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가 싱가포르에 새 블록체인 자회사 ‘크러스트(Krust)’을 설립하며 김범수 의장의 주요 측근을 대거 배치했다. 업계 일각에서는 이를 두고 카카오가 글로벌 블록체인 사업 확장에 힘을 싣는 과정에서, 그라운드X에 힘을 빼는 행보라고 분석했다.

김범수 카카오 이사회 의장 / 카카오
김범수 카카오 이사회 의장 / 카카오
2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2018년 계열사를 설립해 블록체인 사업에 나섰던 카카오가 싱가포르에 전문회사 크러스트(Krust)를 설립하고 블록체인 전열을 재정비했다. 크러스트 대표에는 송지호 카카오 공동체성장센터장을 선임했다. 강준열 전 카카오 최고서비스책임자(CSO)도 크러스트에 합류했다. 이들은 카카오 임원출신으로 카카오 초기 멤버다. 또 김범수 의장의 측근으로 알려졌다.

크러스트는 카카오의 해외 블록체인 사업 전진기지로 블록체인 플랫폼을 활용한 서비스를 발굴하고 육성하는 진전기지 역할을 맡는다. 함께 설립된 비영리법인 클레이튼 재단은 클레이튼과 카카오 가상화폐 클레이 생태계 정책을 총괄한다. 이는 카카오의 블록체인 자회사 그라운드X가 맡아온 역할이었다.

카카오 블록체인 자회사인 그라운드X는 앞서 클레이튼 블록체인 개발과 생태계 확장 역할을 도맡아 왔다. 카카오는 싱가포르에 위치한 클레이튼(Klaytn Pte. Ltd.)를 통해 한국 그라운드X를 지배하면서, 글로벌 블록체인 사업을 진행해왔다. 이 가운데 새 조직이 출범하면서 앞으로 그라운드X는 블록체인지갑, 대체불가토큰(NFT), 서비스형 블록체인(BaaS) 등 플랫폼 사업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관련업계는 김 의장의 주요 측근을 배치한 새 회사를 싱가포르에 출범하면서 사실상 그라운드X에 힘을 빼는 수순이라고 분석했다. 그 동안 그라운드X가 도맡아 오던 클레이튼 생태계 활성화 정책을 신규 회사를 설립하며 힘을 뺏는 모양새이기 때문이다. 클레이튼이 글로벌 생태계 속에서 자리를 잡으면 지배구조 정점에 있는 카카오는 내수기업 틀을 깨고 글로벌 비즈니스를 추가할 수 있다고 분석한다.

여기에 그라운드X와의 소통 부족도 이유로 꼽힌다. 그간 업계에는 카카오와 그라운드X 사이에 소통이 원활하지 않다는 평가가 나왔다. 또 그라운드X 경영진과 카카오 간 연결고리가 약하다는 뒷말도 심심치 않게 흘러나왔다.

특히 카카오가 2018년 카카오3.0을 선언하며 글로벌 진출 핵심 전략으로 콘텐츠와 블록체인 사업을 꼽은 상황에서 소통이 원활하지 않은 그라운드X에 주요 사업을 맡기기 어려웠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카카오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카카오가 계열사가 블록체인 사업을 확장하는 과정에서 다른 기업과 접촉을 시도했다"며 "이는 관계사인 그라운드X와 협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얘기로 해석된다"고 말했다.

이은주 기자 leeeunju@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