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가 심혈을 기울여 만든 준대형 세단 K8이 4월 8일 출시 이후 첫 6000대 판매 고지를 달성했다. 4개월 만의 일이다. K7시절부터 비교대상이었던 현대자동차의 준대형 세단 그랜저를 제친 실적이라 의미가 깊다.

그랜저는 8세대 모델 출시 이후 긴 부진을 겪은 쏘나타의 자리를 이어 ‘국민차’ 입지를 소유했다. 그동안 그랜저의 아성을 넘긴 어려웠는데, 올해 K8이 상대적으로 노후한 그랜저 플랫폼과 디자인 대비, 정숙성 등 기대 이상 상품성을 기반으로 판매를 늘려 오랜만에 역전에 성공했다.

기아에서 4월 출시한 준대형 세단인 K8 / 기아
기아에서 4월 출시한 준대형 세단인 K8 / 기아
3일 완성차 업계와 현대자동차그룹 7월 실적 발표에 따르면, 기아 K8의 7월 한 달 판매실적은 6008대다. 기아 K8은 4월 8일 출시 이후 매월 5000대쯤 판매실적을 기록했는데, 7월 처음으로 6000대 고지를 넘겨 역대 최다 판매를 기록했다. 현대차그룹 내 경쟁자였던 그랜저의 5247대 판매를 넘어선 실적이다.

K8은 K7시절을 포함해 2019년 9월 이후 월별 판매대수에서 그랜저를 넘어서지 못했다. 부진한 쏘나타의 뒤를 이어 ‘국민차’ 자리를 차지한 그랜저에 밀려 국내 준대형세단 2인자에 머물렀는데, 모델명 변경을 감행하면서 출시한 K8이 호평을 받아 오랜만에 한풀이에 성공했다.

기아 K8이 K7시절부터 그랜저와 경쟁하면서 겪었던 설움의 역사는 깊다. 그랜저가 ‘성공의 상징’부터 ‘국민차’ 자리를 연이어 차지할 동안, K7은 대부분 2인자 자리에 머물렀다. 2009년 12월 K7 1세대(VG)로 시장에 나온 K7은 2005년 출시됐던 그랜저 4세대(TG)와 잠시 경쟁했지만, 그랜저 5세대(HG) 등장이후 크게 밀렸다.

그랜저 5세대는 2011년 1월 등장했는데, 기아 K7(現 K8)은 61개월간 월별 판매대수에서 그랜저를 한번도 넘지 못했다. 5년이상 그랜저의 그늘에 있었던 셈이다. 2세대 K7(YG)가 2016년 1월 출시되자 2월~4월간 그랜저에 잠시 앞섰으나, 서서히 경쟁에서 어려움을 겪다 2016년 11월 6세대 그랜저(IG) 출시 이후에는 다시 자리를 32개월 동안 내줬다.

2019년 7월에는 6월 출시된 2세대 K7 페이스리프트(부분변경모델)에 힘입어 그랜저를 가까스로 앞질렀으나, 똑같이 페이스리프트틀 앞뒀던 6세대 그랜저의 10월 구모델 할인행사에 밀렷다. 이후 K8 모델 변경으로 새 옷을 입고 2021년 7월 그랜저를 앞지를 때까지 21개월간 2인자로 있었다.

2009년 12월 K8(K7) 모델 출시 이후 그랜저와 월별 판매 경쟁 추이 / 양사·이민우 기자
2009년 12월 K8(K7) 모델 출시 이후 그랜저와 월별 판매 경쟁 추이 / 양사·이민우 기자
K8의 이번 승리는 개선된 상품성과 더불어 복합적인 요인이 다양하게 작용했다. K8은 모델명 변경이후 완성차 업계와 미디어로부터 정숙성과 디자인으로 호평받았다. 그랜저 생산지인 아산공장이 전기차 생산라인 설비로 7월 13일부터 가동중단에 들어간 효과도 누렸다. 다만 K8도 반도체 대란으로 인해 하이브리드 모델의 출고가 지연되는 등 생산이 원활하지는 않았다.

K8과 그랜저 간 경쟁은 당분간 더 이어질 전망이다. 특히 그랜저가 2022년 새로운 세대변경 모델을 출시할 것이 유력한만큼, 세대변경때마다 고전을 겪었던 K8이 올해의 호조세를 이어갈 수 있을지 주목된다. 다만 업계에서 그랜저가 차급을 준대형에서 대형으로 올려 세대변경 모델을 출시할 것으로 보는만큼, 직접적인 경쟁이 이루어지지 않을 가능성도 존재한다.

김필수 대림대 교수(자동차공학과)는 "K8이 모델명 변경으로 기존 K7의 이미지를 벗고 다양한 상품성 업그레이드를 통해 고급이미지 구현과 가성비 모두 사로잡는데 성공했다"며 "그랜저가 여전히 인기가 높지만 단순한 부분변경으로는 K8만큼의 성공적인 이미지 변신은 어려운만큼, 현대차도 향후 옵션 개선과 디자인 변경으로 그랜저의 변화를 시도해야한다"고 평가했다.

이어 "K8의 성공은 기아에 자신감을 심어줌과 동시에 현대차에 일격을 날린 모양새가 된만큼 2022년 펼쳐질 두 차량의 라이벌리를 기대해봐도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민우 기자 minoo@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