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후보 인터뷰] 원희룡③ “문 조금만 열면 한국이 코인시장 선도 가능“

입력 2021.09.13 06:03

한국은 새로운 기술에 대한 수용성이 매우 높고, 가상자산 투자 규모도 상당한 수준
금융위, 시장 방치한 것도 극단적이고 이제 와서 거래소 문 닫게 하는 것도 극단적인 대응

제주에서 시행되는 전자출입명부 어플리케인션 ‘제주 안심코드’와 ‘부동산문서시스템’, ‘전기차 배터리 관리시스템’ 등의 서비스는 모두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한다. 원희룡 전 제주도지사가 추진한 블록체인 허브도시 조성 정책이 그 시초다.

국민의힘 대선경선 예비후보인 원 전 지사에게 제주는 자랑스러우면서도 아픈 손가락이다. 블록체인 서비스의 가능성과 한계를 모두 절감했기 때문이다. 강연과 인터뷰를 통해 끊임없이 관련 내용을 전하며 미래 기술 기반의 성장 동력을 모으는 이유다.

원 전 지사는 블록체인과 가상자산을 대체 불가능한 미래 먹거리로 보고 있다. 그는 "블록체인 기술은 미래를 바꿀 수 있는 무한한 가능성을 지녔다"며 "정부가 가상자산 시장에 닫힌 문을 조금만 열어주면 세계를 선도할 수 있다"고 확언했다.

원 전 지사는 훌륭한 인적자원, 빠른 기술 수용력, 투자 열기 등을 한국 시장이 지닌 동력으로 꼽았다. 그는 지난 7일 IT조선과 인터뷰에서 "청년들이 똑똑하다. 파이어족과 같은 탈노동 세대들이 등장하고 있다"며 "이들은 새로운 기술에 대한 수용성이 매우 높다"고 평가했다. 이어 "한국인들의 투자 규모도 상당한 수준이다. 아직은 역동성이 살아있는 경제성장률도 산업을 주도할 수 있는 요소"라고 설명했다.

이같은 강점은 정부의 반()가상자산 기조를 뛰어넘지 못했다. 아직 사용가치가 있는 토큰 이코노미 사례가 등장하지 않은 것도 큰 숙제다. 규제와 시장 모두 준비가 안 된 상태라는 얘기다.

원희룡 전 지사는 관리감독을 하지 않고 시장을 방치한 정부의 태도에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고 강조했다. 정부가 가상자산을 투기수단으로 키웠다는 것이다.

원 전 지사는 "방치한 것도 극단적이고 이제 와서 문 닫게 하는 것도 극단적인 대응"이라며 "정부의 대응으로 다수의 선의의 피해자가 생기고 있다"고 비난했다. 이어 "가상자산을 안전하게 보장하기 위한 에스크로 제도를 시행하고, 사용가치를 지닌 코인에 한해 가상자산공개(ICO)를 하도록 허용했다면 충분히 투기를 줄일 수 있었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 블록체인과 가상자산과 관련해 관심을 갖고 있는 기술이나 정책은.

"정보 비대칭 문제와 투자자 보호다.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들이 200여개의 코인을 상장하고 고객의 예치금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신기술에 대한 무지와 탐욕을 이용한 상당한 범죄성 투기가 발생하고 있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거래소에 대한 진입 규제와 운영 규제의 정비가 필요하다고 본다. 안정적이고 신뢰도가 높은 거래소 인허가 절차를 마련해야 한다.

블록체인 기술로는 탈중앙화 신원증명(DID)과 대체불가능토큰(NFT)을 관심있게 보고 있다. 현실적으로 빠르게 활용 가능한 블록체인 기술이다. NFT는 디지털 아트를 중심으로 빠르게 성장하고 있어 예술시장의 새로운 부가가치 창출 관점에서 새로운 디지털 경제 모델로 확장될 수 있다는 가능성 때문에 관심깊게 보고 있다.

블록체인 기술은 미래를 바꿀 수 있는 무한한 가능성을 지녔다. 신원확인, 코로나19 환경에서 출입기록 확인, 금융거래 데이터 처리 등에서 블록체인과 기존의 서버 시스템을 융합한 분야가 많은 효용을 보이고 있다. 그런 점에서 블록체인은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점은 분명하다.

