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미국 제2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공장 부지 선정에 속도를 낸다. 미 제2파운드리는 현재 짓고 있는 평택캠퍼스 3라인(P3)과 함께 파운드리 경쟁력 향상을 위한 밑거름이다. 파운드리를 포함한 시스템반도체 분야에서 1위를 달성하겠다는 삼성전자의 ‘비전 2030’은 이재용 부회장 경영복귀 후 순항 중이다.

6일 커뮤니티임팩트, 테일러프레스 등 미 현지 매체에 따르면 텍사스주 윌리엄슨 카운티의 테일러시는 삼성전자 공장건설에 대한 세금감면 등 인센티브를 협의하고 9일 관련 공청회를 연다.

삼성전자 미국 오스틴 반도체 공장 전경 / 삼성전자
삼성전자 미국 오스틴 반도체 공장 전경 / 삼성전자
커뮤니티임팩트는 테일러시 남서쪽 독립교육지구(ISD)에 공장이 들어서며 전체 면적은 480만㎡ 규모라고 보도했다. 삼성전자의 공장 부지가 테일러시로 결정되면 2024년 말 생산을 목표로 2022년 1분기에 착공될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는 미 텍사스주 오스틴을 비롯해 텍사스주 테일러, 애리조나 인근 굿이어 및 퀸크리크, 뉴욕의 제네시카운티 등 5개 지역을 후보지로 올려놓고 저울질 한 바 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테일러시는 후보지 가운데 한 곳으로 아직 결정된 사항은 없다"며 "8일 테일러시가 공개할 인센티브 안을 보고 다른 곳의 제안과 비교해 최종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6일 공시를 통해서도 추후 구체적인 내용이 확정되는 시점 또는 1개월 이내에 재공시하겠다고 밝혔다.

반도체 업계는 삼성전자 신규 공장이 텍사스주를 벗어나지 않을 것으로 본다. 오스틴 공장 인근에 국내외 반도체 협력사들이 몰려 있어 오스틴과 먼 뉴욕이나 애리조나에 제2 공장을 지으면 협력업체들이 새로운 공급망을 갖춰야 하는 상황에 놓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오스틴 공장 증설 가능성도 낮다. 올해 초 기습 한파에 따른 오스틴의 일방적인 정전 결정으로 오스틴 공장에서 수천억원의 피해가 발생해서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같은 텍사스주인 테일러시에 공장을 지으면 오스틴 공장과 생산 이원화가 가능하다"며 "한파로 인한 전면 가동중단 우려에서 벗어나 안정적 운영을 할 수 있다는 점에서 테일러시가 최선의 선택이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전경 / 삼성전자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전경 / 삼성전자
삼성전자는 미 파운드리 투자 확정은 물론 평택 신규 반도체 팹인 ‘P3’에 첨단 파운드리 라인을 설치하며 신규 물량 확보에 주력할 것으로 예상된다. 평택 P3라인은 2022년 하반기면 완공될 예정이다. 시운전 기간 등을 고려해도 2023년이면 생산이 가능하다.

평택 3라인은 최첨단 기술이 적용된 팹이다. EUV 공정을 적용한 14나노 D램과 5나노 로직 제품을 양산한다. 평택 3라인 가동을 기점으로 평택캠퍼스는 세계 최대 규모의 반도체 클러스터로서 최첨단 제품을 양산하는 전초기지이자 글로벌 반도체 공급기지로 역할을 수행할 전망이다.

삼성전자는 반도체 사업 투자 확대 기조에 맞춰 하반기 반도체(DS)부문 대규모 경력 채용에도 나선다. 이재용 부회장 가석방 이후 삼성이 3년간 4만명을 직접 채용하겠다고 발표한 계획의 일환이다.

삼성전자는 시스템반도체 부문 핵심이 될 파운드리 부문에서 격차를 좁혀야 하는 TSMC는 물론 최근 파운드리 사업 확대에 나선 인텔의 거센 추격을 받고 있다. 미국 제2 파운드리 공장을 비롯한 시스템반도체에 3년간 최소 50조원 이상을 쏟아부으며 시장 확대에 나서는 것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최근 파운드리 가격 상승으로 향후 삼성전자의 파운드리 매출은 큰 폭 증가할 것으로 관측된다"며 "파운드리 대규모 투자 소식과 함께 삼성전자가 GAA FET 공정을 적용한 3나노 이하 제품 조기 양산에 성공하면 TSMC와 격차를 상당 규모 만회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파운드리 세계 1위 대만 TSMC의 점유율은 올해 1분기 54.5%에서 2분기 52.9%로 1.6% 포인트 하락했다. 삼성전자 점유율은 1분기 17.4%에서 2분기 17.3%로 소폭 떨어졌다. TSMC와 삼성전자 간 점유율 격차는 1분기 37.1%포인트에서 2분기 35.6%포인트로 1.5% 포인트 줄었다.

이광영 기자 gwang0e@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