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리뷰] 이상한 성공

"이곳 청년들의 고민은 무엇입니까?"

과거 핀란드를 방문한 한국 방문단이 관계자에게 건넨 질문이다. 당연히 진로나 취업 등의 대답이 나오겠거니 생각했는데, 관계자는 "고민이 없는 것 같다"는 예상 밖 답변을 내놓았다. 그래도 고민이 있지 않겠냐는 추궁에 잠시 생각하던 관계자는 이어 "기후위기와 세계평화를 고민한다"고 답했다. 한국이었다면 어땠을까. 단연 취업 고민이 우선하지 않았을까. 책 『이상한 성공』(한겨레출판)의 저자인 사회복지학자 윤홍식 교수는 ‘불평등한 복지국가'가 된 한국의 단면을 고발한다.

2014년 3월 1일부터 2017년 11월 30일까지 ‘청춘상담소 좀놀아본언니'에서 조사한 바에 따르면 청년 2만1942명 중 20대의 60%가 ‘나만 뒤처졌다'고 응답했고, 그중 취업과 진로를 고민하는 비율은 50.4%로 1위를 차지했다. 젊음의 시기가 무엇을 하며 어떻게 먹고 사는가 하는 문제에 가로막혀 우울한 시기로 전락한 것이다. 이건 공부를 잘 해도 예외가 아닌데, 「서울대학교 학생복지 현황 및 발전방안 최종보고서」에 따르면 재학생 중 46.5%가 정서적으로 문제를 겪는 것으로 조사됐다.

저자는 불평등을 원인을 지목한다. 그는 OECD국가 중 청년 취업자 비중이 가장 낮은 축에 드는 현실을 지적하며 "불평등한 사회에서 청년들은 자신 이외에 다른 사람과 더 넓은 사회를 생각할 수 없다. 더 불행한 일은 그렇게 모질게 아무도 돌아보지 않고 자신만을 위해 죽도록 노력해서 대학에 진학해도 청년의 상당수가 취업을 하지 못하는 것이 한국의 현실"이라며 "태어나면서부터 입시 경쟁에 몰려 ‘꿈처럼’ 즐거워야 할 학창 시절을 좋은 대학에 가기 위해 공부만 하라고 강요받았다. 그렇게 어렵게 대학에 들어가서 졸업했는데, 앞이 보이지 않은 상황이 된 것이다. 비극이다"라고 설명한다.

이어 저자는 IMF사태를 거론하며 "한국인 대부분은 국가가 자신을 지켜준 기억을 거의 갖고 있지 않다"고 지적한다. 그는 "1997년 IMF외환위기는 재벌 대기업이 제2금융권과 외국에서 단기로 돈을 빌려 사업을 문어발식으로 확장하다가 단기부채를 제때 갚지 못하면서 시작된 위기였다"며 "IMF 외환위기는 재벌 대기업의 방만한 경영, 무능한 정부, 미국 금융자본의 이해가 만들었던 인재(人災)였다"고 분석한다. "국민 대다수는 국가가 공적 복지를 확대해 국민의 삶을 지켜줘야 한다는 생각을 하지 않았던 것 같다"는 게 저자의 설명이다.

민간보험과 부동산 선호 현상 역시 국가 불신의 일면이라고 저자는 지적한다. 그는 "민주화가 된 이후에도 국가가 공적 복지를 확대하려고 노력하는 대신 사적 자산에 대한 투자를 부추겼다. 민간 금융상품에 각종 세제 혜택을 부여하고, 부동산을 구입할 수 있도록 규제책을 내놓다가도 경기가 조금이라도 침체하는 것 같으면, 규제정책을 스스로 무력화시키면서 부동산 경기부양에 나섰다"고 토로한다.

왜 우리는 행복하지 않을까. 이 물음에 저자는 "내가 내 이익을 악착같이 챙기지 않으면, 나와 내 가족의 안전을 보장할 수 없는 사회(에서 살고 있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서믿음 기자 meseo@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