순수 블록체인인 이더리움에 기반해서 나오는 분산 디앱들이 기존의 서버 내지 플랫폼 기반으로 나오는 앱들보다 우위에 있는 사례가 많지 않다는 점은 아쉽다. 사용가치를 가진 블록체인 어플이 많지 않아 초기에 불확실성이 크다. 다만 사용가치가 있는 블록체인이 개발되고 참여를 보상하는 토큰 공유경제의 기본 거래 수단으로 블록체인 내지는 디지털 자산의 개념은 나아가야 할 방향이라고 본다."

― 투기를 막기 위한 방안이 있다면.

"사용가치가 없거나 거래의 기본적인 요건을 갖추지 않은 코인을 내세워 투자자의 자금을 횡령한 범죄는 반드시 수사해야 한다.

관리감독을 전혀 하지 않은 정부의 책임도 크다. 방치한 것도 극단적이고 이제 와서 문 닫게 하는 것도 극단적인 대응이다. 정부의 대응으로 다수의 선의의 피해자가 생기고 있다. 부당한 이득을 본 사업자들에 대한 꼬리자르기 하고 도망간다는 느낌도 든다.

투자자 보호 정책은 어려운 게 아니다. 가상자산을 안전하게 보장하기 위한 에스크로 제도를 시행하고, 사용가치를 지닌 코인에 한해 가상자산공개(ICO)를 하도록 허용했다면 충분히 투기를 줄일 수 있었다. 모두 제주도지사 시절에 정부에 제안했던 내용이다."

― 금융위원회는 일본과 미국 뉴욕주만 가상자산을 법제화 했지, 다른 국가는 우리나라와 비슷하다며 강경규제론을 고수하고 있다.

"‘무사안일 관료주의’의 전형이다. 금융위가 나서서 책임지라는 말이 아니다. 전문가, 시장 참여자와 논의하면 된다. 예를 들어 금융위원회가 직접 책임지지 않고 공익투자 기관을 만들어서 한번 걸러주기만 했어도 좋지 않았나 싶다."

― 증권거래소와 같은 조직을 말하나.

"증권거래소는 무거운 조직이다. 가상자산 시장은 위험하고 모험 산업이니 최소한으로 규제하고, 관리감독 작용을 단계별로 발전시키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 모두 제주 블록체인 특구 제안서에 담았던 내용이지만 추진이 안 됐다."

― 어디에서 막혔나.

"금융위원회다. 금융위원회 국장과도 이 문제로 여러번 토론했었다. 기획재정부나 금융위는 가상자산이 사기라는 내용의 논문과 외신의 부정적인 보도를 금과옥조처럼 떠받들고 있다. 가상자산 시장은 무조건 망하니 뭐라고 떠들어도 절대 육성하지 않겠다는 확신을 가지고 있다. 나는 가상자산 신봉자는 아니다. 하지만 새로운 기술에 대해 접근하는 정부의 태도가 혁신적이지 못하다. 가다가 실패하면 좀 어떤가."

― 제주 블록체인 특구 추진 과정의 성과와 아쉬운 점은.

"특구로 지정되지 못한 게 가장 아쉽다. 기업들을 섭외하고 규제 발굴을 과감하게 추진했지만 갑자기 특구 모델을 변경하라는 요청을 받고 매우 당황했다. 향후, 다른 지역과 연계된 특구를 기대했지만 해당 방식이 취소되면서 결국 지정을 못 받았다.

특구를 추진하며 많은 블록체인 기업들이 제주와 연을 맺었다. 해당 기업들이 지역 기업들과 협업하면서 블록체인을 다루는 기업들이 제주에 다수 등장했다. 새로운 기술을 가지고 사회적 문제 해결을 시도하는 분위기가 자발적으로 만들어지기 힘든데, 그런 게 이뤄졌다는 점은 큰 성과다."

― 블록체인과 가상자산 시장을 육성하는 데 가장 큰 걸림돌은 정부 규제라고 봐야 하나.

"옥석구분을 할 수 있는 규제와 지원이 함께 갈 수 있는 정부의 적절한 역할이 없기 때문에 피해는 피해대로 커지고 있다. 조심스럽겠지만 정부가 가상자산 시장에 닫힌 문을 조금만 열어주면 세계를 선도할 수 있다. 정부는 혁신과 피해 방지 모두에 소극적이었다.

