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 운영과 교육, 산업 시스템 등을 미래 혁신이라는 목표에 맞게 완전히 바꿔야
AI튜터로 전국 학생 기초학력평가 하고 수준에 맞는 개인 맞춤형 교육 해야
네이버, 카카오 등 IT 플랫폼기업 규제해야...독점 깨야 지속적 경쟁, 시장건전성 유지

원희룡 전 제주도지사는 대선후보로서 자신의 정체성을 '미래에 대한 혁신비전'이라고 밝혔다.

원 전 지사는 "세계적으로 크게 보면 (제4차 산업혁명에 따른) '디지털 전환'과 '기후변화'가 커다란 두 개의 흐름"이라며 "우선 국가 운영과 교육, 산업 시스템 등을 미래 혁신이라는 목표에 맞게 완전히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혁신에는 과학기술이 매우 중요하다"며 "정부 각 부처 뿐 아니라 지방자치단체나 해외 조직 등을 포함해 국정의 모든 분야와 기술에 기초한 산업, 교육의 혁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원 전 지사는 7일 IT조선과 인터뷰가 이뤄지기 직전 열린 당 대권주자 정책발표회에서 '과거 경제기획원의 역할에 연구개발(R&D) 기능을 더한 미래기획원 신설'을 공약으로 제시했다.

- 구체적으로 미래 혁신을 어떻게 해나가야 하나.

"정부의 기능 자체가 과학기술에 기반한 국가 혁신을 할 수 있는 혁신조직으로 바뀌어야 한다. 정부 조직 개편으로 미래기획원을 두고 그런 일을 총괄하도록 해야 한다. 개발경제 시대의 경제기획원과 비슷한 미래기획원을 만들어야 한다. (경제기획원은 5개년 경제개발계획을 세우고 나라 경제, 사회의 비전을 제시하고 예산 배분 기능을 통해 정부 부처들을 강력히 통솔했었다.)

경제기획원의 기능에 더해 미래지향적인 기획 기능을 추가하고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R&D 기능을 옮겨와야 한다. 지금 과기정통부는 R&D 예산을 배분만 하고 있는 것 아닌가. 에너지, 산업, 디지털 등에서 과학기술에 기반한 혁신을 해야 한다. 또 그렇게 하려면 관료주의와 공공규제를 걷어내야 한다. 미래기획원에는 규제 타파 기능을 넣는 게 중요하다."

- 이명박 정부 이후 또 대대적인 정부 조직 개편이 필요하다?

"큰 틀에서 정부조직이 개편돼야 한다. 국정의 모든 분야와 기술에 기초한 산업, 교육의 혁명이 필요하다. 4차 산업혁명을 뒷받침하기 위한 범부처적인 총괄 기획, 혁신 기능을 하는 미래기획원 뿐 아니라 각 부처별로 이에 대한 과학기술과 혁신 전문가가 포진해서 일을 할 수 있어야 한다. 지방자치단체나 정부 해외 조직도 과학기술과 4차산업혁명 혁신을 녹여낼 수 있도록 할 것이다. 민간보다 뒤처진 정부 조직으로는 혁신을 할 수 없다."

- 혁신이라는 말이 구체적으로 와닿지 않는다.

"뉴딜처럼 기존에 하던 것을 이름만 바꿔서 예산 따고 말만 있지, 성과가 없는 그런 것은 지양해야 한다. 명확한 목표를 두고 돌파구 역할을 하도록 해야 한다. 예를 들어 공공 조달시장이나 복지 부문에서도 디지털을 기반으로 혁신을 해야 한다. 디지털 기반으로 시장 개편과 재원 확보가 추진돼야 한다.

기업들이 어떤 규제에 대해 사업제안을 하면 미래기획원이 접수해 최소한 요건이 충족되면 허가하고 사후 규제한다든지 하는 규제샌드박스 방식 등 네거티브 시스템으로 가야 한다. 여러 부처에 걸려 있는 과제는 미래기획원이 협업을 지휘해 혁신이 원스톱으로 해결되도록 해야 한다. 혁신을 국가 플랜으로 해서 미국이나 독일처럼 강력히 드라이브를 걸어야 한다."

- 인공지능(AI) 교육, 개인별 맞춤학습 시스템을 강조했다. 스마트학습기 'AI 튜터'는 일부 대학에서만 활용되는 것 아닌가.

"AI 튜터는 이미 초중고 교육 현장에 들어와 있다. 지금 기초학력평가가 없어져서 학력 평가도 못하고 학생들이 어느 수준인지도 모른다. AI 튜터를 제대로 활용하면, 학생들이 AI로 학습하면서 자연스럽게 성적 평가, 학력 평가가 된다. 학생 개개인에게 맞춤형 교육을 진행할 수도 있다. 사교육을 흡수하는 역할을 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학력이 뒤떨어지는 학생들을 방치해선 안된다."

- 대학들이 벚꽃 피는 순서대로 망할 것이라고 하는데 대안이 있나.

