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SW 기업 재주부리기 강요 관행 '이제 그만'

입력 2021.08.05 06:00

한국의 백신 접종률(1차 기준)은 39.3%다. 미국(57.35%)이나 중국(43.21%)에 비해 낮은 수치다. 2차까지 접종을 완료한 수치는 14.2%로 더 낮다.

국민들이 백신의 부작용을 두려워해서 접종률이 낮다고 보긴 어렵다. 백신 접종 예약시스템에 신청자가 한꺼번에 몰려 서버가 과부하가 걸리는 것만 해도 상당수의 국민이 백신 접종을 원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잔여 백신 신청은 마치 인기가수 콘서트 티켓을 예매할 때처럼 성공하기 어렵다. 원활한 백신 접종률 상향에 성공하려면 백신 접종 예약시스템의 안정적 운영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하지만 7월 50대 대상 사전접종 예약 진행 당시 시스템이 다운되는 등 사태로 IT 강국이라던 대한민국의 민낯이 고스란히 노출됐다. 국제적 망신을 사기도 했다. 예상 대기시간이 무려 111시간에 달하는 경우도 있었다. 2020년 학생들의 동시 접속을 소화하지 못했던 온라인 교육 시스템 장애 사태가 데자뷔처럼 떠오른다.

코로나19 예방접종 사전예약 홈페이지 모습 / 질병관리청
정부는 시스템 오류가 생길 때마다 민간기업에 SOS를 친다. 원격수업 플랫폼 오류 때도 그러했듯, 최근 백신 접종 예약 시스템 장애 사태 예방을 위한 해결사로 민간기업을 불렀다.

하지만 정부의 요청에 수십명의 인력을 TF에 투입한 기업이 실질적으로 얻는 대가는 아직 없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 중요하긴 하나, 기업의 지원을 당연하게 여기는 정부의 태도는 잘못이다. 정부가 자체적으로 만들어 낼 수 없는 시스템이라면 기술 역량을 가진 민간기업에 용역을 주고 맡기면 된다. 코로나19 2년차를 맞는 현재까지 제대로 된 백신 접종 시스템을 만들지 못했다는 것이야말로 코미디다.

정부 부처의 수장이 현장에 나가 점검하며 관계자들을 격려해주는 일은 기업에 사실 크게 도움이 된다고 보기 어렵다. 오히려 장관이 현장 점검에 나간 사실을 보도자료로 배포한 것은 마치 정부가 현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 신경을 쓰고 있다는 식의 부처 홍보용 도구로 비춰진다.

정부부처 관계자는 시스템 지원기업에 대한 대가지급 여부를 묻는 질문에 "(예약시스템) 성공 여부에 따라 돈을 지급할 수 있다"며 "무상인지 여부는 아직 확실하지 않다"고 말했다.

전 세계가 클라우드로 가고 있는데도 물리 서버 확장만 고집한 것이 이번 장애의 원인으로 지목된다. 대통령이 나서서 관계자를 질책하니, 그제서야 클라우드 도입 논의가 이뤄지는 구태를 보인다. 진작에 클라우드를 도입하자는 결단을 내리지 못한 것이 아쉬울 따름이다.

정부가 직접 시스템을 만들려고 하기보다는 잘 하는 곳에 맡기는 것도 고려해야 한다. 보안에 문제가 없다면 충분히 가능한 이야기다. 수고한 기업에 대한 대가 역시 제대로 챙겨야 한다. 말로만 소프트웨어 제값주기를 외칠 것이 아니라 정부부터 솔선수범 해야 한다. 코로나19와의 장기전에 돌입한 상황에서 고식지계는 통하지 않는다.

류은주 기자 riswell@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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