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대표 인터뷰] 이준석① "네이버·카카오에 엄정 대응...독과점 규제"

입력 2021.09.15 06:01

공정한 기회의 평등이 대선에서 화두로 등장할 것
학력평가 제대로 해 당근-채찍 기반으로 공교육 재수술

미국에서 구글, 페이스북, 아마존, 애플 등 빅테크 플랫폼 기업들에 대한 규제가 본격적으로 논의되고 있는 가운데 국내에서도 네이버, 카카오 등의 문어발식 확장과 경쟁을 저해하는 불공정행위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네이버, 카카오 등 플랫폼 기업에 대해 "국민의힘은 자유로운 경쟁을 위해 규제 철폐를 원하는 정당이지만 시장질서를 교란하는 행위에 대해서는 엄정하게 대응할 수밖에 없다"며 독과점의 문제로 다루고, 공정거래법상 시장지배적 지위 남용과 불공정거래 행위에 대해 강력히 규제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 대표는 지난 9일 IT조선과의 인터뷰에서 "시장지배적 사업자에 대해 광고나 판촉 제한 등 영업행위 규제를 통해 새로운 다른 업체들이 공정하게 경쟁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네이버와 네이버쇼핑의 분리 등 기업분할에 대해서는 "굉장한 담합 행위가 있으면 할 수 있지만 지금 상황에서는 너무 지나치다"며 반대했다.

- 고리타분한 질문부터 해보겠다. 보수란 무엇인가, 진보란 무엇인가.

"흔히 하는 말처럼 사회를 바람직한 방향으로 바꿔가야 하는데, 보수는 (부작용을 최소화하면서) 안정적으로 바꾸려고 하고 진보는 (부작용이 있더라도) 급진적으로 바꾸려고 하는 것이다. 그런데 보수와 진보의 경계선이 무너지고 있다."

- 우리나라에서 엄밀한 의미의 보수와 진보는 존재하지 않는다?

"미국에서 비교정치학을 배울 때 박정희 대통령의 경제개발 5개년 계획과 레닌의 국가 주도 신경제 계획을 같은 선상에 놓고 얘기한다. 하나는 성공했고 하나는 실패했을 뿐이다. 국가 주도 발전론은 (보수의) 자유주의적 관점에서 완전한 시장경제로 굴러가는 게 아니다. 전통적인 보수와 진보, 좌우 개념으로 분리하기 어렵다. 우리나라에서 (자유와 시장경제를 추구하는) 보수 정당을 지지하는 많은 분들이 1960~1970년대의 경제 체제에 향수를 갖고 있다. 대한민국에서는 그렇게 이념이 혼재돼 있다."

- 그래도 정당이라면 가치와 이념을 중심으로 통일된 지향점을 가지고 가야 하는 것 아닌가.

"당 대표가 된 이후로 철학적 틀에 따라서 당의 정책을 가져가는 게 어떠냐는 제안을 하고 있다. 일례로 젠더 문제에서 일관성 있게 '결과적 평등'이 아닌 '기회의 평등'을 추구하고, '차별이 존재하지 않는게 아니라 기회의 차별이 존재하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런 것들이 하나하나가 누적돼서 정당의 이념을 둘러싼 정책들이 형성돼야 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지금까지는 이념정치가 다소 약하다."

- 정부의 역할과 개입에 대해 보수와 진보는 차이가 있다.

"보수의 자유에 대한 이념을 지키기 위해서 최소한 시장질서를 교란시키는 것을 규제해야 하는 게 숙명이다. 시장경제 체제를 신봉하는 미국도 미국 사람들이 제일 싫어하는 독과점이 일어나면 규제를 강하게 한다. 1911년 스탠더드오일 사례에서 보듯이 회사를 분할시키기도 했다. 시장의 질서를 유지하기 위한 적극적인 정부 개입은 보수의 정신에서 어긋나지 않는다.

최근 플랫폼 기업들을 중심으로, 특히 O2O(온·오프라인 연계) 플랫폼을 중심으로 사회 전반의 문어발식 확장은 1970~1980년대 재벌의 행태와 다르지 않은 부분이 있다. 국민의힘은 독과점의 영역에서 이 문제를 다룰 것이다. 과거 '삼성이 아파트도 짓고, 차도 만드네'라고 의아했던 것처럼 어떤 서비스 산업에서나 '이것도 카카오가 하네'라고 인식할 정도로 독과점 문제, 불공정 경쟁은 심각한 수준이다.

