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립PC의 ‘가성비’에 묻혀 부각되지 못했던 브랜드 게이밍PC가 새롭게 재조명받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한 자택 대기가 길어지면서 지루함과 답답함을 날려버릴 수 있는 게이밍 PC 수요가 크게 늘었다. 하지만, 올해 초부터 터진 암호화폐 채굴 광풍으로 그래픽카드 가격이 최대 300% 이상 천정부지로 치솟자 조립PC 가격도 덩달아 폭등했다.

게이머들의 시선이 글로벌 PC 제조사의 브랜드 게이밍 PC로 향하기 시작했다. 그래픽카드로 인해 가격이 폭등한 조립PC와 달리, 주요 부품을 사전 계약으로 대량 공급받는 글로벌 PC 제조사의 완제품 게이밍PC 가격은 큰 변화가 없었던 것. 오히려 가격 역전 현상까지 발생하면서 ‘가격 대비 성능’까지 좋아졌다.

HP의 게이밍PC 브랜드 ‘오멘(OMEN)’의 최신 게이밍 데스크톱 ‘오멘 30L’을 통해 브랜드 완제품 게이밍 PC의 장점을 살펴봤다.

HP 오멘 30L 데스크톱 / 최용석 기자
HP 오멘 30L 데스크톱 / 최용석 기자
게이머들이 주로 조립PC를 구매해온 이유는 원하는 사양과 구성을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는 조립PC만의 장점 때문이다. 하지만, 대기업 완제품 PC의 구성과 성능에 대한 불신도 조립PC 선호 현상에 한몫해왔다. 같은 가격의 조립PC와 비교해 등급이 낮은 부품을 사용해 성능이 훨씬 떨어지거나, 개성 없는 디자인의 OEM 부품들로만 채움으로써 상대적으로 볼품이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그것도 이제 옛말이다. HP 오멘을 비롯, 글로벌 PC 제조사들의 게이밍 PC 브랜드들도 게이머 특유의 감성적인 면을 고려하기 시작했다. 개성적이고 화려함을 선호하는 게이머들의 취향에 맞춰 디자인 역시 멋지고 화려해졌다. 사양 역시 고성능의 조립PC와 별 차이 없는 수준으로 끌어올렸다. 사용하는 핵심 부품들도 게이머 및 하드웨어 마니아라면 한 번쯤 들어봤을 만한 ‘브랜드’ 비중을 늘리고 있다.

HP 오멘 30L 데스크톱도 그러한 변화를 잘 보여준다. 본체의 정면과 측면에 강화유리 커버를 사용하고 로고와 냉각팬, 수랭 쿨러 등에 RGB LED를 사용해 시각적 화려함을 강조했다. 이는 최근 게이밍 PC의 디자인 트렌드에 충실한 구성이다. 물론, 요즘 트렌드를 따르는 것과 별개로, 품질과 디자인적 완성도는 조립PC와 비교할 바가 아니다.

HP 오멘 30L은 최근 게이밍PC 트렌드를 충실히 반영한 외모를 자랑한다. / 최용석 기자
HP 오멘 30L은 최근 게이밍PC 트렌드를 충실히 반영한 외모를 자랑한다. / 최용석 기자
조립PC의 약점은 고르지 못한 품질이다. 가격이 비싼 고급 부품을 사용하면 그만큼의 성능과 품질, 마감을 기대할 수 있지만, 일부 저가 부품 중에는 품질 관리가 제대로 안 되거나, 마감 및 내구성이 심각하게 떨어지는 제품도 더러 있기 때문이다. 또 시각적 화려함을 너무 강조한 나머지, 냉각 효율이나 밸런스 등은 전혀 고려하지 않고 LED 팬만 덕지덕지 탑재해 오히려 정신 사나운 제품도 있다.

HP 오멘 30L은 화려한 시각 효과와 절제된 세련미가 낭비 없이 잘 조화된 편이다. 정면은 과도한 조명을 억제하는 스모크 타입 강화유리를 사용하고, 큼직한 오멘 브랜드 로고와 1개의 LED 팬만 장착함으로써 단순하면서도 충분히 존재감 있는 디자인을 연출했다.

측면과 상단에는 원활한 공기 흐름을 위한 다수의 통기구가 넓게 분포되어 있다. 통기구 모양도 삼각형과 역삼각형이 맞물리는 날카로운 느낌의 메시(mesh) 구조를 채택함으로써 일반 조립PC에서는 보기 힘든 특유의 패턴으로 완성했다.

