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170억달러(20조원) 규모의 미국 제2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공장 신설을 앞둔 가운데 후보지 간 유치 경쟁이 치열하다. 텍사스주 오스틴과 테일러, 애리조나주 굿이어와 퀸크리크, 뉴욕 제네시카운티 등 5개 후보 도시는 각각의 세제 혜택 등 인센티브를 제시한 상태다.

반도체 업계는 삼성전자가 5개 후보지 중 테일러시를 선택할 것이 유력하다고 점친다. ▲세제혜택 ▲인프라 ▲가동 안정성 등 삼성전자가 원하는 후보지 조건을 대체로 충족하기 때문이다.

삼성전자 미국 오스틴 반도체 공장 전경 / 삼성전자
삼성전자 미국 오스틴 반도체 공장 전경 / 삼성전자
12일 외신과 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테일러시는 8일(현지시각) 텍사스주 윌리엄슨 카운티와 함께 합동 회의를 열고 만장일치로 세금 인센티브를 삼성에 제공하기로 했다. 주요 후보지 중 구체적 세제 혜택이 담긴 결의안을 승인한 것은 테일러시가 처음이다.

삼성과 윌리엄스 카운티가 맺은 합의문에 따르면 삼성은 2026년 1월 31일까지 최소 600만 평방피트(0.5㎢) 규모의 반도체 공장 시설을 건설하고 정규직 일자리 1800개를 제공해야 한다.

카운티는 이 조건이 충족되는 것을 전제로 삼성이 처음 10년 동안 납부한 재산세의 90%를 환급하고 그 다음 10년간 85%를 돌려준다.

테일러시와 윌리엄슨 카운티의 세제 혜택과 별도로 삼성은 7월 테일러시 교육구에도 세금 감면안을 신청했다. 이 방안이 확정되면 교육구는 삼성에 향후 10년간 3억1400만달러(3670억원)의 세금 감면 혜택을 제공한다.

테일러시는 제1파운드리 공장이 있는 오스틴과 40㎞쯤 거리에 있어 기존의 지역 인프라를 누릴 수 있다. 오스틴은 AMD·엔비디아 등 삼성전자의 핵심 고객사가 모여 있는 파운드리 전략 요충지로 불린다. 텍사스 주정부와 우호적 관계를 이어갈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애리조나주는 후보지들 중 가장 큰 1조원 규모의 세제혜택 인센티브를 삼성전자에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테일러시의 최종 제안을 검토한 뒤 인센티브 조건을 상향할 의사도 있을 것으로 관측된다.

하지만 반도체 업계는 삼성전자 신규 공장이 텍사스주를 벗어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오스틴 공장 인근에 이미 국내외 반도체 협력사들이 몰려 있어서다. 오스틴과 먼 애리조나 또는 뉴욕에 제2 공장을 지을 경우 협력업체들은 새로운 공급망을 갖춰야 하는 상황에 놓인다.

테슬라 미 캘리포니아주 프리몬트 공장 전경/ 테슬라
테슬라 미 캘리포니아주 프리몬트 공장 전경/ 테슬라
삼성전자가 테일러시로 부지를 확정하면 테슬라와 협력이 강화될 것이라는 기대감도 있다. 테일러시는 테슬라가 텍사스에 짓는 중인 기가팩토리와 차로 40분 거리다. 삼성전자는 모델X·3에 쓰인 HW 3.0 칩을 미국 오스틴 공장에서 만들기도 했다. 향후 TSMC가 납품하는 HW 4.0 칩의 공급선 다변화는 물론 테슬라 슈퍼컴퓨터 도조에 들어가는 반도체 D1의 위탁생산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삼성전자는 2월 텍사스에 불어닥친 이상 한파 영향으로 사상 처음으로 오스틴 공장 가동을 중단했다. 피해액만 4000억원쯤이다. 이에 일각에서는 오스틴이 제2공장 후보지에서 탈락한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왔다. 애리조나 역시 8월 미국 남서부 지역 물 부족 사태를 겪어 삼성전자 투자 유치전에서 밀리고 있다는 평가를 받았다.

테일러시는 기존 오스틴 인프라를 이용하는 동시에 올해 초 제1파운드리 공장에서 발생한 단전, 단수 우려가 적은 것으로 알려졌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테일러시에 공장을 지으면 한파로 인한 전면 가동중단 우려에서 벗어날 수 있다"며 "기존 오스틴 공장과 생산 이원화로 안정적 운영을 할 수 있다는 점에서 테일러시가 최선의 선택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아직 최종 투자지는 결정되지 않았고, 복수의 투자 지역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광영 기자 gwang0e@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