"대학을 산업 현장과 연결해야 한다. 대안은 기업 중심 대학이다. 글로벌 경쟁에 노출돼 있는 기업들이 가장 혁신적이고 변화에 민감하다. 대학에서 이론 중심의 교육은 세상 변화를 못 쫓아가고 있다. 학생들이 취직하면 기업은 처음부터 직무 교육을 새로 시켜야 한다. 기업이 원하는 학과나 교육과정을 대학에 개설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대학 입장에서는 학생들에게 취업과 연계된 교육을 제공할 수 있고, 기업 입장에서는 자사에 맞는 맞춤형 인재를 육성해 쓸 수 있다. 그런 교육 과정에 대해서는 18세 이후 10년간 2000만원 한도 내에서 쓸 수 있는 '청년 교육 카드'를 쓰게 할 수도 있다. 청년 교육 카드는 이미 공약으로 발표했다."

- 대학은 교육부의 정원 통제 등 맘대로 할 수 없는 부분이 많다.

"이대로 가면 문을 닫아야 할 대학들이 많다. 기업 중심 대학으로 기업과 연계해서 가면 달라질 수 있다. 고용노동부 산하 폴리텍대학 등 취업이 잘 되는 대학처럼 대기업이나 중소벤처기업이 제대로 할 수 있도록 교육부의 통제를 풀어야 한다. 대학의 자율과 경쟁이 핵심이다. 지역에 특화된 산업들이 있고, 그 지역 대학과 연구기관이 함께 하는 산학연 모델를 대학 교육 과정에 적용하는 방안을 생각해 볼 수 있다. R&D도 지역 기업들의 애로 기술을 산학연으로 함께 개발하는 것이다. R&D 예산 자금도 정부가 통제할 게 아니라 민간전문가들이 심사하는 방안도 도입할 필요가 있다. 혁신 도시에 공공기관이나 기업 건물만 지방에 갖다 놓는 건 의미가 없다."

- 대기업과 중소벤처기업은 격차가 크다. 대학들이 대기업만 선호할 것이다.

"대기업은 구글 캠퍼스처럼 최고의 인재를 뽑는다는 개념으로 하고 ESG 차원에서 생태계에 기여할 수 있는 부분을 요구할 수 있다. 규모가 작은 기업이나 지방 기업들은 R&D 예산 배정과 연계한다든지 하는 방식으로 인센티브를 줘야 한다. R&D도 특별한 성과 없이 쉬운 과제들만 하는 건 예산 나눠먹기 밖에 안 된다. 대학이나 연구소가 중소기업이나 지방기업들의 애로 기술을 해결하는 등의 방식으로 R&D가 진행돼야 한다."

- 중장년과 노년의 교육 강화를 강조했는데, 이건 어떤 기관에서 하나.

"사회적 케어, 복지 차원의 교육을 얘기한 것이다. 헬스케어와 관련해서 사회적 고립감과 단절을 해결하기 위한 문화활동이다. 또 디지털 격차로 인해 세상과 동떨어진 삶을 사는 분들이 있다. 디지털 문맹을 해결하고 싶다. 그런 역할은 사회복지관, 주민센터 등 모든 기관에서 해야 한다. 더 나아가 특정 기관이 하기보다는 인공지능 교육 플랫폼을 만들면 모두가 핸드폰을 통해서 또는 증강현실, 가상현실과 연결된 프로그램으로 할 수 있다."

- 우리나라가 기술패권 경쟁에서 앞설 수 있는 방법은.

"반도체, 배터리, 에너지 등 제조업은 업그레이드를 통해 전략적 우위를 계속 가져가서 무시당하지 않는 나라, 꼭 협력해야 할 필요한 나라로서 자리를 확고히 해야 한다. 또 소프트웨어와 인공지능, 데이터도 중요하다. 데이터를 인공지능으로 학습해나가고 통신 시키고 하는 것 등 응용 소프트웨어로 활용하는 부분에서도 앞서가야 한다. 빅데이터는 인구가 많고 개인정보 보호 개념이 약한 중국이 유리하다고 하는데, 중국도 자유민주주의 사회가 아니라서 세계 표준이 되기 어렵다는 약점이 있다. 반도체 등 하드웨어에 더해 데이터와 인공지능에서 전략적인 우위를 갖기 위해 올인해야 한다. 플랫폼 기업에서 우리만의 영역을 가져야 한다."

- 플랫폼 기업 얘기가 나와서 말인데, 미국의 빅테크 규제에서 보듯이 우리나라의 네이버, 카카오에 대한 규제도 필요하지 않나.

"당연히 필요하다. 플랫폼 기업들이 과도한 수수료를 매긴다거나 인앱결제를 강조한다거나 입점업체에 비해 자기사업을 우대하거나 하는 등의 불공정 행위에 대해 규제해야 한다. 구글이나 애플의 인앱결제는 수수료를 30% 가져가고 있어 세계적인 이슈가 됐다. 플랫폼기업이 독점 형태를 보이고 있다. 독점은 항상 자본주의의 적이었다. 자본주의는 독점에 대해 싸워야 하고 또 한편으로는 정부 만능주의와 싸워야 한다. IT 플랫폼기업의 독점도 깨야 지속적인 경쟁에 의해 시장이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다."

대담=정재형 취재본부장, 조아라 기자 archo@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