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약 삼성이 택시나 스크린골프장을 운영한다고 하면 진작에 브레이크가 걸렸을 것이다."

최근 카카오의 문어발 확장에 대한 여론의 반감이 높아지는 가운데, 플랫폼 이용자들 사이에서는 이런 ‘가정법'이 등장했다. 카카오가 귀엽고 친숙한 캐릭터를 앞세워 여론의 거부감을 덜면서, 가랑비에 옷 젖듯 온갖 영역에 진출했다는 지적이다.

실제 카카오가 중개하는 서비스 덕에 소비자 편익이 증진된 점은 부인하기 어렵다. 카카오 택시는 승차 거부의 ‘짜증'을 줄였다. 카카오 헤어샵은 ‘부르는 대로 가격'이던 미용실 시장의 정보 불투명성을 줄었다. 카카오엔터의 ‘기다리면 무료' 콘텐츠 시스템은 조금만 기다리면 흥미로운 콘텐츠를 무료로 볼 기회를 제공했다.

문제는 소비자 편익을 증진시키는 과정에서 영세 시장 경쟁이 무너졌다는 점이다. 소상공인들의 ‘비명'이 본격화됐다. 이는 지난 7일 열린 118개 계열사를 거느린 공룡 카카오의 문어발 확장 토론회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토론회에서는 이성원 한국중소상인자영업자총연합회 사무총장, 장유진 한국대리운전총연합회회장 등이 나와 카카오의 일방적인 수수료 인상 문제 등 ‘갑질'과 함께 공격적 골목상권 진출에 따른 현장의 위기감을 생생하게 전했다.

또 다른 문제는 법률로 카카오 같은 플랫폼 기업의 불공정 행위 견제가 쉽진 않다는 점이다. 전문가들은 소비자 후생을 기준으로 플랫폼 기업의 불공정 행위를 지적하기는 쉽지 않다고 입을 모은다.

가장 큰 이유는 주요 플랫폼이 시장지배적 지위를 남용해 경쟁사를 고사시킨 후에도 전략적으로 가격을 인상하지 않거나, 가격을 인상하고도 소비자가 이를 인지하기 어렵게 하는 전략을 쓰기 때문이다. 카카오의 스마트 호출 가격 인상 시도는 보기 드문 '성급한 악수' 중 하나였다.

또 ‘갑질'이 주로 소비자 반대편에서, 플랫폼의 중개와 매칭를 갈구하는 이용 사업자를 대상으로 이뤄진다는 점이다. 실제로 카카오가 최근 내놓은 대표적 상생안은 소비자 대상으로 이용료를 받던 스마트 호출 서비스를 없애기로 한 것이다. 반면 카카오모빌리티는 일반 택시기사가 요구한 ‘공정 배차'를 위한 노력이나, 배차 시스템에 대한 개선 등의 대안은 제시하지 않았다.

카카오가 자사 가맹택시에 호출을 몰아줘 비가맹택시를 차별한 혐의가 확인되더라도 현행법상 ‘갑질’로 제재하기 위한 뾰족한 수는 없다. 현행 공정거래법상 거래상지위 남용(불공정거래행위)를 적용하려면, 카카오가 전속성과 계속성을 동시에 충족해야 한다. 그러나 플랫폼 경제 질서 하에서는 택시기사들이 오랜 기간(계속성) 오직 카카오T와만 거래(전속성)한다는 점을 입증하기 어렵다.카카오 택시기사들은 우티(우버와 티맵 합작회사)와 같은 플랫폼도 함께 애용한다. 이를 경쟁법 용어로 ‘멀티호밍'(이용자들이 복수의 앱, 플랫폼을 동시에 이용하면서 거래하는 현상)로 부른다.

플랫폼 경제에서 일어나는 불공정 행위를 제재할 효과적인 수단이 필요한 시점이다. 마침 공정위는 온라인 플랫폼 분야 단독 심사지침에서 거래상 지위 판단 기준이었던 ‘전속성'과 ‘계속성'을 완화하고 ‘데이터 보유 규모'와 ‘거래빈도’를 새 기준으로 도입할 것으로 보인다.

또 플랫폼 기업의 시장지배적 지위를 판단하기 위한 새로운 기준으로 ‘필수적 중개력' 등 새 개념도 도입한다. 매출액을 기반으로 독과점 기업을 판단하는 현행 방식이 온라인 플랫폼 업계에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제기된 데 따른 것이다. 이 외에도 '시장 획정'을 훨씬 더 넓게 해석해 시장지배적 지위 판단을 쉽게 한다는 방침도 만들어질 전망이다. 또 플랫폼 특성을 고려해 자사에 더 큰 혜택을 주는 자기사업우대금지 조항 등 불공정행위 유형도 제시된다.

공정위는 다음달쯤 지침을 공개할 예정으로 알려졌다. 플랫폼 경제의 과실은 늘리되, 피해는 최소화할 수 있는 정밀한 규제가 필요한 중요한 시기다. 규제를 추진하되 각계 주요 참여자들의 고민과 이야기들도 충분히 수렴될 기회도 제공해야 하지 않을까. 우리 사회에서 플랫폼 경제 발전을 위한 성숙한 고민이 매우 중요하게 요구되는 시점이다.

이은주 기자 leeeunju@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