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대표 인터뷰] 이준석③ “文정부 가상자산 정책 실패...딜레마 커졌다”

입력 2021.09.15 06:03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현 정부의 가상자산 정책이 실패했다고 진단했다. 가상자산이 새로운 조류가 될 것을 내다보지 못했다는 것이다. 산업 육성 기회도 살리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이준석 대표는 이를 두고 "문재인 정부의 딜레마가 커졌다"고 봤다.

이 대표는 정부 정책이 2018년 이른바 ‘박상기의 난’에 머물러 있다고 봤다. 당시 박상기 전 법무부장관은 "(국내) 가상화폐 거래소를 통한 거래를 금지하는 법안을 준비 중이고, 거래소 폐쇄까지 목표로 하고 있다"고 발언해 가상자산 시장에 큰 충격을 안겼다. 이후 정부 정책은 가상자산 사업자에 자금세탁방지의무를 부과하는 ‘특정금융법’ 개정안을 시행하고, 무형자산으로 보고 양도차익을 기타소득으로 분류해 과세한다고 발표한 게 전부다.

그는 "문재인 정부의 예측과 다르게 가상자산이라는 테마는 정부 임기 내내 죽지 않고 살아 있어 오히려 딜레마가 커졌다"며 "정부는 가상자산 시장이 사라질 것으로 예측하고 규제 일변도로 대응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이 대표는 손꼽히는 가상자산 전문가로 분류된다. 블록체인 기술과 산업 현황에 대해 이해하고 2030 투자자 입장을 대변하고 있다는 평가다. 청년들이 그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이유다.

― 현 정부의 가상자산 정책을 평가한다면.

"박상기의 난이라고 불린 시점부터 가상자산에 대한 정부의 입장이 명확히 정리되지 않았다. 가상증표라는 희한한 용어까지 나왔는데 법제화 또는 실체에 대한 규정에 실패했다. 갈수록 가상자산의 규모는 커지고 세계 시장에서 실질적인 실제 적용 가능성이 나오면서 뒤늦게 양성화하고 있는 것 아니냐 이렇게 생각한다."

― 금융위원회는 글로벌 추세를 봤을 때 국내 법제화 추진이 늦은 건 아니라고 판단했다.

"우리나라에서 결국 금융당국이 놓치고 싶어하지 않는 지점이 있을 것이다. 가상자산이 법제화되고 양성화되면 가장 먼저 사라지는 건 외화 송금에 관한 규제가 아닐까 싶다.

어느 영역 이상에서 불법이지만 유학생은 더 이상 은행에서 송금하는 게 아니라 가상자산을 통해 수요를 해결하고 있다. 이런 조류를 막을 수 있는 현실적인 대안은 없다. 정부가 통제를 포기하는 것 말고는 없다. 가상자산에 대한 부정적 인식 때문에 우리가 충분히 투자하고 키울 산업을 육성하지 못했다.

대표적으로 디파이(DeFi, 탈중앙화금융)는 우리나라가 굉장히 앞서나갈 수 있는 분야다. 기축화폐가 없기 때문이다. 세계에서 자국 화폐를 기축 통화로 가진 나라가 얼마되지 않는다. 제3세계처럼 금융 자체가 자신들 화폐보다는 가상자산을 기반으로 하는 게 더 안정적인 경우에는 디파이 시장이 커질 수밖에 없다. 우리가 앞장서서 상품을 개발할 수 있는 금융 활용 가능성도 있었는데 정부가 이를 차단해 버린 게 안타깝다."

― 금융 영역을 그렇게 볼 수 있겠지만, 가상자산이 가치 변동성이 커 화폐 기능을 하기는 어렵지 않나.

"가치 변동성이 큰 것은 증권형 토큰 부분이다. 증권형 토큰이야말로 당연히 가치 변동성이 커야 한다. 코스닥 시장의 주식이 가치변동성이 큰 것과 마찬가지다. 하지만 스테이블 코인(달러 등 법정화폐와 1대1로 가치가 고정돼 있는 코인)이나 용처가 안정된 화폐의 경우 제3세계 국가들의 화폐보다 더 안정적으로 유지되는 경우도 있다. 이 경우는 시장에서 안정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을 것이다."

