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증편향이라는 말이 있다. 보고싶은 것만 보고, 듣고 싶은 것만 듣는 현상을 말한다. 영국의 심리학자 피터 웨이슨이 1960년대 처음 정립했다.

확증편향은 우리 일상에서 굉장히 빈번하게 발생한다. 첫인상이 대표적이다. 누군가를 처음 보았을 때 느껴지는 인상이다. 내가 가지고 있는 확증편향적 특성으로 인해 첫인상이 정해지는 것이다.

예를 들어 ‘안경을 쓴 사람은 대체적으로 지적(知的)이다’라는 믿음을 갖고 있는 사람이 안경 쓴 이를 만나면 ‘아, 저 사람은 똑똑할거야’라고 생각하게 된다. 여기서 확증편향이 작동하면 이 사람이 어떤 행동을 할 때마다 뭔가 지적으로 보게 된다. 반대로 그가 이상하거나 바보같은 행동을 하더라도 ‘이유가 있겠지’하고는 대수롭지 않게 넘기기도 한다. 확증편향을 갖고 있는 이의 머릿속에는 자신의 믿음대로만 보이기 때문이다.

말투도 비슷하다 할 수 있다. 어떤 사람의 말투가 누군가에겐 굉장히 공격적이고 냉정해 보일 수 있지만,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심플하고 깔끔하게 들릴 수 있다. 같은 말투여도 듣는 이가 살아온 환경에 따라 달라지는 셈이다.

이런 확증편향은 어쩌면 당연할 수 있다. 자신이 선호하는 것을 보고 듣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인간은 근본적으로 이미 굳건하게 형성된 무언가를 변화시키는 것을 그다지 원하지 않는다. 변화 자체가 내포하는 것이 곧 위험일 수 있기 때문이다. 본능일 수 있다는 얘기다.

하지만 그렇게 보고 들은 것을 가지고 그것만이 진실이고 정의라고 주장할 경우는 문제가 될 수밖에 없다. 그런 경우는 거짓이 마치 진실인 것처럼 사실을 비튼다. 원인과 결과를 뒤집게 되는 셈이다. 최근 사회에 만연하는 각종 양극화 현상(젠더혐오·신구세대 갈등 등)을 비롯해 악플 등도 확증편향에서 나오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특히 자신만이 정의라며 상대를 비난, 조롱하고 욕을 할 경우는 더욱 큰 문제다.

코로나19로 인해 비대면이 활성화되면서 이렇게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듣고 싶은 것만 듣게 되는 현상이 더욱 두드러졌다. AI 등 기술 발달로 개인의 행동 패턴과 사고에 맞는 뉴스와 정보만 제공되면서다. 그 중심에는 네이버와 카카오, 유튜브 등 플랫폼이 있다.

디지털 리터러시(digital literacy)가 필요한 이유다. 디지털 리터러시 또는 디지털 문해력은 디지털 플랫폼의 다양한 미디어를 접하면서 명확한 정보를 찾고, 평가하고, 조합하는 개인의 능력을 뜻한다. 그동안 미디어 리터러시가 언급됐는데 디지털 리터러시가 더욱 중요하다고 보는 배경이다.

최근에는 데이터 리터러시(data literacy)도 강조되고 있다. 데이터 리터러시는 다양한 데이터를 분석해 목적에 맞게 활용하고 이를 이해할 수 있는 능력을 말한다. 데이터가 돈이 되고 권력이 되기 때문이다. 데이터를 많이 가지고 또 데이터를 잘 분석 활용하는 이들이 그렇지 않은 이들에 비해 더 많은 권력을 차지할 가능성이 높다. 데이터 수집·생산·가공·분배의 가치 영역에서 불평등과 데이터 격차는 더욱 심화될 수밖에 없다.

지금처럼 플랫폼·빅테크 기업에 데이터가 집중돼 이들이 제공하는 정보에만 의존해서는 안되는 이유다. 이들의 권력이 커지는 것을 지켜만 볼 수 없다. 최근 공정위를 중심으로 한 규제 당국이 이들을 감시하고 규제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제는 소비자가 빅테크의 행보가 과연 시장의 룰에 맞는지, 플랫폼 산업이 산업 본연의 길을 걷는지를 지켜보고 감시해야 한다. 이들이 정보를 독점하고 시장을 독점하면, 시장 참여자들의 자유로운 경제활동이 제한받고 공정한 경쟁을 할 수 없게 된다.

유진상 디지털경제부장 jinsang@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