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배터리 초격차] ⑤인재를 잡아라…해외기업 엑소더스 막고 육성 속도 (마지막회)

입력 2021.07.30 06:00

전기차 배터리 시장 규모가 팽창하면서 기업·국가 간 인재 확보 전쟁이 격화한다. 첨단 기술 집약의 결정체인 배터리 경쟁력을 높이려면 오랜 내공을 쌓은 인재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며, K배터리 경쟁 우위를 이어가려면 인력 양성이 필수다. 인력의 해외 유출을 막는 방지책도 절실하다.

왼쪽부터 김동명 LG에너지솔루션 부사장, 지동섭 SK이노베이션 배터리 대표, 전영현 삼성SDI 사장 모습. 이들은 6월 9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인터배터리 2021’에 나란히 참석했다. / 이광영 기자
29일 배터리 업계에 따르면, 구인난을 겪는 LG에너지솔루션·SK이노베이션·삼성SDI 등 K배터리 3사는 인력 수급 목적의 교육기관 설립은 물론 상시 채용을 이어간다.

LG에너지솔루션은 차세대 배터리 전문 인력을 조기 육성하기 위해 오창2공장에 배터리 전문 교육기관인 LG IBT를 설립한다. 세계 배터리 업체 중 전문 교육기관을 자체적으로 신설하는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다.

LG IBT는 오창 2공장 내 지하 1층~지상 6층, 연면적 1만9500㎡ 규모로 짓는다. 최대 400명을 수용할 수 있다. 올해 11월 착공해 2023년 1월 준공이 목표다.

SK이노베이션은 최근 배터리 분야 신입사원 채용과 경력 사원을 채용 중이다. 채용 규모는 최소 수십 명으로 알려졌다. 8월 초 서류 접수를 마감하고, 늦어도 9월까지 경력 채용을 마무리한다. 삼성SDI도 상반기 인재 채용을 완료했으며, 경력직을 수시로 모집 중이다.

하지만, ‘제2의 반도체’ 수준으로 커질 전기차 배터리 산업에 대한 정부 차원의 인재양성 지원은 턱없이 부족하다. 2020년 말 한국전지산업협회가 추산한 2차전지 인력 부족 현황은 석박사급 연구·설계인력 1013명, 학사급 공정인력 1810명 등이다.

K배터리 3사는 정부에 배터리 인력 양성을 위한 지원을 지속 건의하고 있다. 전영현 삼성SDI 사장(한국전지산업협회 회장)은 6월 열린 ‘인터배터리’ 행사에서 "이차전지 산업이 성장하고 있지만 인력은 부족하다"며 "인력양성을 위한 정부 차원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문승욱 산업부 장관에게 호소했다.

정부는 매년 1100명 이상 규모로 산업계 수요에 맞는 수준별 인력양성을 추진한다. 수준 높은 연구·설계 인력에 대한 산업계 수요 증가에 따라 대학이 참여하는 석·박사급 인력 양성을 올해 50명에서 2022년 150명으로 세 배 늘린다. 한양대, 성균관대, 충남대, 전남대, UNIST 등 전지설계·소재·고도분석 등 분야별 인력 양성 프로그램 참여대학 5곳에서 추가 확대를 추진한다.

품질관리·공정운영 등 제조현장인력 및 학부 수준 인력양성도 추진한다. 국립대·지역거점대학 내 에너지·전기·전자 등 유관 전공학과에 이차전지 트랙을 구축, 기초·응용 교육 과정 신설 검토한다. 수준별 인력양성을 뒷받침하는 지원 인프라도 구축한다. 2023년 현장전문인력 부족 해소를 위해 현장경험을 제공하는 ‘이차전지 제조·공정 인력 양성 플랫폼’을 구축할 계획이다.

SK이노베이션 배터리연구소장 출신 이모 헝다 글로벌 배터리연구원장(왼쪽)이 쉬 자인 헝다 회장과 만나 악수를 하는 모습 / 헝다그룹
핵심인력 유출 방지를 위한 전략 수립은 여전히 과제로 남았다. 중국 최대 부동산그룹 ‘헝다(恒大)’는 2019년 초 배터리 기업을 설립하며 8000명쯤의 글로벌 인재를 채용했다. SK이노베이션 전 배터리연구소장과 LG에너지솔루션 사장, 삼성SDI 주요 임원이 헝다 배터리 회사의 요직을 차지했다. 800명쯤인 R&D 인력 중 상당 수는 K배터리 3사 출신인 것으로 파악된다.

2017년 설립된 스웨덴 배터리 업체 노스볼트의 R&D 분야에서도 한국 인재가 중추적 역할을 맡고 있다 노스볼트는 자사 홈페이지에 "30명 이상의 한국인과 일본인 기술자가 근무 중이다"고 소개했는데, 기술 유출 논란이 일자 해당 안내문을 삭제했다. 노스볼트는 세계 최대 완성차 업체 폭스바겐의 배터리 내재화 핵심 파트너로 참여하며 K배터리를 위협하는 존재로 급부상했다.

핵심인력의 잦은 이직 원인은 결국 ‘돈’이다. 중국, 유럽으로 향하는 인력을 어떻게 막을까에만 집중하기 보다 개선된 처우 및 근무 환경을 제공해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애국심에 호소하거나 불이익을 주는 방식은 핵심인력의 중국 유출을 근본적으로 막을 수 없다"며 "이들을 붙잡아 둘 수 있는 기업의 유인책과 정부의 R&D 지원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광영 기자 gwang0e@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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