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번가가 8월말 ‘아마존 글로벌 스토어' 운영을 시작한다. 하지만 해외직구 차별화로 e커머스 시장 점유율 상승을 이끌어내기 어렵다는 분석이 나온다.

해외직구 거래액은 e커머스 전체 거래액 대비 2.5% 수준에 불과하다. 11번가가 아마존 협업 카드를 쓴다 해도 기존 시장을 뒤엎기 어렵다. 다만 2023년 기업공개(IPO)에는 긍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

각 사 로고 / 11번가, 아마존
각 사 로고 / 11번가, 아마존
SK텔레콤은 11일 2분기 실적 발표 컨퍼런스콜을 통해 미국 아마존과의 협업 서비스인 ‘아마존 글로벌 스토어'를 8월말 오픈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서비스가 오픈되면 소비자는 11번가를 통해 미국 아마존의 상품을 구매할 수 있을 전망이다.

박정호 SK텔레콤 대표는 6월 "SK텔레콤과 연계한 강력한 멤버십 서비스를 준비 중이다"고 밝힌 바 있다.

아마존의 강점으로 평가받는 OTT ‘프라임 비디오’와 전자책 ‘킨들'까지 11번가 계정으로 연결될지는 아직 베일에 가려진 상태다.

11번가는 아마존과 협업해 해외직구 서비스를 제공하지만, 이것이 시장 점유율 상승에 영향을 줄 지는 미지수다. 2020년 국내 e커머스 규모는 160조원에 달하는데, 유통업계는 11번가가 아마존 해외직구 서비스로 시장 판도를 바꾸기에 무리가 있다고 평가한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국내 해외직구 시장이 급성장한다 해도 국내 e커머스 대비 거래액 비중이 낮은 탓에 11번가의 강력한 성장동력이 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국내 해외직구 거래액은 2020년 기준 4조1094억원이다. 같은 해 국내 e커머스 전체 거래액 161조원과 비교하면 2.5%에 불과하다.

그럼에도 11번가가 해외직구에 배팅하는 이유는 지속적인 수요 상승 탓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0년 국내 해외직구 시장규모는 4조1094억원으로 전년 대비 13% 성장했다.

11번가는 해외직구 시장에서 고전을 면치 못했다. 경쟁업체 대비 반토막 이하 수준이다. 아마존 카드로 해외직구 수요를 끌어 모아도 경쟁사와 맞붙기에 어려울 수 있다.

11번가의 더딘 실적 성장세도 발목을 잡는다. 11번가 매출은 2017년 6882억원에서 2020년 5456억원으로 오히려 감소했다. 같은 시기 영업이익도 2019년을 빼면 매년 적자를 기록했다.

2020년 매출 기준 쿠팡은 13조7800억원(119억6733만달러)으로 국내 e커머스 업체 중 가장 크다. 거래액 기준으로 국내 1위인 네이버의 경우 e커머스 부문 매출만 1조897억원을 기록했다. 최근 신세계 그룹에 편입된 이베이코리아의 경우 매출 1조3000억원, 신세계의 e커머스 대표주자 SSG닷컴은 1조2941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다만, 프라임 비디오와 킨들 등 아마존 킬러 콘텐츠가 SK텔레콤과 연계될 경우 이야기가 달라진다. SK텔레콤이 국내 최다 이동통신 이용자를 확보한 만큼, 쿠팡의 ‘와우' 유료 멤버십처럼 소비자를 묶어두는 ‘락인(잠금·Lock in)’효과를 가져다 주는 것은 물론 신규 회원 유입도 기대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김형원 기자 otakukim@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