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의 가상자산 법안 경쟁이 뜨겁다. 내년도 대선을 앞두고 앞다퉈 가상자산 관련 법안을 발의하고 있다. 양 당은 투자자 보호를 전면에 내세우지만 세부 항목을 살펴보면 추진 방향이 명확히 엇갈린다. 이로 인해 향후 2030의 표심이 어디로 쏠릴지에 업계 관심이 뜨겁다.

5일 업계에 따르면 국회가 가상자산 관련 법안을 잇따라 내놓고 있다. 새로운 법안을 만들거나 기존 법률의 적용 범위를 넓히는 내용 등 형태도 다양하다. 여야는 공통적으로 투자자 보호를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다만 세부 항목을 살펴보면 추진 방향이 명확히 엇갈린다.

여당, 가상자산 시장 규율하는 업권법 재정 추진

여당은 가상자산 시장을 규율하는 업권법 재정을 추진한다. 여당은 ▲전자금융거래법 일부 개정안(박용진 민주당 의원) ▲가상자산업법안(이용우 민주당 의원) ▲가상자산업 발전 및 이용자 보호에 관한 법률안(김병욱 민주당 의원) ▲가상자산 거래에 관한 법률안(양경숙 민주당 의원) ▲전자금융거래법 일부 개정안(민주당 박용진 의원) 등 총 5개 법안이 발의됐다.

대부분 가상자산 업종을 규율하는 업권법이라는 공통점을 가진다. 가상자산 시장을 제도권으로 끌어들이자는 데 초점을 맞췄다. 신고제인 가상자산 거래업을 등록·인가제로 바꾸는 게 골자다. 아울러 시세조종 및 미공개 정보 이용 거래 금지, 해킹 등 사고 발생시 사업자의 손해배상책임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여당은 다수의 법안들 중 최적의 대안을 만들어 낸다는 입장이다.

지난달 27일 가상자산 거래소 9곳 대표를 초청한 가상자산 TF 비공개 간담회에서도 업권법 관련 내용이 주를 이뤘다. 이를 바탕으로 민주당은 법인 거래를 일부 허용하고 외국인 등에 대한 거래를 제도화하는 규제 완화를 추진키로 했다.

야당은 특금법 개정에 주력

반면 야당은 특정금융법(이하 특금법) 개정에 주력하는 분위기다.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은 가상자산 실명계좌 발급을 돕기 위한 ‘가상자산거래 전문은행’ 설립을 골자로 하는 특정금융정보법 일부개정안을 발의했다. 아울러 거래소의 신고를 6개월 연장하자는 내용을 담았다.

윤창현 의원실은 공정한 신고수리 프로세스가 담보되지 않은 현행 특금법을 바로 잡기 위해 시간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정당하게 탈락하고 공정하게 합격하는’ 명확한 법을 만들자는 것이다.

조명희 국민의힘 의원도 실명계좌를 신고불수리 요건에서 삭제하고 신고 유예기간을 6개월 연장하는 내용의 특금법 개정안을 내놨다. 가상자산 거래소가 신고절차를 마친 뒤에 실명계좌를 발급하도록 요건을 완화하자는 내용이다. 은행이 실명계좌 발급을 거부하면 거부사유를 구체적으로 작성한 서면을 사업자에게 교부하도록 했다.

다만 야당의 특금법 개정은 김병욱 민주당 의원 측이 부정적인 입장을 고수하면서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김 의원 측은 시장과 약속이 지키는 게 불확실성을 줄이는 방법이라고 주장한다. 지난 3월 25일 시행된 특금법은 지난 2018년 김병욱 의원 발의안에 뿌리를 두고 있다.

업계는 업권법은 많은 논의가 필요해 시간이 오래 걸리기 때문에 일단 급한 불부터 끄자는 의견이 우세하다. 가상자산 업계 관계자는 "여당에서 시장을 육성할 수 있는 명확한 방침이 아직 세워진 것 같지 않다"며 "특금법의 미비점을 점검하고 이를 보완하는 게 우선이다"라고 말했다.

한편 특금법에 따르면 가상자산 사업자는 9월 24일까지 금융위원회에 신고를 완료해야 한다. 신고를 하려면 정보보호관리체계(ISMS) 인증을 획득하는 한편, 원화마켓을 운영하는 사업자는 실명계좌 확인서를 발급받아야 한다. 하지만 아직 실명계좌 확인서를 발급받은 사업자는 한 곳도 없다.

조아라 기자 archo@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