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4K 게임마니아 위한 그래픽카드 '지포스 RTX 3080 Ti'

입력 2021.08.10 08:57

엔비디아의 차세대 게이밍 그래픽카드 지포스 30시리즈는 지난 2020년 9월 혜성처럼 등장했다. 이전 세대 동급 제품보다 월등히 향상된 성능과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으로 전 세계 게이머들의 관심과 지지를 한 몸에 받았다. 그중에서도 ‘지포스 RTX 3080’은 이전 세대 최상급 모델인 RTX 2080 Ti를 훨씬 웃도는 성능으로, 지포스 20시리즈가 극복하지 못한 ‘4K 게이밍’ 시대의 막을 열 제품으로 꼽혔다.

하지만 실제 3080의 성능은 ‘4K 게이밍’의 벽을 완벽하게 극복하기에는 살짝 부족한 것으로 드러났다. 그렇다고, 한 수 위의 성능을 제공하는 ‘지포스 RTX 3090’은 거의 2배에 달하는 가격으로 선뜻 구매할 제품은 아니었다.

조텍 게이밍 지포스 RTX 3080 Ti 트리니티 OC 그래픽카드 / 최용석 기자
이에 엔비디아는 2021년 초부터 재개된 암호화폐 채굴 대란을 잠재우는 동시에, 3080의 아쉬웠던 부분을 보충한 후속 모델 ‘지포스 RTX 3080 Ti’를 지난 6월 발표했다.

8월 현재 다양한 제조사에서 지포스 RTX 3080 Ti 제품을 출시했다. 조텍의 ‘게이밍 지포스 RTX 3080 Ti 트리니티(Trinity) OC’ 제품을 통해 기존 3080보다 실제 성능은 얼마나 좋아졌는지, 4K 게임 성능은 어느 수준까지 나오는지 직접 확인했다.

조텍의 지포스 RTX 3080 트리니티(사진 앞)와 RTX 3080 Ti 트리니티(사진 뒤)는 외관상 거의 차이가 없다. / 최용석 기자
여러 제조사에서 선보인 지포스 RTX 3080 Ti 제품들은 외형이나 구성 등이 기존 3080과 별 차이 없는 제품이 많다. 이는 3080과 3080 Ti가 기본적으로 같은 기판을 공유하기 때문이다. 사양에서도 3080 Ti에서 GDDR6X 메모리칩 2개를 뺀 구성이 바로 3080이다.

조텍 게이밍 지포스 RTX 3080 Ti 트리니티 OC도 겉으로는 이전 ‘RTX 3080 트리니티’ 모델과 거의 차이가 없다. 3개의 냉각팬과 두툼한 방열판, 약 320㎜에 달하는 카드 길이, 측면 LED 라이트와 후면의 메탈 백플레이트 등의 구성은 외형이나 사진만 보고 구별하기가 쉽지 않다.

외부 디자인은 거의 비슷하지만 3080(왼쪽)보다 3080 Ti 제품의 방열판 두께가 약 5㎜ 더 두텁다. / 최용석 기자
하지만, 두 제품의 실물을 직접 비교하면 딱 한 가지 차이점이 있다. 바로 방열판의 폭이다. 기존 RTX 3080 트리니티의 방열판 폭이 약 20㎜인 것과 달리, RTX 3080 Ti 트리니티 모델의 방열판 폭은 약 25㎜로 5㎜쯤 더 두텁다. 대략 방열판의 면적이 약 25%더 커진 셈이다.

이러한 방열판 사양 변경은 3080 Ti가 되면서 늘어난 발열을 해소하기 위한 변경으로 풀이된다. 방열판의 전체 면적이 늘어날수록, 같은 냉각팬을 사용해도 냉각 효율이 향상되기 때문이다.

같은 3080 라인업이지만 Ti(오른쪽)가 되면서 모슨 스펙이 향상됐다. / 최용석 기자
방열판 두께를 제외한 나머지 외형은 거의 동일하지만 ‘알맹이’는 차이가 있다. 3080보다 상위 모델인 3080 Ti는 그만큼 쿠다(CUDA)코어를 비롯한 내부 코어 개수, 캐시 메모리 용량, 비디오메모리 용량 등이 모두 향상됐다. 특히 10GB의 다소 어중간한 비디오 메모리를 탑재한 RTX 3080과 달리, RTX 3080 Ti는 12GB의 온전한 용량의 비디오 메모리를 탑재했다. 늘어난 메모리 용량만큼 메모리 대역폭도 향상되기 때문에 전반적으로 한 수 위의 성능을 제공하게 된다.

실제 성능 차이도 눈에 띌 정도다. 게임 성능을 파악하기 위한 대표적인 벤치마크 도구인 ‘3D마크’의 경우 ‘타임 스파이’ 항목은 약 2000점, ‘파이어 스트라이크’ 항목은 약 5000점의 그래픽 점수 차이를 보인다. 모델명만 보면 3080과 3080 Ti가 같은 번호 대를 갖고 있지만, 성능만 보면 확실히 한 단계 윗선의 성능 차이가 나는 셈이다.