국민의힘은 자유로운 경쟁을 위해 규제 철폐를 원하는 정당이지만 시장질서를 교란하는 행위에 대해서는 엄정하게 대응할 수밖에 없다. 독과점으로 소비자 편익이 저해되는 경우는 강한 입장을 가져갈 것이다."

- 미국에서는 본격적으로 빅테크 플랫폼 기업에 대한 규제에 들어가고 있다.

"네이버 쇼핑도 그런 부분이 있다. 또 카카오가 플랫폼 사업자로 운동장을 보유하고 심판 역할을 하면서 선수로 뛰기도 한다. 택시 회사를 매입해서 자체 택시를 보유하고 사업하는데 비공개 알고리즘으로 배차 추천을 타 택시보다 우선하는 게 아니냐는 의구심이 있다. 실제 확인할 방법은 없지만 불공정 경쟁이 의심되는 사례가 있다면 더 적극적으로 봐야 한다."

- 네이버 쇼핑도 카카오와 비슷하다. 네이버가 검색 플랫폼인데 알고리즘으로 자사 네이버 쇼핑에 유리하게 할 수 있다. 검색 중립성, 알고리즘 중립성 원칙으로 규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알고리즘 중립성은 판단하기가 어렵다. 알고리즘이 단순히 코드로 되는 게 아니고 축적된 데이터에 의해 만들어지기 때문에, 알고리즘을 만드는 노력만큼 분석하는 노력도 많이 들기 때문에 규제 기반으로 삼을 수 없다. 다만 과거에 통신3사가 유무선 인터넷 시장에서 공정거래법상 시장지배적 사업자(시장점유율이 1개 기업이 50% 또는 3개 기업이 75%가 된 경우)가 됐던 때 규제했던 것처럼 판촉활동이나 광고 등 영업행위 규제를 할 수 있다. 아까 언급했던 택시 플랫폼 시장에서 카카오택시는 80% 이상의 점유율을 가지고 있다. 제대로 경쟁하기 어려운 시장이 됐다. 플랫폼 기업일수록 공정거래법을 엄격히 적용해야 한다."

- 네이버에 네이버쇼핑을 분할 매각하도록 하는 등 기업분할도 생각하나.

"그 정도면 굉장한 담합행위까지 일어났을 때 생각할 문제다. 지금은 시장지배적 사업자로서의 문제가 더 크다. 영업활동 제약을 첫번째 방안으로 삼아야 하지 않나 생각한다. 지금은 자금력과 시장지배력을 가지고 동등하게 광고나 판촉을 할 경우 시장지배적 사업자(카카오)가 더 유리하다. 새로운 자본력을 가진 업체가 제대로 경쟁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 판촉 등 영업행위 규제만으로 될까. 카카오택시가 이미 확고하게 지배력을 가지고 있다. 광고할 이유도 없고 경쟁자인 T맵택시는 너무 미흡하다.

"지금도 카카오의 수수료 구조를 보면 예를 들어 프리미엄 서비스로 기사들로부터 수수료를 받는 서비스도 있고 호출서비스로 탄력요금제를 적용해서 수수료의 60%를 기사에게 배당하는 정책도 있다. 그런 부분에 대해 다른 업체가 시장점유율을 높이기 위해 저렴한 가격정책 등을 할 수 있다. 아무튼 시장의 경쟁을 진흥하기 위한 것이지, 기업분할까지 가기는 너무하다."

- 이번 대선에서 가장 중심이 돼야 할 이슈는.

"플랫폼 기업에 대한 제대로 된 시장 질서를 확립하는 것이 중요하다. 과거에 우리가 재벌만 보더라도 문어발 경영과 더불어 상호출자나 순환출자 등 가공자본으로 경영권을 유지하는 등 폐습적 측면이 있었다. IT기업들은 구조적 문제가 존재한다. 문어발식 확장이나 업종을 가리지 않고 확장하는 문제 등에서는 기본적으로 끼워팔기 문제가 등장한다. 마이크로소프트(MS)가 운영체제(OS)에 인터넷익스플로러를 끼워팔기 했다가 제재 받았던 것처럼 말이다. 다른 경쟁자의 진입이 어려워진다. 카카오모빌리티의 미끼상품은 택시다. 택시 기반 앱을 깔게 하고 주차와 기차표 예매까지 대부분 교통 관련 서비스를 넣어서 끼워팔기 하는 그런 부분은 우려스럽다."

