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올림픽이 지난 8일 폐막식을 끝으로 마무리됐다. 코로나 사태가 심각해진 상황에서도 올림픽을 열어야 한다기에 '아니, 그래도 이 시국에 굳이 저런 대규모 행사를 해야 하나'라는 생각이 많았다.

그런데 막상 뚜껑을 열고 보니, 올림픽은 역시 올림픽이었다. 올림픽에 따라 붙는 수식어인 '축제'와 '화합'의 장이라는 취지를 제대로 살려냈는지는 모르겠지만 정말 재미있었고 볼 만했다. 일본이 우리나라와 시간대가 같아 퇴근 후 저녁 먹고 맥주 한 잔 하면서 보기에 딱이었다. 양궁, 펜싱 등 메달을 딴 종목도 좋았지만 배구, 야구, 축구 등에서도 간만에 벌어진 국가대표 경기에서 박수치고 소리지르며 파이팅을 외쳤다. 우리나라 뿐 아니라 여러 나라의 여러 선수들이 보여준 인생 스토리도 관심있게 봤다.

그 중 인상적이었던 것은 개회식이었다. 테니스 여왕 오사카 나오미(24·테니스)가 성화 주자로 등장했고 NBA에서 활약하는 하치무라 루이(23·농구)가 일본 대표팀 남자 기수를 맡았다. 세계 정상급 스타인 이들은 피부가 검은 ‘하푸(half·일본 국적 혼혈인)’이다. 유도 100㎏급 결승에서 우리나라 조구함 선수를 꺾은 일본의 애런 울프도 미·일 혼혈 선수다.

외신에서는 이를 두고 "오랫동안 인종적 동질성이 지배적 관념으로 자리 잡아왔던 이 나라에서 인종과 정체성에 대한 태도가 바뀌고 있다는 사실을 반영하고 있다", "느리기는 하지만 점차 변화하고 있는 일본을 보여주고 있으며, '일본인이란 누구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을 새로 쓰고 있는 것(redefine)" 등으로 보도했다.

물론 일본 내에서 반대 여론이 없는 건 아니다. 일본의 일부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는 이들이 '일본인스럽지 않다'고 하기도 했고, 오사카 나오미 선수가 테니스 여자 단식 16강에서 탈락하자 '일본 말도 제대로 못하는 반쪽짜리'라는 비난이 나오기도 했다.

그러나 어쨌든 일본은 정책적으로 변화하고 있다. 일본의 인구는 2007년부터 자연감소가 시작됐고 65세 이상 고령층이 전 국민의 28.1%(2018년 통계)로 초고령사회 기준(20%)을 훌쩍 넘는다. 그만큼 노동력이 부족해 외국인 정책에서 많은 변화를 추진하고 있다.

2009년 외국인 연수생에 대해 기존의 '(산업)연수'가 아닌 '기능실습' 체류 자격을 부여하고 체류 기간을 최대 3년에서 5년으로 연장하는 등 제도가 바뀌었다. 2014년에는 고도전문직에 종사하는 외국인에 대해 '고도전문직 1호' 체류자격을 부여하고 일정 기간 체류한 후에는 제류기간의 기한을 두지 않는 '고도전문직 2호'로 변경할 수 있도록 제도를 신설했다.

이같은 제도 변화로도 부족한 노동력 보완 문제를 해결하기에 한계에 이르자, 일본 정부는 비숙련 노동자를 원칙적으로 받아들이지 않았던 정책도 변경했다. 2018년 국내에서 노동력을 확보하기 어려운 산업 분야를 선별해 '특정기능 1호'와 '특정기능 2호'라는 외국인 체류자격을 신설했다. 제도적으로 비숙련자도 특정 산업에서는 일본 취업시장으로 유입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이 제도는 2019년 시행돼 어업, 농업, 숙박업, 건설업, 건물청소업 등 14개 업종에서는 최장 10년까지 외국인이 일할 수 있게 됐다. '특정기능 2호'는 일본어 능력과 업무 숙련도를 갖춰야 취득할 수 있으며, 체류자격의 상한선이 없고 가족에게도 체류자격이 부여된다.(행정연구원의 2019년 12월 발간 보고서 '사회통합을 위한 외국인 체류관리 행정체계 개선방안 연구' 참고)

자, 이제 우리나라를 돌아보자. 우리나라는 2020년부터 인구 자연감소가 시작됐다. 합계출산율은 2020년 기준 0.84명으로 일본(1.34명)보다 낮다. 65세 이상 인구 비율은 16.4%로 전년의 15.5%에서 급격히 높아졌다.

국내 체류 외국인은 2000년 50만명을 넘은 이후 7년 후인 2007년 100만명을, 다시 6년 후인 2013년 150만을 돌파했다. 3년 후인 2016년 200만명을 넘었고, 또 3년 후인 2019년에는 252만명이 됐다. 최근 외국인 인구 증가율은 폭발적이라 할 만하다. 2014~2019년 5년간 내국인 인구증가율이 연평균 0.46%에 그친 반면, 외국인 인구 증가율은 연평균 8.52%에 달했다. 우리나라의 경제적 위상이 높아지고, '한류' 등으로 우리나라를 좋아하는 외국인이 많아진 영향으로 보인다.

하지만 우리나라가 유치노력을 해야 하는 고급인력, 즉 취업자격 기준 '전문인력' 수는 정체돼 있다. 2015년 4만9000명에서 2019년 4만7000명 수준에 머물고 있다. 인구절벽 위기가 닥쳤는데도 비자제도 개편 등 우리나라의 외국인 정책은 여전히 조심스럽다. 미래지향적으로, 좀 더 종합적이고 체계적으로 시스템을 전환하려는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정부는 범부처 인구정책 태스크포스(TF) 내 외국인 정책반을 운영하고 있지만 효과가 큰 정책은 대부분 '중기' 과제로 미뤄놨다. 일자리 잠식 등 국내 반발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 사람들의 외국인에 대한 인식도 문제다. 행정연구원이 올해 3월 발간한 '2020년 사회통합실태조사'에 따르면 외국인을 우리나라 국민으로 받아들이는 것에 대해 응답자의 43%가 동의한다고 답했다. 부정적으로 인식한다는 응답자는 26.1%였다. 하지만 '외국인'에 대한 신뢰도는 4점 만점에 1.9점으로 '이해관계 없는 타인'과 같았다. '지인'(2.9)과 '이웃'(2.7)에 비해 크게 낮았다.

우리나라에서 외국인은 내국인과 동일한 인간이 아니라 하나의 객체로 인식되는 경향이 강하다. 결혼이민자는 저출산 문제의 대안으로, 외국인 노동자는 3D 업종 관련 인력 대책의 일환으로 바라보는 것이다. 김치나 매운 음식도 잘 먹고 소주잔을 기울이는 등 한국 문화에 동화되기를 바라는 것이지, 그들의 문화를 그대로 유지하면서 한국에 사는 것에 대해서는 별로 좋아하지 않는 듯하다. 우리 특유의 '줄 세우기' 성향으로 외국인에 대해서도 선진국과 후진국을 차별하고, 백인과 흑인 또는 동남아시아인을 달리 본다.

1964년 도쿄올림픽에서 2021년 도쿄올림픽까지 57년. 그렇다면 1988년 서울올림픽에서 56년이 지난 2044년에 서울올림픽이 다시 열릴 수 있을까. 만약 열린다면 2044년 서울올림픽 개회식에서 '한국을 대표하는 얼굴'은 어떤 모습일까. 2021년 도쿄올림픽에서 일본의 모습은 우리가 가게 될 길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