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에 나는 여러 가지 맛은 주로 커피생콩을 열로 볶을 때 열분해를 통해 형성된다. 커피는 약한 볶음부터 아주 강한 볶음까지 여러 단계로 볶을 수 있다. 커피에 포함되어 있는 맛있는 당 성분은 강볶음 단계로 갈수록 과도한 열분해로 인하여 분해되어 단맛의 특성이 사라지고 대신 페놀 화합물로 대체되어 쓴맛이 만들어지게 된다.
인간이 가장 좋아하는 맛은 단맛으로 알려져 있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다크초콜릿을 먹거나 맥주, 포도주, 토닉워터 등을 마실 때 느끼는 쌉쌀한 쓴맛을 기분 나쁘게 느끼지 않는다. 쓴맛이 음식이나 음료의 전체적인 풍미를 높여주는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커피에서도 흔하게 쓴맛이 난다. 그래서 쓴맛이 커피의 기본적이고 대표적인 맛으로 생각하는 사람들도 많이 있다. 그러나 쓴맛이 대표적인 커피 맛은 아니다. 커피의 쓴맛은 3가지 요인에서 기인된다. 첫째는 클로로겐산, 퀸산 등 커피에 함유되어 있는 비휘발성 산 때문이다. 클로로겐산은 페놀 성분으로 떫고 거친 자극적인 맛을 가지고 있다. 아라비카 커피(3.8~7.0%)보다 로부스타 커피(5.7~8.6%)에 더 많이 함유되어 있다. 클로로겐산은 미성숙한 열매이거나 블랙빈(너무 많이 익어서 나타나는 결점두)에 특히 많이 들어있다. 이것은 항균작용과 항산화 작용을 하는 긍정적인 효과를 가지고 있지만, 열에 불안정하여 중볶음까지 60%가 소실되고 강볶음에 이를 때에는 90%까지 감소하게 된다. 강볶음으로 진행되면 클로로겐산은 카페산과 퀸산으로 분해된다. 퀸산은 두드러진 쓴맛을 나타내고 카페산은 시큼한 맛과 오래된 퀴퀴한 맛을 나타낸다. 따라서 강볶음 커피로 갈수록 쓰고 시큼한 커피맛이 나타나게 된다.
둘째는 코코아 콩, 너트, 찻잎 등에 자연적으로 함유되어 있는 카페인과 트리고넬린 성분에 의한 것이다. 카페인은 무취하나 쓴맛을 내는 성분이다. 잘 알다시피 카페인은 아데노신 작용을 억제하여 각성효과가 있으며, 중추신경계를 자극하고 혈압 및 대사율을 증가시키고 이뇨 작용을 촉진시킨다. 카페인은 열에 안전하여 로스팅 후에도 성분 변화는 거의 없다. 트리고넬린은 커피 성분 중에서 0.6~1%를 차지하며 카페인의 4분의 1 정도에 해당된다. 트리고넬린은 카페인과 달리 열에 불안정하여 중볶음에 이를 때까지 40~60%까지 소실되고 강볶음에 이를 때에는 85%까지 감소된다. 트리고넬린은 열분해에 의해 니코틴 산으로 변하고 휘발성 향기 성분인 피리딘(pyridines)과 파이롤(pyroles)을 생성한다. 강볶음 커피에서 쓴맛과 함께 보통 커피다운 향이라고 느끼는 향기는 트리고넬린의 열분해에 의한 것이다.
셋째, 쓴맛은 커피생콩을 로스팅 할 때 열분해 과정을 통해서 형성된다. 로스팅 과정에서 온도가 195~200°C 정도 되면 첫 팝핑(poping: 커피생콩이 흡열을 하며 크랙을 일으키다가 터지는 현상)이 일어난다. 첫 팝핑 후 로스팅 온도가 210~215°C 정도를 넘게 되면 중볶음 단계로 접어들게 되는데 이때 쓴맛이 나타나기 시작한다. 즉 커피의 쓴맛은 중볶음 단계 이후 생성된다. 중볶음 단계를 ‘중약’, ‘중중’, ‘중강’ 볶음 단계로 더욱 세분화시켜 쓴맛의 발현 정도를 살펴보면, ‘중약’볶음 단계는 아직 신맛과 단맛이 많고 서서히 쓴맛이 생성되기 시작되는 단계이다. 이 포인트는 단종(single origin) 커피가 가지고 있는 여러 가지 다양한 향미를 즐기기 좋은 단계이다. ‘중중’볶음 단계에서는 신맛과 단맛이 조금 사라지고 쓴맛이 좀 더 도드라지는 단계이나 단종 커피의 단맛을 충분히 즐길 수 있는 단계이다. ‘중강’볶음 단계로 넘어가면 신맛과 단맛이 많이 사라지면서 쓴맛이 더욱 많이 차지하게 된다. 이 단계부터 원두는 에스프레소용으로 사용 가능하다.