측면에는 강화유리 패널을 채택해 내부가 훤히 들여다보인다. / 최용석 기자
측면에는 강화유리 패널을 채택해 내부가 훤히 들여다보인다. / 최용석 기자
측면에는 투명한 강화유리 패널을 사용해 PC 내부 전체가 훤히 들여다보인다. 다만, 통유리를 아무런 보강 없이 그대로 장착한 제품이 많아 파손 위험이 높은 조립PC와 달리, 철제 프레임에 강화유리를 부착한 형태의 패널을 사용해 내구성을 보강한 것이 돋보인다. 강화유리와 철제 프레임의 이음매는 단차나 빈틈없이 깔끔하게 접합되어 있는 등 대기업 제품다운 외관 마감 수준을 자랑한다.

측면 패널은 케이스 뒤쪽의 버튼을 누르면 원터치로 잠금이 풀리면서 열린다. 적어도 1개 이상의 나사를 풀어야 하거나, 경첩과 자석으로만 고정하는 조립PC의 케이스보다 좀 더 고급스럽고 진보된 방식이다.

본체 뒤쪽 상단의 버튼(빨간색 원)을 누르면 측면 커버가 열리는 구조다. / 최용석 기자
본체 뒤쪽 상단의 버튼(빨간색 원)을 누르면 측면 커버가 열리는 구조다. / 최용석 기자
CPU 쿨러와 메인보드, 그래픽카드는 HP의 독자적인 제품을 사용하고, 메모리와 SSD, 파워서플라이 등은 유명 브랜드의 고성능 제품을 사용했다. / 최용석 기자
CPU 쿨러와 메인보드, 그래픽카드는 HP의 독자적인 제품을 사용하고, 메모리와 SSD, 파워서플라이 등은 유명 브랜드의 고성능 제품을 사용했다. / 최용석 기자
커버를 열고 드러나는 내부는 여느 조립PC와 별 차이가 없다. PC에서 사용하는 거의 모든 부품은 이미 규격화가 잘 되어 있고, 대기업의 완제품 PC도 예외는 아니기 때문이다. 다만, 일체형 CPU 수랭 쿨러와 그래픽카드는 HP의 오멘 로고가 부착된 오리지널 디자인의 제품을 사용했다.

고급스러운 검정색 기판의 메인보드 역시 시중에서 구할 수 없는, HP의 오리지널 기판을 사용했다. 시중에 따로 판매하는 부품들과 비교해도 디자인이나 구성, 완성도가 크게 뒤지지 않을 정도다.

그뿐만이 아니다. 메모리는 최근 HP가 인수한 킹스톤의 게이밍기어 브랜드 하이퍼엑스(HyperX)의 DDR4-3200 메모리를 듀얼 채널로 구성했다. 파워서플라이도 PC용 케이스와 냉각 솔루션으로 유명한 쿨러마스터 사의 750W 용량 제품을 사용했다. SSD 역시 웨스턴디지털의 고성능 SSD인 ‘WD 블랙 NVMe 1TB’ 제품을 탑재했다. 이쯤 되면 ‘대기업 완제품 PC는 싸구려 저가 부품만 사용한다’라는 선입견을 충분히 깰 만한 구성이다.

CPU와 그래픽카드도 고사양·고성능 게이밍PC에 어울리는 제품을 채택했다. / 최용석 기자
CPU와 그래픽카드도 고사양·고성능 게이밍PC에 어울리는 제품을 채택했다. / 최용석 기자
샘플로 제공받은 HP 오멘 30L 게이밍 데스크톱은 인텔 10세대 코어 i7-10700K 프로세서와 총 32GB(16GBx2)의 메모리, 지포스 RTX 3070 그래픽카드를 탑재했다. HP 홈페이지에서 확인해 보니 CPU는 최대 인텔 10세대 코어 i9 프로세서 또는 AMD 3세대 라이젠 9 프로세서까지 선택할 수 있다.

그래픽카드도 최대 지포스 RTX 3080까지 업그레이드가 가능하다. 4개의 메모리 슬롯은 최대 64GB까지 확장할 수 있고 RGB LED를 장착한 튜닝 메모리도 선택할 수 있다. 고성능 NVMe SSD는 최대 2개까지, SATA 방식의 HDD나 SSD도 2개까지 추가로 장착할 수 있다. 별도의 PCIe 방식 확장 카드를 추가할 수 없는 것만 제외하면 어지간한 조립PC 못지않은 확장성도 겸비한 셈이다.

