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의 미진한 상생 자구책, 규제 칼날 피할 수 있나

입력 2021.09.15 06:00

카카오가 사회적 책임 강화 상생안을 발표한 가운데, 비판이 집중된 카카오모빌리티가 계열사 중 가장 먼저 구체화된 계획안을 제시했다. 스마트호출 서비스를 전면 폐지하고, 택시 기사 대상 프로멤버십 요금을 인하하는 것이 골자다.

이같은 일부 상생안에도 카카오모빌리티를 향한 규제 당국의 칼날은 피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카카오모빌리티가 골목 상권 침해 핵심으로 지목된 가맹 택시 ‘콜 몰아주기'는 정면 부인하는 등 입장을 굽히지 않으면서 갈등의 핵심인 ‘공정 배차'를 위한 실효성 있는 대안은 내놓지 않았기 때문이다.

카카오모빌리티의 카카오택시 / IT조선DB
백기 든 카카오…"일부 사업 철수"

14일 카카오에 따르면 카카오와 주요 계열사 대표는 13일과 14일, 이틀간 전체회의를 열고 골목상권 사업을 일부 철수하기로 했다. 특히 카카오 계열사 중 가장 많은 지적을 받은 카카오모빌리티는 당장 사업을 일부 조정했다.

카카오모빌리티는 우선 기업 고객 대상 꽃과 간식, 배달 등 일부 서비스는 종료하기로 했다. 또 돈을 더 내면 카카오 택시가 더 빨리 잡히는 기능인 ‘스마트호출'도 폐지키로 했다. 배차 혜택을 주는 요금제인 ‘프로멤버십' 가격도 낮춘다. 대리운전 중개 수수료도 20%에서 하향 조정할 계획이다.

관련업계는 카카오 측의 이같은 상생방안 발표에도 불구하고 카카오모빌리티가 규제 당국의 칼날이나, 비판 여론을 피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한다. 상생안에는 골목 상권 침해 논란의 핵심으로 지목된 ‘카카오T블루'사업의 철회나 조정 의지가 전혀 내비치지 않은 상황이라서다.

"바보야, 핵심은 스마트호출 철회가 아니라 공정배치야"

그간 택시업계는 카카오T가 가맹택시인 ‘카카오T블루’에만 콜 배차를 몰아줘 일반 택시기사 피해가 가중되고 있다고 주장해왔다. 카카오에 가맹비를 내지 않는 일반 택시는 점차 콜을 받는 것이 어려워지고 있다는 것이 지적의 핵심이다.

택시업계 관계자는 "스마트 호출 철회가 문제가 아니라 공정 배차가 이뤄지지 않는 것이 문제의 핵심이다"라며 "카카오는 상생안에 핵심을 담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또 카카오의 상생안에는 이같은 문제를 지적하는 업계와 소통하기 위한 방안도 담기지 않았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국회는 카카오의 상생안을 미진한 것으로 보고 ‘플랫폼 국감' 의지를 다지고 있다고 알려졌다.

공정위도 카카오의 택시 콜 몰아주기 조사에 착수한 상황이다. 택시단체 주장이 사실일 경우, 카카오에 가맹비를 내지 않는 일반 택시는 부당한 차별을 받은 것이 된다. 공정거래법상 제재를 피하기 어렵다.

특히 공정위는 현행 공정거래법상으로 어려운 ‘빅테크 갑질 규제'를 가능케 하는 새로운 규제 안 마련에 착수한 상태다. 카카오의 콜 몰아주기에 대해 현행 공정거래법상으로는 ‘시장지배력 남용'과 ‘거래상지위남용' 적용이 어렵지만 공정위가 새 지침을 만들어 규제를 가능케 할 수 있다는 의미다.

김재신 공정위 부위원장은 "국내 주요 모빌리티 플랫폼이 가맹 택시에 배차를 몰아준다는 신고가 접수돼 조사하고 있다"며 "이를 집중 감시해 중소사업자의 기회를 보장하고자 한다"고 강조했다.

공정위, 온라인 플랫폼 분야 단독 심사지침 마련 본격화

공정위가 추진중인 온라인 플랫폼 분야 단독 심사지침이 본격화되면 카카오모빌리티의 콜 몰아주기 같은 ‘갑질' 혐의를 제재할 방안이 마련된다. 공정위가 마련중인 심사지침에 따르면 플랫폼 기업에는 ‘데이터 보유 규모'나 ‘거래 빈도'라는 새 기준이 도입된다. 이로 인해 카카오는 거래상 지위를 판단받게 된다. 카카오모빌리티가 택시 기사들과 상당한 빈도로 거래를 해왔고, 거래로 인한 데이터 보유 규모가 일정 수준임이 확인되면 처벌이 용이해지는 셈이다.

또 공정위가 지침 내에 플랫폼 기업의 ‘자기사업우대’ 행위를 금지하는 조항을 명문화하면 카카오모빌리티 사업의 제약 가능성이 높다. 자사우대는 플랫폼 사업자가 자사 플랫폼을 통해 영업하는 이용 사업자와 함께 경쟁하면서 자신의 서비스 운영과정이나 노출 등에서 유리하게 만드는 행위를 의미한다.

업계는 카카오택시라는 플랫폼을 운영하면서 자회사를 통해 자사택시를 우대하는 행위 전반에 제약이 있을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공정거래법 전문가에 따르면 해당 지침은 실효성을 강화하는 차원에서 향후 공정거래법 개정안이나, 온라인 플랫폼공정화법 반영도 논의되는 단계다.

카카오모빌리티 관계자는 "배차는 알고리즘이 판별하는 것이다"라며 "카카오가 관여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은주 기자 leeeunju@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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