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적으로 앞으로의 미래보다 현재의 가치 중심으로 소비하는 MZ세대(1980년대 초~2000년대 초 출생한 밀레니얼 세대와 1990년대 중반~2000년대 초 출생한 Z세대 통칭)가 최근 달라졌다. 코로나19 장기화로 불확실성이 높아진 상황에서 불필요한 소비를 줄이려는 성향을 강하게 보인다. 매월 고정적으로 지불하는 통신비나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구독료를 줄이려고 노력하는 등 달라졌다. 관련 업계도 트렌드 변화에 주목하며 분주하게 대응한다.

소비를 아껴 자금을 모으는 것을 형상화한 이미지 / 아이클릭아트
소비를 아껴 자금을 모으는 것을 형상화한 이미지 / 아이클릭아트
MZ세대, 욜로족에서 ‘짠테크족’으로 변신

1일 알뜰폰·OTT 업계 등에 따르면, MZ 세대 중심의 짠테크 트렌드가 자리잡았다. 짠테크는 ‘짜다’와 ‘재테크'의 합성어다. 무조건 아낀다는 개념보다 필요 없는 지출을 줄여 마련한 종잣돈으로 저축과 투자를 늘리는 행태를 말한다.

시장조사업체 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가 5월 전국 만 19~59세 직장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인식 조사에 따르면, 짠테크 경험 비율은 응답자의 97.3%에 달했다. 짠테크에 관심을 둔 세대별 비율은 30대(74.2%)와 20대(56.8%), 40대(36.8%) 순이다. MZ세대가 주도했다 할 수 있다.

이같은 현상은 미래보다는 현재에 주목해 소비를 아끼지 않던 MZ세대의 욜로(YOLO, You Only Live Once) 분위기와 다른 모습이다. 트렌드모니터 측은 "코로나19 확산으로 경제 불안감과 미래 불확실성이 가중한 가운데 이에 대응하고자 소비, 투자 방식의 일환으로 짠테크 관심이 높아졌다"고 평가했다.

알뜰폰 요금제 콘텐츠 이용권 혜택 얹고…OTT 계정 공유로 구독비 낮춘다

MZ세대의 짠테크 트렌드에 발맞춰 알뜰폰 업계가 발빠르게 움직인다. 알뜰폰 주력 소비층인 MZ 세대의 소비 분위기를 반영하고자 가격을 낮추되 MZ세대 생활 패턴에 맞는 상품을 선보인다.

유플러스(U+)알뜰모바일은 최근 MZ세대 라이프스타일을 반영한 20대 전용 알뜰폰 요금제인 ‘이십세 요금제’를 선보였다. 동영상 등 콘텐츠 수요가 커 데이터 소비량이 적지 않은 만큼 기본 제공 데이터에 월 150기가바이트(GB)를 추가 지원하는 것이 특징이다. 데이터 초과 비용을 3000원대로 고정하고, 남은 데이터를 포인트로 환급해 스타벅스나 편의점에서 사용할 수 있게 해 실용성을 높였다.

KT엠모바일과 KT스카이라이프, 프리텔레콤은 MZ세대의 음악 청취 수요에 맞춰 지니뮤직과 제휴를 맺었다. 알뜰폰 요금제에 지니뮤직 이용권을 결합해 제시하는 식이다.

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 조사 결과. 전반적으로 짠테크 관련 긍정적인 답변이 주류를 이룬다. / 트렌드모니터
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 조사 결과. 전반적으로 짠테크 관련 긍정적인 답변이 주류를 이룬다. / 트렌드모니터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업계도 새로운 서비스를 선보이며 짠테크족으로 떠오른 MZ세대 눈길을 끈다. 기존 요금제에 결합 혜택을 제시해 실속 이미지를 부여하는 식이다.

티빙은 3월 네이버플러스 멤버십과 결합해 멤버십 회원이라면 일부 금액만 추가해도 티빙에서 보유한 영화 콘텐츠를 보도록 했다. 왓챠는 6월 편의점 업체인 이마트24와 손잡고 왓챠 팝콘을 출시, 이마트24에서 해당 팝콘을 사면 2주~3개월 단위 프리미엄 왓챠 구독권을 랜덤으로 얻도록 했다.

여기에 OTT 플랫폼을 여러 개 동시 구독하는 MZ세대가 늘면서 계정 공유 플랫폼도 등장한 상태다.

멀티 OTT 결제 정산 플랫폼인 피클플러스는 사용자가 OTT 구독료를 줄일 수 있도록 다른 사용자와의 계정 공유를 중개해준다. 넷플릭스 프리미엄 멤버십을 혼자 이용하면 1만4500원이지만, 피클플러스를 통해 계정을 공유하면 4인 공유로 4900원만 지불하면 된다. 피클플러스에서 결제가 진행되기에 별도 개인정보 노출 없이 계정을 공유해 구독료를 줄일 수 있다는 게 회사 설명이다.

알뜰폰 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 확산으로 미래 불확실성이 부각되면서 재테크가 선택이 아닌 필수인 시대가 돼 가고 있다"며 "특히 재테크에 투자할 목돈이 부족한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짠테크가 인기를 끌고 있는 만큼 앞으로도 이들의 취향과 성향을 반영한 서비스 출시가 한동안 지속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김평화 기자 peaceit@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