3D 게이밍 성능을 측정하는 ‘3D마크’ 벤치마크 테스트 결과. / 최용석 기자
3D 게이밍 성능을 측정하는 ‘3D마크’ 벤치마크 테스트 결과. / 최용석 기자
WQHD 해상도에서 ‘배틀그라운드’를 최고 그래픽 옵션으로 구동한 모습. 평균 150프레임 안팎의 안정적인 게임 성능을 제공한다. / 최용석 기자
WQHD 해상도에서 ‘배틀그라운드’를 최고 그래픽 옵션으로 구동한 모습. 평균 150프레임 안팎의 안정적인 게임 성능을 제공한다. / 최용석 기자
성능 역시 동일한 CPU와 그래픽카드를 장착한 일반 조립PC와 비교해 큰 차이가 없다. ‘배틀그라운드’ 같은 고사양을 요구하는 게임도 거침없이 쌩쌩 즐길 수 있을 정도다. 조립PC는 오버클럭을 통해 성능을 더 끌어올릴 수 있지 않냐고 반문할 수 있지만, 오멘 30L 역시 CPU와 그래픽카드 오버클럭이 가능하다.

시스템 모니터링 및 각종 게임 관련 설정을 위한 전용 프로그램 ‘오멘 게이밍 허브’에 자동 오버클럭 항목이 별도로 제공된다. 냉각팬 속도 제어도 가능하고, 온라인 게임에 네트워크 트래픽 우선권을 배정하는 등 본격적인 게이밍 PC로서의 부가기능도 충실히 갖췄다.

시스템 모니터링과 LED 및 게이밍 기능 설정, 오버클럭 기능 등을 지원하는 ‘오멘 게이밍 허브’ 프로그램 실행 모습 / 최용석 기자
시스템 모니터링과 LED 및 게이밍 기능 설정, 오버클럭 기능 등을 지원하는 ‘오멘 게이밍 허브’ 프로그램 실행 모습 / 최용석 기자
브랜드 완제품 게이밍 PC의 장점은 또 있다. 대다수 완제품 게이밍 PC 브랜드들이 PC본체뿐 아니라 모니터, 키보드, 마우스, 헤드셋 등도 같은 브랜드로 선보이고 있다. 게이밍 PC의 모든 구성을 하나의 브랜드와 동일한 디자인 콘셉트로 통일하는 소위 ‘깔맞춤’이 가능하다.

이러한 주변기기 제품들의 성능이나 기능 역시 별도로 판매되는 전문 제조사 제품과 비교해 손색이 없다. 샘플로 받은 ‘HP 오멘 27i’ 게이밍 모니터의 경우, 27인치의 WQHD(2560x1440) 해상도에, 최대 165㎐의 고주사율을 지원하는 제대로 된 게이밍 모니터다. 외형도 후면 기판부와 스탠드를 HP 오멘 브랜드의 사각형 로고 형태로 디자인함으로써 PC 본체와의 일체감을 고려한 것이 돋보인다.

서로 다른 브랜드의 부품을 선택적으로 사용하는 조립PC의 경우, 디자인 및 브랜드의 통일성을 구현하기가 쉽지 않다. 기껏해서 색상을 한 가지로 통일한다거나, 겉으로 보이는 부품을 동일한 브랜드로 구성할 수 있지만, 브랜드 PC만큼 디자인적으로 완벽한 통일감을 구성하기가 쉽지 않다.

HP 오멘 브랜드의 게이밍 모니터 ‘오멘 27i’(왼쪽)와 함께 사용하는 모습. / 최용석 기자
HP 오멘 브랜드의 게이밍 모니터 ‘오멘 27i’(왼쪽)와 함께 사용하는 모습. / 최용석 기자
이처럼 장점도 많은 브랜드 완제품 게이밍 PC의 최대 약점이 바로 ‘가격’이었다. 그래픽카드 대란 이전까지만 해도, 브랜드 완제품 게이밍 PC 구입 비용이면 한 단계 더 높은 구성의 조립PC를 구성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래픽카드 가격의 상승으로 브랜드 완제품 PC와의 가격 격차가 줄어들면서 가격은 더는 약점이 아니게 됐다. 이왕 가격과 성능이 비슷하면 디자인 완성도가 더 높고, 품질 및 마감도 우수하며, 여차하면 확실한 기술지원까지 받을 수 있는 브랜드 완제품 게이밍 PC 역시 충분히 경쟁력이 있는 셈이다.

물론, 조립PC 역시 나름의 장점이 분명히 존재한다. 하지만, 대기업 브랜드 완제품 PC라 해서 더는 거리낄 이유도 없다. 당장 게이밍 PC가 필요한데, 조립PC만 고집하는 것보다는 ‘HP 오멘 30L’같은 브랜드 완제품 게이밍 PC를 선택하는 것도 괜찮은 방법이 될 수 있다.

최용석 기자 redpriest@chosunbiz.com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