정부가 아무 것도 하지 않아 투기성 가상자산이 횡행하게 만들었다. 무조건 안된다고 하고 도와주지도 않고 시장이 투기판이 되도록 만들었는데. 이제 와서 '봐라 투기판이지 않냐'고 되레 책임을 미룬다. 너무나 아쉬운 대응이다. 명확한 가이드라인 부재, 정보의 비대칭성 해소를 위한 규제적 장치 미비도 걸림돌이다."

― 해결 방안은.

"가상자산 시장을 단순히 투기성으로 보기보다는 공공과 투자자 모두 블록체인과 토큰 이코노미에 대한 정확한 이해가 필요하다. 새로운 기술과 복잡한 모델들은 실험을 허용하고 더 견고한 모델을 찾아나가는 유연한 사회적 분위기가 조성돼야 한다.

현 정부는 과감성이 부족하다. 너무 느린 대응도 문제다. 부처들 간에 폭탄 돌리기만 했다. 시장의 감수성에 정부가 제대로 반응하지 못하고 있다. 포지티브 방식의 규제를 네거티브 방식의 규제로 전환해야 한다."

― 한국이 가상자산 시장을 선도할 수 있다고 보는 이유는.

"청년들이 똑똑하기 때문이다. 파이어족과 같은 탈노동 세대들이 등장하고 있다. 이들은 새로운 기술에 대한 수용성이 매우 높다. 또 한국인들의 투자 규모 수준이 상당한 수준이다. 아직은 역동성이 살아있는 경제성장률도 산업을 주도할 수 있는 요소다."

― 대담집 책 표지 디자인에 NFT(대체 불가능 토큰) 방식을 적용해 100권을 한정 판매하고 있다.

"저자의 싸인이 들어가 있는 책표지 사진에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해 100개의 한정 토큰으로 판매하는 것을 출판기념회 이벤트로 계획하고 있다. 아마 국내 대선 후보 가운데 최초로 시도하는 파격적인 방법일 것이다. 이번 책은 진중권 교수를 비롯한 여러분이 저와의 대담을 기록한 책이기 때문에 표지에 공동저자의 싸인을 받은 100개의 토큰은 고유번호를 부여하게 된다.

수익을 얻기 위한 목적은 전혀 아니다. 신기술, 신개념, 창의성에 대해 존중하는 문화를 대통령 후보인 나부터 실천한다는 의미, 우리 사회에 혁신경제의 미래를 알리는 의미가 크다. 합법적인 방법이라는 선관위의 유권해석도 이미 받아 놓았다. 수익금 전액은 기부한다."

― 선거과정에서도 NFT를 활용할 수 있을텐데.

"그렇다. 선거과정에서도 위변조 불가능한 불록체인 기술을 활용해서 이미지, 영상 등의 파일에 고유번호를 부여하고 자산화 할 수 있다. 당장은 선거임명장, 온라인 후원금 영수증 등 활용이 가능한 것 같고, 향후에는 암호화폐까지 정치 후원금으로 모금할 수 있는 날이 오지 않을까?"

― 올해 제페토를 시작했다는 소식이 있다. 선거 활동 공간으로 메타버스 활용 효과는.

"제페토는 선거 활동 공간으로 사용하려는 목적보다는, ‘메타버스’를 배우고 체험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돼 시작했다. 대한민국의 30년 미래먹거리를 고민하는 가운데 메타버스가 향후 중요한 섹터가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이벤트성으로 선거 홍보용으로 쓰는 다른 후보들과는 시작 목적이 다르다."

― 메타버스 플랫폼 활성화, 가상자산 활용에 어떤 의미가 있을까.

"블록체인 기반의 가상 자산 활용 시스템을 극단적으로 이야기하자면, 커뮤니티 기반의 자율적 금융 시스템이라고 할 수 있다. 메타버스를 통한 거래 행위나 지불 행위와 관련한 금융 시스템은 상대적으로 쉽게 적용할 것으로 판단한다. 메타버스 상에서 제작되는 가상의 아이템들에 대한 거래 구조 상에서도 NFT나 블록체인 기반의 페이먼트 시스템등은 메타버스의 인프라가 될 가능성이 크다."

대담=정재형 취재본부장, 조아라 기자 archo@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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