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배터리 업계가 잇따른 전기차 화재 이슈에서 벗어나기 위해 안간힘을 쓴다. 리튬이온 배터리 생산을 위한 소재부터 셀 제조 과정까지 화재 발생 가능성을 미연에 방지할 수 있는 기술 도입에 적극적으로 나선다.

7일 입자분석 전문 정밀 광학기기 생산기업 싸이젠텍에 따르면, 배터리 소재를 만드는 A기업은 양극재 생산 라인에 입자를 연속으로 측정할 수 있는 기기를 10대 이상 도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생산 현장과 온라인에서 동적영상법으로 입도·입자형상을 분석할 수 있는 PICTOS 기기 모습 / 싸이젠텍
생산 현장과 온라인에서 동적영상법으로 입도·입자형상을 분석할 수 있는 PICTOS 기기 모습 / 싸이젠텍
리튬이온 배터리는 크게 양극, 음극, 전해액, 분리막 4개의 핵심 소재로 구성된다. 특히 양극재와 음극재는 배터리의 용량과 수명·충전속도를 결정하는 핵심 소재로 양극은 전기를 만들어내는 리튬이 가득찬 곳이다. 양극에 있던 이온이 음극으로 이동할 때 충전되고, 음극에 있던 이온이 양극으로 이동할 때 방전되는 원리다.

전기차 배터리 제조 시 최종제품의 직전단계 공정(고농도 액상화 공정)에서는 원료가 고농도 액상 슬러리의 형태를 띈다. 많은 기업이 입자 분석 과정에서 광학 분석법에 의존한다.

박용재 싸이젠텍 대표는 "광학 분석법에서는 극소량의 시료를 채취·분석하지만, 원 고농도 상태(최종제품 직전단계)의 입도를 왜곡없이 분석하기 어려워 입도 상태를 대표성 있게 파악할 수 없다"며 "초음파를 이용해 고농도 액상 상태의 원료를 희석없이 직접 정밀하게 분석하는 제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배터리 업계에서는 A기업 도입한 입자 분석 기술이 배터리 화재 가능성을 차단하는 모멘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박 대표에 따르면 양극재와 음극재 입자는 시간을 두고 자연스럽게 순환돼야 하는데, 한쪽 입자 크기가 불균형할 경우 응집이 생겨 화재 등 예기치 않은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배터리가 최대 성능을 발휘할 수 있는 양극과 음극 크기와 영역이 정해져 있는 만큼 입자의 움직임을 실시간으로 파악해야 하는 이유다.

싸이젠텍의 배터리 원료 분석 기기는 마이크로미터 단위의 원료 크기·형상·이물을 분석해 생산원료의 입자상태를 실시간으로 파악할 수 있도록 해준다. 전기차 성능과 안정성을 좌우하는 기술이다. 또 전기차 배터리 충전에 걸리는 시간과 1회 완충시 주행가능거리·비용 등을 결정할 수 있다.

A 기업에 이어 이 회사 자회사인 B 기업도 배터리 셀 생산단계에서 원료 분석 기기 도입을 검토 중이다. 도입이 이뤄지면 핵심 소재인 양극재 생산부터 배터리 셀 생산 단계까지 연속적으로 입자 분석이 가능해 배터리 안정성 개선과 신뢰성을 확보할 것으로 기대된다.

반면 경쟁사인 C 기업은 극소량의 시료를 채취·분석하는 광학 분석을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양극재를 계열사가 아닌 에코프로비엠, 엘앤에프 등에서 공급받기에 소재 단계에서 자체적인 입자 분석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배터리 셀 생산 단계에서도 도입에 시큰둥한 반응을 보이는 것이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연속 입자 분석은 배터리 결함 원인이 사용자 실수인지, 제조사 또는 소재 공급사의 원료 때문인지를 신속하게 파악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며 "배터리 생산량이 늘어나고 안전 문제가 대두될 수록 현장에서 입자 연속분석 자동화가 요구되는데, 이를 도입하지 않으면 리스크를 안고갈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광영 기자 gwang0e@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