쓴맛은 로스팅 단계가 강볶음으로 넘어가면서 급속도로 발달하게 된다. 즉, 2차 팝핑이 시작되면서 쓴맛은 최고조를 이루게 되고 이때부터는 탄맛까지 동반되기 시작한다. 주로 에스프레소용으로 사용되는 단계이다. 이 단계를 넘어 계속 로스팅이 진행되면 쓴맛과 향마저 사라지고 탄맛과 재만 남게 된다. 따라서 강볶음 커피에서 나는 쓴맛과 탄맛을 구분할 줄 알아야 한다.
쓴맛은 커피를 마신 후 혀의 뒤쪽과 양쪽에 남은 아린 자극을 맛으로 표현한 말이다. 일반적인 커피의 맛 표현으로는 ‘자극적인 맛(Sharp)’, ‘시큼한 맛(Soury)’, ‘시큼하고 거친 쓴맛(Harsh)’, ‘톡 쏘는 맛(Pungent)’의 4가지로 표현된다. ‘자극적인 맛(Sharp)’은 커피 속의 산이 염기(쓴맛)와 결합하여 추출액의 짠맛을 증가시킬 때 느껴지는 맛이다. ‘시큼한 맛(Soury)’은 커피 속의 염기(쓴맛)가 산과 결합하여 추출액의 신맛을 감소시킬 때 느껴진다. ‘거친 쓴맛(Harsh)’은 커피의 쓴 물질이 산과 결합하여 전체의 신맛을 증가시킬 때 느껴지는 것이고 ‘톡 쏘는 맛(Pungent)’은 커피 속의 산이 쓴 물질과 결합하여 커피 속의 전체적인 쓴맛을 감소시킬 때 느껴진다.
커피에서의 쓴맛은 음식이나 음료의 전체적인 풍미를 높여주는 쌉쌀한 쓴맛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시큼하고 자극적이며 거칠고 떫은 수렴성이 있는 맛이다. 그래서 쓴맛이 강한 커피 한 잔을 끝까지 마시기는 힘들다. 커피의 쓴맛은 식었을 때 도드라지게 느껴진다. 전문 바리스타는 식어도 쓴맛을 느끼지 않고 끝까지 다 마실 수 있는 커피를 만들기 위하여 노력해야 한다. 커피의 쓴맛은 추출조건에 따라 줄일 수 있다. 즉, 커피 원두의 분쇄도를 굵게 하거나, 추출 시 사용하는 물의 온도를 낮추고 물의 양을 줄이거나 추출 시간을 짧게 하면 어느 정도 커피의 쓴맛 조절이 가능하다. 전문 바리스타는 마땅히 추출조건을 적절히 조절하여 커피에서 기분 나쁜 쓴맛이 도드라지지 않도록 하여야 한다.
커피의 쓴맛이 커피의 바디에 영향을 준다고 여기는 사람이 많이 있다. 즉, 쓰고 진한 농도의 커피를 바디가 강하다고 표현하는 사람이 있으나 이는 커피의 맛과 바디와 농도를 제대로 구별하지 못하여 잘못 표현한 것이다. 커피의 맛은 신맛, 단맛, 쓴맛, 짠맛의 4대 맛에 감칠맛까지 더한 것을 말하는 것이고 바디는 입안에서 느껴지는 촉감의 특성을 말하는 것이다. 농도는 커피 한 잔의 물에 녹아있는 고형물의 비율을 나타내는 말이다. 그러므로 강한 바디를 가지는 커피를 내릴 수는 있으나, 강한 맛을 가지는 커피를 내릴 수는 없는 것이다. 커피의 바디는 쓰고 진한 커피 외에도 신맛과 단맛이 도드라진 커피에서도 강하게 느낄 수 있는 것이다.
커피의 쓴맛은 몸에 좋은 항산화작용을 하는 클로로겐산이 거의 소실된 커피에서 주로 나타난다. 개인의 취향에 따라 쓴맛이 선호될 수는 있겠지만 쓴맛이 커피 본연의 맛은 아니다. 커피의 쓴맛은 커피의 단맛과 신맛 등 다양한 맛에 가미되어 음료의 풍미를 높여주는 정도 만으로도 적당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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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혜경 칼럼니스트는 이화여대에서 교육공학을 전공하고, 서울벤처대학원대학교 커피산업전공으로 보건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동원과학기술대학교 커피바리스타제과과와 전주기전대학교 호텔소믈리에바리스타과 조교수로 재직하였고, 한림성심대학 바리스타음료전공 겸임교수로 재직중이다. 바리스타 1급 실기평가위원, 한국커피협회 학술위원회 편집위원장, 한국커피협회 이사를 맡고있다. 서초동 ‘젬인브라운’이라는 까페를 운영하며, 저서로 <그린커피>, <커피매니아 되기(1)>, <커피매니아 되기(2)>가 있다. cooykiwi1@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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