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방송통신전파진흥원(KCA)이 기관 주요 사업인 무선국(전파 주고받는 무선 설비 통칭) 관리를 소홀히 진행한 것으로 나타났다. 통신 품질과 연계되는 무선국 관리 과정에서 1년 가까이 재검사가 필요한 무선국을 방치했다. 원칙적으로 행정처분을 내려야 하지만 주의 처분만 내린 것으로 나타났다. 솜방망이 처벌인 셈이다.

KCA는 전파법 제66조에 근거해 전파의 효율적인 관리와 방송·통신·전파 진흥 관련 사업을 진행하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과기정통부) 산하 기관이다. 정부로부터 위탁 업무를 수행해 국민의 전파 이용 기회를 확대하고 방송·통신·전파 진흥에 기여하는 데 목적을 둔다.

나주시에 있는 KCA 건물 전경 / KCA
나주시에 있는 KCA 건물 전경 / KCA
28일 공공기관 경영 정보 공개시스템(알리오)에 따르면, KCA는 26일 ‘2021년도 상반기 정기감사 결과 보고서’를 공시했다. KCA는 해당 보고서에서 산하 부서 두 곳을 익명 처리해 각각의 감사 지적 사항을 밝혔다. 보고서에 기재된 부서 두 곳은 ‘OOOOOOO단'과 ‘OO본부'다.

KCA 관계자는 보고서에 비실명으로 산하 부서를 공개한 이유에 대해 "KCA 산하에 부서가 많지 않다 보니 해당 부서를 공개하면 자연히 담당자까지 알게 된다"며 "담당자의 개인정보 보호 차원에서 이렇게 공시했다"고 설명했다.

KCA는 감사 보고서에서 OO본부가 무선국 검사와 전자파 측정 업무 시행·관리, 국가기술자격검정 등의 업무를 진행한다고 설명했다. KCA의 주요 사업인 전파 자원 관리 분야에 속한 만큼 업무 중요성이 큰 곳이다.

KCA가 2019년 11월부터 올해 5월까지 19개월 기간을 두고 OO본부 감사를 진행한 결과, OO본부는 총 48개 무선국 행정 처리를 소홀히 한 것으로 나타났다. OO본부의 무선국 관리 담당자는 ‘무선국 및 전파응용설비의 검사업무 처리기준' 제26조(불합격 무선국에 대한 조치) 제3항에 따라 검사에서 불합격한 무선국이 정당한 사유 없이 재검사를 받지 않으면 허가 기관에 행정처분을 의뢰해야 한다. 하지만 시정 기한에 재검사를 받지 않은 무선국의 행정처분을 의뢰하지 않았다.

IT조선 확인 결과 행정 부실로 문제가 된 무선국 중에는 이미 2020년 5월 중순 시정 기한이 끝난 사례도 있었다. 1년 2개월 가까이 별다른 조치 없이 방치되고 있던 셈이다. 나머지 무선국의 시정 기한 역시 2020년 5월부터 올해 5월까지 다양하게 분포돼 있어 문제가 지속해 왔음을 확인했다.

KCA는 통신 품질과 연관될 수 있는 사안인 만큼 문제 심각성이 컸음에도 해당 업무 담당자를 상대로만 주의 처분을 내렸다. 감사 보고서엔 문제가 된 지역본부의 명칭조차 밝히지 않았다.

KCA에는 ▲서울본부 ▲북서울본부 ▲부산본부 ▲경인본부 ▲충청본부 ▲전남본부 ▲경북본부 ▲전북본부 ▲강원본부 ▲제주본부 등 총 10개 지역본부가 있다. 이중 감사 보고서에서 언급된 내용(산하 사업소 운영)과 부합하는 곳은 강원본부와 부산본부, 충청본부, 전남본부, 경북본부 등 다섯 곳이다. 이중 한 곳이 감사 처분을 받은 것으로 추정된다.

KCA는 무선국 관리 소홀 문제가 발생한 점을 인정하며 개선 의지를 나타냈다.

KCA 관계자는 "이번 문제는 담당 직원과 관리 부서의 절차상 행정 오류였다"며 "변명의 여지가 없다"고 말했다.

김평화 기자 peaceit@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