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노사가 창사 이래 첫 단체협약을 체결한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2020년 5월 대국민 회견에서 ‘무노조 경영 폐기’를 선언한지 1년3개월만이다.

삼성전자 노사는 12일 경기 용인 기흥캠퍼스에서 단체협약 체결식을 진행한다. 체결식에는 김현석 사장 등 회사 대표와 노조 관계자 등이 참석할 예정이다.

삼성 깃발 / 조선일보 DB
삼성 깃발 / 조선일보 DB
노사는 이날 단체협약 체결과 함께 상생의 노사 관계를 다짐하는 화합 선언문도 채택할 예정이다.

노사는 지난해 11월 상견례를 겸한 1차 본교섭을 시작으로 지난 9개월간 30차례에 걸쳐 교섭을 벌였다. 7월 말 단체협약안에 잠정 합의했고, 노조는 조합원 투표 등 추인 절차를 거쳤다. 노조 중 가장 규모가 큰 전국삼성전자노조가 조합원 96%의 찬성으로 단체협약을 추인했다.

단체협약은 노동조합법에 따라 취업규칙이나 개별 근로계약보다 우선하는 직장 내 최상위 자치 규범이다. 삼성전자 노사 합의안은 노조 활동 보장과 산업재해 발생시 처리 절차, 인사 제도 개선 등 95개 조항으로 구성됐다.

이재용 부회장은 국정농단 사건 등 여러 수사·재판을 받으며 삼성과 총수 일가가 부정적 과거와 단절하겠다는 의지를 강조했다. 삼성 준법경영감시위원회를 구성하고 2020년 5월 대국민 회견때 무노조 경영 폐기를 명시적으로 밝히기도 했다.

특히 삼성전자 단체협약 체결 다음날인 13일에 이 부회장이 가석방으로 출소하기에 의미는 더 크다.

삼성전자가 11일 사내 단체급식을 외부 중소·중견업체에 확대 개방한다고 발표한 것도 이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삼성 준법감시위원회는 17일 정기회의를 개최할 예정이다. 재계 일각에서는 이 부회장의 가석방 이후 첫 공식 활동이 준법감시위 방문이 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이광영 기자 gwang0e@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