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경제 성장이 잘 되지 않아서 젠더 갈등 등 분열적 사고를 하게 된다며 "신수종사업을 육성하고 공유와 개방을 통해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예를 들어 공영방송의 과거 영상 아카이브를 개방해 일반인 유튜버들에게 사용할 수 있게 하면, 1980년대 땡전 뉴스를 재가공하고 편집해 새로운 콘텐츠로 소비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대표는 "공유와 개방을 통한 부가가치의 승수효과를 누릴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모바일 투표 등 디지털 민주주의에 대해서는 "코로나를 거치면서 모바일 투표에 대한 저항감이 낮아지는 등 디지털 민주주의 의사결정 구조에 당원들이 합리적으로 적응할 거이란 기대를 가지고 있다"며 "아직 말할 수 없지만 그런 것들을 위해 준비하고 있는 것이 있다"고 말했다.

- 이대남(20대 남성)이 이준석이라는 정치인을 당대표로 소환했다는 평가가 많다.

"젊은 세대가 대한민국의 변곡점마다 정치의 큰 변화를 가져왔다. 1960년대는 경제발전을 위해 쿠데타를 일으켰던 군인들을 정치세력으로 밀어올렸다. 박정희 대통령은 선거를 통해 당선돼 경제발전을 이끌었다. 1980년대에는 민주화의 기치를 들고 우리나라를 민주화 시키는 데 젊은 세대가 기여했다. 지금 2030은 어떤 지향점을 가지고 있냐면 공정사회에 대한 기대가 있다. 그런 정도의 열망이 있는 상황에서 그에 부합하는 메시지나 행보를 한 것에 폭발적으로 반응했다."

- 젠더 갈등을 부추긴다는 시각도 있다. 젠더 갈등을 해결하려면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까.

"젠더 문제는 오히려 문재인 정부에서 4년동안 특정 성별을 위한 정책을 추진했기 때문에 이뤄진 일이다. 당장 우리 사회에서 각종 성 불평등 지표가 개선되고 있었다. 행정고시, 사법고시 등을 보면 여성의 비율이 과반일 때도 있고 외무고시도 마찬가지다. 경쟁의 틀이 공정하면 여성이 불리하지 않다. 경쟁의 틀을 공정하게 하는 노력을 해야 한다. '결과의 평등' 할당제는 또 다른 불평등을 낳는다. 내가 젠더 갈등을 부추긴다고 하지만 할당제 폐지 외에는 구체적인 사안을 언급하지 않았다. 할당제 폐지는 남성과 여성에서 광범위한 지지를 받을 수 있는 아젠다다."

- 실존하는 남성과 여성의 갈등이 있다. 젊은 남성들은 지금까지 살아온 것으로만 보고, 젊은 여성들은 일생에 걸쳐 육아와 경력단절 등을 얘기한다.

"경제가 성장하는 시기에는 분열적 사고를 잘 안한다. 내 삶도 나아졌고 다른 이의 삶도 나아졌다면 다른 사람의 삶을 쳐다볼 이유가 없다. 문재인 정부 이후 파이의 성장이 줄어들었기 때문에 나의 행복이 상대방의 불행이 되고, 상대방의 불행이 또는 상대방의 기회가 사라지는 게 나의 기회가 되는 약탈적 관계가 돼버렸다. 이런 과정에서 갈등이 양산된다. 지향점, 가치를 성장으로 되돌릴 필요가 있다. 그렇게 해야 갈등이 사라지는 것이지, 약탈적 상황에서는 어떤 기준을 들이대도 긴장 관계가 유지될 수 밖에 없다."

- 현재는 저성장 국면인데 어느 정도 충분한 성장을 이루기 위해 꼭 필요한 것은.

"신수종사업이다. 혁신이라는 단어를 헤프게 쓰고 싶지는 않지만 기존에 없었던 산업의 발굴이 필요하다. 창의적 주체가 해야 하는 상황이다. 문재인 정부 들어서 신수종 사업을 들어본 적이 오래됐다."

- 문재인 정부도 혁신성장, 스타트업 육성 등을 얘기했는데.

"O2O(온·오프라인 연계) 서비스는 시장 창출이라기보다 시장 효율화였다. 시장을 창출하려면 전체 부가가치가 상승하는 방향으로 산업을 진화시켜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추가 생산이나 일자리는 어렵다. 부가가치를 높이기 위해서는 '공유와 개방'의 가치를 실현하는 게 중요하다. 지금까지 없었던 것을 만들고 접근이 불가능한 데이터를 공유해서. 문재인 정부가 공공데이터를 개방한다고 했지만 대한민국에서 편하게 활용할 수 있는 공공데이터가 많지 않다. 접근 제한돼 있고 규격도 맞지 않는 경우도 있다."