- 구조개혁이나 노동, 교육 등 큰 그림에서의 대선 이슈는.

"대선공약은 대선주자가 많은 영향력을 미치기 때문에 부담되지만, 적어도 전당대회에서 젊은 세대의 지지를 받으면서 느낀, 그들이 원한 방향성은 공정한 경쟁을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10~20년 동안 경쟁을 부정적으로 묘사해 왔고 부작용을 얘기했는데 경쟁이 사라진 이후 모습은 절망적으로 비춰진 상황이다. 어떻게든 경쟁의 가치를 되살리고 '본인이 하나하나가 참여할 수 있는 역할이 열려있다'고 생각하도록 하는 게 목표다. 경쟁의 기회가 닫히는 순간 실망을 한다. 우리 사회에서 공정한 기회의 평등이 대선에서 화두로 등장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 공정한 기회의 평등이라는 면에서는 교육이 중요할 것 같다.

"입시문제는 대학을 어떻게 가느냐로 교육의 성과로 측정하는데 오히려 기본적으로 제공되는 보편적인 국민교육, 의무교육을 강화하는 게 중요하다. 교육봉사 단체를 운영하면서 보면, 중학교 때부터 수학, 과학, 영어를 포기 비율이 높아져 있다. 과거에 비해서 기초학력 성취도 평가가 부족해서 그 심각성이 통계적으로 인식되지 않다. 지금은 12년 의무교육을 하고 있는데 미래에는 대한민국에서 초, 중, 고를 졸업하면 최소한의 학력과 실력을 갖추도록 하는 게 더 중요한 국가의 의무다. 적극적인 공교육 강화책을 써야 하고 사견이지만 이를 위해 자연진급보다는 실질적으로 필요한 학업을 이수할 때 졸업을 시켜야 한다. 이름을 붙이자면 책임교육이라고 표현하고 싶다. 의무교육에서 책임교육으로 전환해야 한다."

- 공교육 강화는 역대 정권이 모두 외쳐왔는데 해결이 안 됐다.

"일반적으로 학교의 가장 큰 기능은 사회에서 일자리를 찾고 문제가 없을 정도의 지식을 함양하는 데 의미가 있다. 나머지 사회적 기능도 중요하지만 그 기능을 간과하면 안된다. 그러기 위해 성과 측정을 빈번히 해야 한다. 비인도적이라고 학력 성취도 평가를 없앴는데 기반 데이터 없이 어떤 학교가 어떻게 교육에 잘 되는지 평가가 어렵다. 지역별, 학교별 특이 현상이 발견되면 소위 당근과 채찍, 지원과 규제를 복합적으로 사용해서 학교의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한 노력을 해야 한다."

- 학교간, 교사들간 경쟁이 이뤄져야 할 것 같다.

"학교간 경쟁이 될 수도 있고 학교 내 경쟁이 될 수도 있다. 오늘이 어제보다 더 나은 삶, 오늘이 어제보다 낫다면 인센티브를 주고 상찬할 수 있는 부분이 있다. 어제보다 오늘이 못하면 보완점을 찾아내야 한다."

- 인센티브는 학교별 예산 차등지원 같은 건가.

"예산 차등지원까지는 모르겠지만 학교가 자체 노력을 하는 것도 중요하다. 대한민국 학생이라면 특정 과목에서 일정 수준 이상 성취가 나올 수 있도록 학교가 노력해야 한다. 미국의 낙오방지법 사례도 성과측정과 당근-채찍을 기반으로 공교육에 대한 재수술을 한 것이다."

- 당근과 채찍이라면.

"예산지원이 될 수도 있고, 영재학교별 운영 등 다른 인센티브를 통해 학교가 더 앞으로 나갈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 자율성을 확대하는 것이다."

대담=정재형 취재본부장, 조아라 기자 archo@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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