조텍 3080 Ti 트리니티(왼쪽)와 3080 트리티니의 3D마크 벤치마크 점수 비교 / 최용석 기자
실제 게임 성능에서도 비슷한 결과가 나온다. ‘배틀 그라운드’, ‘섀도 오브 더 툼레이더’, ‘어쌔신 크리드 : 발할라’ 등 비교적 최신·고사양 게임을 WQHD 해상도(2560x1440)와 각 게임별 최고급 그래픽 옵션(엔비디아 DLSS 옵션 등은 해제)으로 실행해 보니, 평균 10프레임 안팎의 차이를 보여준다.

숫자만 보면 평균 10프레임 안팎의 성능 차이는 별것 아닌 것처럼 보일 수 있다. 그러나 테스트 환경의 모니터 해상도가 일반 풀HD가 아닌 WQHD(또는 QHD)임을 고려하면 얘기가 다르다.

배틀그라운드 게임 프레임 성능 차이 / 최용석 기자
섀도 오브 더 툼레이더 게임 내 벤치마크 성능 비교 / 최용석 기자
게임 화면의 해상도가 높을수록 프레임당 처리하는 데이터의 양도 급증하고, 요구하는 성능 폭도 급격히 늘어난다. 풀HD에서 WQHD로, 4K UHD(3840x2160)로 해상도가 늘어날 때마다 성능 차이는 더욱 벌어진다. 바꿔말하면 QHD 해상도에서 평균 10프레임 안팎의 차이는 결코 작은 차이가 아니며, 4K 해상도로 올라갈수록 더 크게 벌어진다는 의미다.

실제 4K 해상도에서 게임을 실행해 보면 체감되는 차이도 분명하다. 4K 60㎐ 디스플레이에서 ‘스타워즈 제다이 폴른 오더’, ‘콜 오브 듀티:블랙옵스 콜드 워’ 같은 고사양 AAA급 게임을 최고 그래픽 옵션으로 실행해 보았다. 일부 장면에서 살짝 버벅거리거나, 초당 프레임율이 급격히 떨어지는 3080과 달리, 3080Ti는 상대적으로 버벅대거나 순간적인 프레임 저하가 줄어든 것이 확실히 체감 할 수 있는 수준이다.

3080 Ti 트리니티로 ‘콜 오브 듀티:블랙옵스 콜드 워’를 4K 해상도+최고 그래픽 옵션으로 플레이하는 모습. 최소 평균 100프레임 안팎의 안정적인 퍼포먼스를 유지한다. / 최용석 기자
이만한 성능 차이를 보여주면서도 온도 유지 능력에서 3080 Ti 트리니티가 3080 Ti 트리니티보다 더 좋은 모습을 보이는 것이 인상 깊다. 실내온도 26도에서 각종 벤치마크 및 게임 실행 시 GPU 온도가 최대 73~74도까지 올라가는 3080 트리니티와 달리, 3080 Ti 트리니티는 70도대를 유지한다.

반도체 특성상 성능이 향상될수록 소모하는 전력도 덩달아 늘어나고, 그만큼 더 많은 열이 발생하는 것은 상식이다. 그런데도, 3080보다 3080 Ti 제품의 GPU 온도가 더 낮은 것은 약 5㎜ 더 두툼해진 냉각 솔루션의 성능이 훨씬 뛰어나다는 의미다.

벤치마크 테스트 중 GPU 온도 상승 그래프 모습. 더 강화된 냉각 솔루션을 채택한 3080 Ti 트리니티(왼쪽)의 온도가 기존 3080 트리니티보다 낮게 나온다. / 최용석 기자
사실, 3080 Ti는 사양이나 성능 기준으로 일반 3080보다는 3090에 더 가까운 제품이다. 실제로 여러 HW 관련 커뮤니티나 인플루언서 등이 진행한 각종 테스트 결과에 따르면, 3080과 3080 Ti의 성능 차이가 약 6~7%인데 반해 3080 Ti와 3090의 성능 차이는 약 2~3%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즉 실질적인 게임 성능 차이는 3080 Ti와 3090이 거의 동급이나 다름없다는 의미다.

물론 한 장당 170만원을 훌쩍 넘는 가격(3080 Ti FE 기준)은 일반적으로 추천하기 힘든 것도 사실이다. 이 정도 가격이면 그래픽카드를 뺀 고사양 PC 본체나 중상급 사양의 노트북 한 대 가격에 맞먹는다.

최상급 4K 게이밍 환경을 위해서라면 지포스 RTX 3080 Ti는 투자할 만한 가치가 있다. / 최용석 기자
하지만 4K 해상도에서 최상의 화질과 최고의 퍼포먼스를 추구하는 게임 마니아라면 3080 Ti만 한 그래픽카드도 없는 상황이다. 오히려 220만원을 넘는 3090에 비하면 비슷한 성능에 40만원 이상 저렴하니 오히려 이익이다.

4K를 지원하는 게이밍 모니터의 수도 점차 늘어나는 추세다. 조금 비싼 감은 있지만, 현시점에서 최적의 4K 게이밍 환경을 구현한다면 지포스 RTX 3080 Ti는 그만큼 투자할만한 가치가 있다.

최용석 기자 redpriest@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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