맵을 가속하고 있다"라며 "인텔은 트랜지스터에서 시스템 레벨까지 기술 진보를 제공하기 위해 비교 불가한 혁신을 활용하고 있다. 주기율표의 모든 원소가 고갈될 때까지 인텔은 무어의 법칙을 지속해 나갈 것이며 실리콘의 마법과 같은 혁신을 거침없이 추구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최용석 기자 redpriest@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