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완성차 기업은 수소차에 엇갈린 반응을 보인다. 현대자동차처럼 수소차 상용화를 목표로 대대적인 투자를 진행하는 곳도 있다. 하지만, 수소차를 비(非) 대중적인 솔루션이라고 판단해 기존 전기차 중심 포트폴리오를 고수하는 기업도 있다.

특히 화물 등 운송 분야를 담당하는 수소 상용차에 대한 호전망과 달리 수소 승용차의 실효성에 의문을 품는 경향이 있다. 수소차를 가동하는 데 필요한 핵심 인프라인 충전소를 짓는데 막대한 비용이 드는 등 숙제 영향이 크다.

BMW가 뮌헨 IAA 모빌리티 2021에서 시제품을 공개한 iX5 수소차 / BMW
BMW가 뮌헨 IAA 모빌리티 2021에서 시제품을 공개한 iX5 수소차 / BMW
27일 완성차 업계에 따르면, 프랭크 웨버 BMW 기술개발책임 이사는 최근 독일 언론과 인터뷰에서 그룹의 장기적인 전기차 등 미래 포트폴리오 계획을 밝혔다. BMW는 2030년까지 1000만대 이상의 순수 전기차를 출시한다는 목표를 세웠는데, 미래차 사업의 중심축으로 전기차를 선택했다. 반면 수소차에 대해서는 대중화에 대한 의구심을 드러내며 중심 솔루션이 아니라고 설명했다.

프랭크 웨버 이사는 "BMW가 전적으로 전기차에 모든 것을 집중하는 것은 아니다. 수소차를 대안으로 두고 개발을 시행하고 있다"면서도 "수소차가 전기차 충전인프라가 충분히 개발되지 않은 일본이나 상용차 부문 등 틈새시장의 성과를 거둘 수 있겠지만, 대중을 위한 솔루션은 될 수 없다고 생각된다"고 말했다.

BMW는 최근 뮌헨 IAA 모빌리티 2021에서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X5의 수소차 모델인 iX5 시제품을 공개한 바 있다. 독일 정부 지원을 받은 iX5는 2022년말부터 생산을 개시할 것으로 알려졌지만, 이후 다른 라인업까지의 확장가능성은 미지수다. BMW그룹이 수소차 라인업 확대를 위해선 수소 충전 인프라의 선제적인 구축이 필요하다고 피력했기 때문이다.

수소충전 인프라 미비는 BMW 등 완성차 기업에서 수소승용차 대중화를 회의적인 시각으로 바라보는 가장 큰 이유다. 수소충전소를 내연기관이나 전기충전소만큼 지역 단위로 촘촘히 배치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반면 상용차 부문은 친환경차 정책 영향으로 인한 물류기업의 수소상용차 도입과 자체 충전소 확보 등 시장성이 확보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다임러그룹과 볼보그룹에서 수소승용차가 아닌 수소상용차 개발에 뛰어든 이유다.

글로벌 전기차 기업으로 도약한 테슬라도 반(反) 수소차의 대표적인 기업이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는 2020년 6월 개인 트위터에 ‘솔직히, 수소연료전지는 바보같은 사업이다(Exactly, fuel cells=fool sells)’라는 글을 올리는 등 수소차에 대해 부정적인 관점을 표현했다.

현대자동차의 수소승용차 넥쏘(NEXO) / 현대자동차그룹
현대자동차의 수소승용차 넥쏘(NEXO) / 현대자동차그룹
반면, BMW·테슬라와 달리 현대자동차와 토요타 등은 수소차의 승용 부문 확장을 긍정적으로 본다. 현대차는 넥쏘(NEXO) 후속 모델을 2023년에 출시할 계획이며, 토요타도 토요타 미라이 2세대 모델을 출시하는 등 수소승용차 사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특히 현대차는 최근 수소기업협의체를 통해 SK와 현대중공업 등 국내 글로벌 브랜드와 손잡고 수소공급 가치사슬 건설 등에 나섰다. 현대차가 특히 HTWO라는 자체 수소연료전지 브랜드를 설립한 만큼, 수소기업 간 동맹으로 수소 공급비용 등을 낮추고 선박이나 건설기계 등 수소활용 사업부문을 늘려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려는 것으로 업계는 분석한다.

상용차 업계 한 관계자는 "유럽은 개인사업자가 많은 국내와 달리 거대한 물류브랜드 단위로 사업이 진행되는 경우가 많다"며 "이런 물류브랜드에서 자체적으로 수소충전소와 인프라를 만들면 상용차 부문의 수소인프라 구축이 승용차 부문보다 빠를 수 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완성차 업계 한 관계자는 "유럽은 디젤 규제로 화물차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대형 경유차의 도심지 진입이 막히는 추세다"라며 "정책적인 영향으로 운송기업에서 수소화물차를 구입할 수 밖에 없는 여건이 마련됐다보니 승용차보다 상용차에 수소차 기술을 집중하는 모습이 나오는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민우 기자 minoo@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