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배터리가 미국 전기차 시장 주도권 확보에 속도를 낸다. LG에너지솔루션이 먼저 GM과 합작법인을 만들고 배터리 공장 설립에 나섰고, SK이노베이션은 포드와 미 최대 규모 배터리 공장을 짓기로 결정했다. 미국시장 진출 의지를 밝힌 삼성SDI의 투자 시점에도 관심이 쏠린다.

미국은 전기차 보급 확대와 산업 생태계 구축을 위해 미국 내에서 생산된 배터리와 전기차에 각종 세금 혜택과 인센티브를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K배터리 위상 강화를 위한 중요 시장이다.

SK이노베이션이 미국 조지아주에 건설중인 배터리 공장 / SK이노베이션
SK이노베이션이 미국 조지아주에 건설중인 배터리 공장 / SK이노베이션
SK이노베이션과 포드는 28일 합작사 블루오벌SK의 생산 공장이 들어서는 미국 테네시주와 켄터키주에서 배터리 공장과 전기차 조립 공장 건설을 위해 총 114억달러(13조1020억원)를 투자한다고 발표했다. 이는 포드 118년 역사상 가장 큰 규모의 투자 발표이자 지금까지 미국에서 이뤄진 배터리 공장 투자 건 중 최대 규모다.

SK이노베이션은 27일 이사회를 열고 블루오벌SK에 대한 지분 50%에 해당하는 44억5000만달러(5조1000억원)를 블루오벌SK의 배터리 생산 공장 건설에 투자하겠다고 결의했다. 블루오벌SK가 생산해야 할 배터리가 당초 예상 대비 두 배 이상 증가한 점을 반영해 이 같은 대규모 투자를 결정한 것이다.

테네시 공장은 470만평 부지에 포드의 전기차 생산공장과 함께 들어서며, 생산능력은 43기가와트시(GWh)다. 켄터키 공장은 190만평 부지에 43GWh씩 2기, 총 86GWh로 건설될 예정이다. 블루오벌SK의 총 생산능력은 129GWh에 달하게 된다.

조지아주에서 단독으로 짓고 있는 공장 두 곳과 합하면 미국에서만 150GWh 생산능력을 확보한다. 60킬로와트(KW) 배터리를 탑재한 전기차를 매년 250만대 생산할 수 있는 규모다.

LG에너지솔루션과 제너럴모터스(GM)가 미국 오하이오주에 짓고 있는 제1 배터리 공장 ‘얼티엄 셀즈’ / LG에너지솔루션
LG에너지솔루션과 제너럴모터스(GM)가 미국 오하이오주에 짓고 있는 제1 배터리 공장 ‘얼티엄 셀즈’ / LG에너지솔루션
LG에너지솔루션과 GM은 4월 합작법인인 ‘얼티엄 셀즈’를 통해 제2 합작공장에 총 2조 7000억원을 투자, 2024년 상반기까지 35GWh 이상의 생산 능력을 확보할 계획을 밝혔다. 오하이오주에 건설 중인 35GWh 규모의 배터리 제1 합작공장을 더하면 합작법인은 2024년까지 70GWh 이상의 생산능력을 갖추게 된다.

LG에너지솔루션은 GM과 합작공장 외에도 2025년까지 5조원 이상을 단독 투자해 미국에만 독자적으로 70GWh 이상의 배터리 생산능력을 추가 확보할 계획이다. LG에너지솔루션의 독자 생산능력은 기존 미시간 공장(5GWh)와 함께 총 75GWh로 늘어나며 GM과 합작공장 70GWh와 합쳐 미국 내 총 145GWh의 생산능력을 확보한다. 60KW 배터리 탑재 전기차 242만대쯤을 만들 수 있는 양이다.

2025년 이후 미국에서 양사의 전기차 배터리 생산능력 합계는 295GWh다. 양사의 배터리가 매년 500만대쯤의 미국산 전기차에 탑재되는 셈이다.

삼성SDI 전기차 배터리 / 삼성SDI
삼성SDI 전기차 배터리 / 삼성SDI
삼성SDI도 2분기 콘퍼런스콜에서 미국 시장 진출을 추진하겠다고 밝힌 만큼 미국에서 K배터리 3사의 주도권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다만 경쟁사가 이미 시장을 선점한 상황에서 삼성SDI의 투자 계획은 점차 미궁에 빠진 모습이다.

손 미카엘 삼성SDI 중대형전지 전략마케팅 전무는 7월 27일 2분기 콘퍼런스콜에서 "USMCA 발효로 2025년부터 전기차와 주요 부품에 대한 역내 생산이 불가피해 자사도 시기적으로 늦기 않게 미국 진출을 추진할 계획이다"라고 말했다.

배터리 업계에서는 삼성그룹이 이재용 부회장 가석방을 계기로 배터리 부문 투자를 본격화 할 것으로 예상했지만, 8월 24일 발표한 240조원 투자 계획에 삼성SDI의 배터리 사업 확장에 대한 구체적 계획이 포함되지 않았다.

8월 12일(현지시각) 로이터통신은 삼성SDI가 스텔란티스, 리비안 등에게 배터리를 공급하기 위한 논의를 진행 중이라고 보도했다. 삼성SDI가 스텔란티스에 최소 3조원, 리비안에는 1조원쯤을 투자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지만 후속 소식은 전해지지 않고 있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이 북미시장에서 배터리 사업 확장을 본격화 하는 반면, 삼성SDI는 상대적으로 투자에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며 "대규모 배터리 공장 건설에 최소 2년 정도가 필요한데, 경쟁사에 뒤쳐지지 않으려면 연내 빠른 의사결정이 요구된다"고 강조했다.

이광영 기자 gwang0e@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