- 예를 든다면.

"공유 저작권이나 2차 저작물 생태계를 만들기 위해서는 정부가 소유한 광범위한 지적재산권을 풀어야 한다. 예를 들어 공영방송이 가지고 있는 영상 아카이브가 있다. 공영방송은 드론이 생기기 전부터 헬기를 띄워서 대한민국의 여러 풍경을 찍기도 했고, 여러 뉴스 자료 영상 가지고 있다. 유튜버가 자체적으로 방송을 제작하는 데 그런 자료를 활용할 수 있다면 콘텐츠가 풍성해지고 부가가치를 얻을 수 있다. 대한민국 국민들은 그런 자료를 무료로 이용할 수 있도록 하거나 공정이용 저작권을 줘서 특정 목적에 대해서는 일반특허, 표준특허를 저가의 저작료로 사용하는 등 방식이 있을 것이다. 아카이브에 들어있는 1980년대 땡전뉴스는 색채를 가미하고 해설을 얹으면 다시 소비될 수 있다. 공유와 개방을 통한 부가가치의 승수효과를 누릴 필요가 있다."

- 관훈클럽 토론에서 국민의힘의 언어는 참여, 공유, 개방이라고 했는데 공유와 개방은 그런 의미이고 그럼 참여는.

"참여는 의사결정 구조에서 기득권 세력에게만 맡기지 않겠다. 정당 정책을 만드는 과정, 의사결정 과정에서 여의도에 모일 수 있는 사람들만 참여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전국 어디서나 온라인으로 참여할 수 있고 당에 대한 공헌도를 질문받지 않고 의견을 당당히 얘기할 수 있는 게 참여다."

-참여나 집단지성을 얘기할 때 필연적으로 나오는 얘기가 '걸러져야 하고 취사선택을 잘 해야 한다'는 것인데.

"최근 들어 정책 공모전도 하고 대변인 선발 토론 배틀도 하며 느끼는 게 '과연 대중 속에서 의견이 나온다고 해서 당이란 딱딱한 조직체계보다 품질이나 형식에서 미흡한 부분이 있냐'면 그렇지 않다. 정책적으로 합리적으로, 이야기가 나온다. 당에서 훈련된 정치인보다 대변인 토론 배틀로 뽑았더니 더 토론을 잘한다. 민간의 역량을 인정하지 않고서는 참여, 공유, 개방이 이뤄질 수 없다."

- 국민의힘의 정당으로서 지향점은.

"국민의 힘은 지금까지 30~40년 보수정당의 한계점, 젊은 세대가 배제돼 있던 것을 극복하고 미래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했다. 민주당보다 미래지향적인 정당으로 거듭나고 있다."

- 우리나라는 대선 시즌이 되면 유력 후보 중심으로 캠프가 꾸려지고, 당보다는 캠프가 더 큰 역할을 한다.

"정당이라고 하는 게 지금까지 공천하는 정도의 기능 외에 정책적 기능이라든지, 체계적 이념에 맞는 구상을 하는 게 제대로 진행되지 않았다. 내가 당대표가 되면서 이런 부분을 대선 앞두고 미리미리 준비하려고 한다. 성공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 당의 대선 후보, 총선 후보를 여론조사로 뽑으니까 역선택 등 부작용이 많다. 당원 투표로만 뽑아야 하지 않나.

"당원 민주주의가 실현되며려면 당원 구성이 편향되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전체 유권자에 비해 당원들은 지역 편향적, 세대 편향적 분포인데 이런 괴리를 줄이기 위해 그런 것 아닌가. 당원 기반으로 편향성이 제거되면 당원 민주주의를 실현해야 한다. 우리나라 현실 상 어쩔 수 없고 민주당도 마찬가지다."

- 모바일 투표 등 디지털 민주주의의 현재와 미래는.

"코로나를 거치면서 모바일 투표에 대한 저항감이 낮아졌다. 디지털 민주주의 의사결정 구조에 당원들이 합리적으로 적응할 거이란 기대를 가지고 있다. 그런 것들을 위해 준비하고 있는 것이 있다. 아직은 말할 수 없다."

- 부동산 문제를 풀 해법은.

"당연히 수요와 공급이라는 전통적 관점에서 사람들이 원하는 공급을 늘여야 한다. 수도권 부동산 문제가 확대된 것은 서울 내에서 직주 근접성이 좋은 곳에 주택을 공급해야 한다는 문제가 있다. 문재인 정부는 3기 신도시라든지 외곽지역에 주택을 공급해 대응하려고 했다. 수요와 공급이 불일치했다."

- 도심 재개발, 재건축이나 용적률 상향을 해야 하나.

"그런 부분이 당연히 영향을 줄 수 있다."


대담=정재형 취재본부장, 조아라 기자 archo@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