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타버스로 진화한 프롭테크

입력 2021.09.15 06:00

#원하는 아파트 단지의 동과 호수를 골라 내부를 둘러본다. 안방, 화장실, 거실, 작은방까지 구석구석 살피고 창문은 있는지, 발코니 크기는 어떤지 꼼꼼히 따진다. 거실 모드로 돌아와 창밖을 바라보니 우거진 숲이 시야에 들어오는 ‘숲세권’이다. 낮, 밤 모드를 변경해 일조량은 어떤지도 확인했다. 아무래도 이집을 사야겠다.

올해 5월 직방이 도입한 ‘3D 단지 투어’ 기능의 이야기다. 이용자가 원하는 아파트 단지를 고르면 3D 입체 화면으로 구현된 아파트 외관과 내부 모습을 구경할 수 있다. 이 같은 기능은 프롭테크(proptech)에 메타버스 기술을 접목해 가능해졌다. 부동산중개인과 집을 직접 둘러볼 필요도 없다. 실제 집을 다각도로 재현해 일조량, 조망을 확인할 뿐 아니라 방 구석구석을 스마트폰으로 둘러볼 수 있다. 정확히 몇 동 몇 호가 매물로 나왔는지 확인하고 이후 계약까지 한번에 진행 가능하다.

직방의 가상현실(VR) 모바일 모델하우스. / 조선DB
가상공간에서 매물 둘러보고 계약까지

1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프롭테크에 메타버스 기술을 결합시키는 기업이 늘고 있다. 프롭테크란 부동산(property)과 기술(technology)의 합성어다. 부동산에 첨단 기술을 접목시킨 부동산 서비스 산업을 일컫는다.

비대면 문화 확산으로 메타버스가 떠오르면서 요즘 프롭테크는 인공지능(AI)을 활용한 소비자 맞춤형 부동산 서비스를 제공하는 식으로 발전하고 있다. 여기에 가상현실(VR), 증강현실(AR), 사물인터넷(IoT)을 활용한 기술도 결합하는 추세다.

업계가 관련 기술에 주목한 이유는 산업 전망이 밝기 때문이다. 한국프롭테크포럼이 발간한 ‘프롭테크 생태계와 비즈니스 협업 보고서’에 따르면 2018년 20개였던 프롭테크 관련 회원사는 올해 278개에 달한다. 프롭테크 기업 투자금액은 2016년 472억원에서 올해 2조2158억원으로 50배나 늘었다. 프롭테크 스타트업의 평균 매출액은 2019년 7026억원에서 지난해 1조8억원으로 42.4% 올랐다. 업계 관계자는 앞으로 관련 시장 규모가 10배 이상 커질 것으로 내다본다.

메타버스 산업의 뼈대가 되는 기술 시장 규모도 커질 전망이다. 글로벌 컨설팅 기업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PwC)는 지난해 957억달러(약 1100억원)였던 가상현실, 증강현실 시장이 오는 2030년 1조5429억달러(약 1770억원)까지 확장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업계 전문가들은 프롭테크에 메타버스 기술을 접목해 시너지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프롭테크에 메타버스 기술을 접목한 대표 사례는 가상 모델하우스다. 최근 롯데건설은 직방과 업무협약(MOU)을 맺고 메타버스 활용 프롭테크 시장에 본격 발을 들였다. 롯데건설은 직방의 메타버스 플랫폼 ‘메타폴리스’에 입주해 소비자와 소통에 나섰다. 고객은 3D 모델하우스를 관람하고 가상 분양 상담소에서 상담사와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

평행공간이라는 프롭테크 기업도 VR기술을 활용해 직방과 비슷하게 현실공간을 가상세계에 구현했다. 특수장비로 현실공간을 스캔해 얻은 데이터를 모아 3D로 변환했다. 실제와 동일한 3D 디지털 공간을 가상현실 세계에서 구경할 수 있다.

평행공간 관계자는 "가상공간 내에서 자유롭게 시점을 변경해 내부를 투어하고 원하는 지점을 선택해 실측할 수 있다"며 "실제 그 공간에 방문하는 것 보다 상세한 공간파악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부동산 임장, 건설, 인테리어, 원상복구, 숙박·상업시설의 안내와 홍보에 해당 기술을 활용한다"고 했다.

우리 정부 역시 지난해 말 ‘부동산서비스산업 진흥 기본계획’을 발표해 프롭테크 산업 육성에 나섰다. 정부는 관련 산업의 부가가치를 30% 확대하고 일자리를 20% 늘릴 예정이다. 구체적으로 다양한 프롭테크 적용 공공시범사업을 열어 프롭테크 업체가 신규 사업모델을 개척하도록 유도하는 테스트베드 역할을 지원한다. 프롭테크를 정책펀드 지원 대상으로 포함해 스타트업을 키우고 일부 법령이나 지침에서 부동산업을 창업 지원 대상에서 배제하는 규정을 지속 발굴·개선해나갈 계획이다.

박소영 기자 sozero@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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