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반기 발주가 예정된 한국전력공사의 대규모 전사적자원관리(ERP) 사업에 관련 업계의 관심이 쏠린다.

29일 시스템통합(SI) 업계 등에 따르면, 한전으로부터 정보요청서(RFI)을 받은 국내 기업들이 물밑 작업 중이다. RFI는 제안요청서(RFP)를 공지하기 전 업계 의견을 반영하기 위해 사전 규격을 공개하는 절차다.

시스템 이미지/ 아이클릭아트
시스템 이미지/ 아이클릭아트
한전의 사업은 ERP 솔루션 구매뿐만 아니라 하드웨어(HW) 등 시스템 구축 등 3000억원이 투입되는 대규모 사업이다. 업계 내에서 사업 수주를 위한 눈치작전이 치열하다. 특히 외산과 국산 ERP 업체 간 보이지 않는 신경전이 펼쳐진다.

한전은 원래 글로벌 ERP 업체인 SAP의 제품을 오랜기간 사용했지만, SAP가 2016년 소송을 제기하며 분위기가 전환됐다. 당시 SAP는 한전 측이 비용을 제대로 내지 않고 자사 제품을 사용했다고 주장했다.

한전과 SAP 간 법적 시비는 수년 간 이어졌고, 최근 SAP가 소송을 취하하며 일단락 됐다. 시시비비가 분명히 가려지지 않은 채 마무리된 셈이다.

SAP의 소 취하 결정은 곧 있을 한전의 대규모 사업을 염두에 둔 것이란 해석도 있다. 양 사의 껄끄러워진 관계로 인해 국산 ERP 솔루션 채택이 유리해졌다는 분석이 나왔기 때문이다. 전체 사업 금액에서 ERP 구매에 들어갈 비용은 수백억원에 이를 것으로 업계는 추산한다.

실제로 더존비즈온, 영림원소프트랩 같은 국산 ERP 업체들은 상황을 지켜보며, 참여를 위한 내부 준비를 이어간다. 대규모 사업인만큼 SAP와 오라클 등 외산 ERP 업체들도 수주전에 가담할 것으로 전망된다.

더존비즈온 관계자는 "매출이 일정규모 이상 되는 대기업 SI에만 RFI를 전달한 것으로 알고있다"며 "사업부서에서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영림원소프트랩 관계자도 "아직 발주와 관련해 진전된 내용이 없긴하지만 관심을 갖고 계속 상황을 살피고 있다"며 "ERP 공급 레퍼런스를 늘려나가며 경쟁력을 키우고 있다"고 말했다.

한전 측은 구체적인 제안요청서(RFP) 발송 시점을 언급할 순 없지만, 2022년 상반기로 늦춰질 수도 있다는 소문에 대해서는 ‘처음 듣는다'고 답했다. 업계는 한전의 RFP 발송시점을 10월로 추정한다. 키를 쥔 SI 기업의 행보에도 관심이 쏠린다.

일각에서는 삼성SDS와 SAP가 함께 사업에 참여할 것이라는 소문도 나온다. 삼성SDS 측은 아직 사업과 관련해 구체적으로 정해진 바가 없다며 소문을 부인했다.

한 SI 업계 관계자는 "국산 ERP 업체와 외산 ERP 업체간 경쟁뿐만 아니라 SI 업체들 간 경쟁까지 더해져 진흙탕 싸움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며 "벌써부터 업체 간 물밑경쟁이 치열하다"고 말했다.

류은주 기자 riswell@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