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넷플릭스, 콘텐츠 넘어 문화 리더 자리 넘본다

입력 2021.09.08 06:00

넷플릭스가 8월 27일 공개한 오리지널 드라마 ‘디피(D.P.)’에 대한 국내외 반응이 뜨겁다. 한국에서 인기 콘텐츠 1위에 오르더니 6일 말레이시아(3위)와 베트남(3위), 싱가포르(4위), 홍콩(5위) 등에서 인기 순위 상위권을 차지했다.

D.P.는 탈영병을 잡는 군 헌병대 군무이탈체포조(DP, Deserter Pursuit)의 이야기를 담은 드라마다. 군부대 부조리를 실화를 바탕으로 그려냈는데, 이것이 시청자의 호응을 얻는다. 특히 국방의 의무가 있는 한국 남성 다수로부터 내용에 공감한다는 시청평을 듣는다. 여야 대선 후보인 이재명 경기지사와 홍준표 국민의힘 의원, 유승민 전 의원도 시청평 생산에 동참했다. 이들은 자신의 페이스북 계정에 각각 소감을 남기기도 했다.

과거 유행어나 인기 배우는 지상파 TV 방송을 통해 생산됐지만, 이제는 넷플릭스가 그 역할을 톡톡히 한다.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를 이용하는 데 익숙한 신세대를 중심으로 넷플릭스 콘텐츠에 기반한 소통이 일어난다. 넷플릭스는 단순히 인기 콘텐츠를 볼 수 있는 뉴미디어 플랫폼으로서의 위상을 넘어 새로운 문화를 만드는 리더 자리를 노린다.

예를 들어, 새로운 공간을 소개하거나 깜짝 선물할 때 기성세대와 신세대가 쓰는 표현이 달라졌다. 기성세대들은 2000년대 초반 방영된 MBC 예능 프로그램 ‘신동엽의 러브 하우스’에 나온 배경음악인 김대홍의 ‘시놉시스(Synopsis)’를 흥얼거린다. ‘따라 따라 따~ 따라라라’로 시작하는 음악에 익숙하다.

반면 요즘 젊은 세대는 이런 음악 자체를 잘 모를뿐더러, 오히려 넷플릭스 오리지널 콘텐츠를 실행할 때 나오는 ‘투둠(tudum)’ 소리를 낸다. 넷플릭스가 세대 간 차이를 확 벌리는 기폭제 역할을 한다.

최근 OTT 업계에서는 넷플릭스의 가입자 순증세가 꺾이는 현상을 보며 앞으로의 영향력 하락을 점친다. 토종 OTT 기업이 새로운 기회를 가질 수 있다는 핑크빛 전망도 나온다. 2분기 기준 넷플릭스 글로벌 순증 가입자 수는 154만명으로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하지만 넷플릭스의 경쟁력을 단순 지표로 평가하는 것은 섣부른 일이다. 넷플릭스는 이미 콘텐츠 분야는 물론 사회 문화 분야로 영역을 확장했다. 넷플릭스 용어를 아느냐 모르냐에 따라 기성세대와 신세대가 나뉠 만큼 영향력의 차원 자체가 달라졌다.

토종 OTT 기업은 이제 기회가 왔다는 식의 오판을 해서는 안 된다. 오히려 절체절명의 위기 상황이라고 표현하는 것이 더 적절할 수 있다. 지금은 넷플릭스와 차별화할 수 있는 사업 영역은 무엇인지, 경쟁력 있는 오리지널 콘텐츠는 어떤 것인지 긴장의 끈을 놓지 말고 부단히 고민해야 할 것이다.

김평화 기자 peaceit@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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