― 비트코인이나 이더리움의 경우, 화폐의 가능을 할 수 있다고 보나.

"아직까지 법정화폐의 안정성에는 미치지 못할 수 있지만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고 본다. 화폐처럼 일상적 통용 수준은 아니지만 거래 수단으로 통용될 수 있을 것이다. 다만 비트코인은 결제수단으로 보기에는 무거운 수단이 됐다."

― 무겁다는 의미는.

"단가가 크다. 또 블록체인의 전송 속도가 다른 화폐에 비해 느리다. 기축 가상자산의 특성이 강하다."

― 비트코인이 달러를 위협할까.

"그렇지 않을 것이다. 보편적으로 우리나라는 가상자산 거래에 익숙한 대중이 많지만 세계적으로 이런 사례를 찾기 쉽지 않다. 완전 대체는 어렵다고 본다."

― 가상자산 디앱(Dapp, 스마트 계약으로 작동하는 탈중앙화 어플리케이션)이 활성화 될 것으로 예상하는 상용화 서비스는.

"아직까지 디앱이 실질적으로 많은 용법을 가지고 사용될 것이란 생각은 하지 않는다. 성공사례가 손에 꼽을 정도로 적다. 유틸리티를 확보하기 위한 블록체인 기술이 왜 비교 우위를 갖는가에 대한 명확한 사례가 존재해야 하는데, 아직까지 그런 서비스를 발굴하는 데 실패했다."

― 페이스북 등 글로벌 빅테크 기업이 코인을 발행했거나 준비하고 있다.

"우리는 20년 전에 (싸이월드의) 도토리로 경험했다. 훨씬 큰 규모로 사용되는 코인이라면 활성화 가능성은 있다고 본다. 다만 국가 발행 CBDC(중앙은행 디지털화폐)나 탈중앙화라는 개념이 사라진 업그레이드 도토리 같은 느낌의 디지털 화폐는 가상자산과 구분이 필요하다."

― CBDC의 가능성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는지.

"중국은 모바일 결제에 대한 접근성이 높고 위조 지폐 문제가 심각해서 CBDC를 적극 추진할 것이다. CBDC 못지 않게 스테이블 코인 영역이 발달하고 있기 때문에 다른 나라는 민간에서 그런 기능을 대행하는 곳이 나올 수도 있겠다고 예상한다."

―CBDC는 추적이 가능해서 통제수단으로 활용될 수 있다는 지적이 있다.

"정책적으로 활용될 요소가 많다. 최근 코로나 시국에 정부가 재난지원금을 줬다. ‘언제까지 안쓰면 소멸’ 정도의 조건만 달 수 있지만 CBDC와 프로그래밍된 로직을 통해 복잡한 것들을 구현할 수 있다. 안 쓰면 매일 0.5%씩 감액한다든지 주말에 쓰면 10% 증액 등과 같은 정책 수단을 돈에 실을 수 있다. 우리 동네에서 물건 사면 얼마 할인 등 이런 식으로 지역별 조건을 달 수도 있다. 정책하는 사람 입장에서 CBDC를 통해 다양한 재미있는 시도를 할 수 있다."

― 엘살바도르가 비트코인을 법정화폐로 채택했다.

"화폐로 규정하느냐, 상품으로 규정하느냐에 따라 세제 법안 등이 달라지기 때문에 국가별로 다른 선택을 할 수 밖에 없다. 우리나라는 비트코인이 화폐가 아니기 때문에 이자를 받을 수 있는 수단은 아니다. 정책적으로 어떻게 규정하느냐에 따라 활용가치가 달라질 수 있는 부분이다."

대담=정재형 취재본부장, 조아라 기자 archo@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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