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학무의 테크리딩] 포스트 Android는 누구?

  • 이학무 미래에셋증권 통신서비스 애널리스트
    입력 2021.10.10 06:00




    기술이 세상을 빠르게 바꾸고 있다. 기술을 직접 개발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각자의 영역에서 필요한 만큼의 기술에 대한 이해가 필요한 세상이 되었다. 학생은 미래의 직업을 선택하기 위해서 그리고 이미 직업을 가진 사람은 각자 직업의 미래를 예상하기 위해서 세상을 바꾸는 기술에 대해서 이해해야만 한다. IT조선은 [이학무의 테크리딩]을 통해서 기술을 이해하기 위한 기초 다지기와 이를 기반으로 필수적인 기술 이해 방법을 제공한다. <편집자주>

    테슬라가 포스트 애플이 된다면 포스트 안드로이드(Android)는 누가 될까? 새로운 산업이 태동하고 크게 성장하기 위해선 경쟁이 필수다. 한 회사의 노력만으로 새로운 시대를 열기 어렵기 때문이다. 아무리 훌륭한 회사라고 하더라도 한 회사의 역량만으로 새로운 기술개발과 시행착오 모두를 감당할 수 없다. 특히, 이제 막 성장하는 산업에서는 더 그렇다. 부품과 재료를 개발해 원활히 공급하는 것 자체가 매우 불안정한 탓이다. 관련 업종에 종사하는 업체가 단 한 곳이라면 그 위험은 더욱 가중된다. 이는 제품 개발 및 제조의 직접적인 제약 요인으로 작용해 시장의 성장속도를 늦출 수 있다.

    스마트폰의 역사에서도 이러한 사실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과거 애플이 아이폰을 출시했을 당시 대항마는 삼성전자의 갤럭시S였다. 전세계 통신서비스 업체는 갤럭시S를 적극적으로 판매하기 시작했다. 당시 애플이 각국의 2위 통신서비스 업체에만 단말기를 독점적으로 공급한 탓이다. 1위 통신업체의 선택지는 갤럭시S 뿐이었다.

    아이폰과 갤럭시S는 때로는 경쟁하고 때로는 서로를 보완하는 등 스마트폰 시장의 성장을 이끌었다. 스티브 잡스 전 애플 CEO는 한 손에 쉽게 잡을 수 있는 4인치 크기의 아이폰을 고집했지만, 삼성전자는 갤럭시노트를 출시하는 등 대화면 전략을 취했다. 그런데 갤럭시노트 대화면에 대한 소비자 선호가 확인되자, 아이폰도 대화면으로 전략을 수정했다.

    이와 같은 예는 수없이 많다. 삼성과 애플 간 경쟁은 곧 전세계 통신서비스 업체 간 경쟁의 도구가 됐고, 이는 스마트폰 대중화를 가속화했다. 앱스토어 등 전체 생태계를 키우는 데 기여했다.

    테슬라가 만든 모델Y 차량 모습 / 테슬라
    자율주행차 산업도 마찬가지다. 사실 스마트폰보다 경쟁관계 형성이 더욱 필요하다. 자율주행차는 스마트폰보다 훨씬 더 심화된 기술 개발이 필요하고, 이를 지지할 수 있는 훨씬 더 많은 자본이 투입돼야 한다. 테슬라가 아무리 훌륭한 회사라고 하더라도 이 모든 것을 혼자 감당하기는 어렵다. 애플이 4인치 화면 고수 유지 전략을 바꾸었던 것처럼 테슬라 역시 혹시 모를 아집을 깨 줄 경쟁자가 반드시 필요하다.

    시장 선도 업체는 A부터 Z까지 모든 것을 커버한다. 이는 독점하기 위한 목적도 있지만, 세상에 없는 것을 만들기 때문이기도 하다. 소프트웨어 기업인 애플이 하드웨어 설계까지 해야 했던 이유는, 애플의 소프트웨어를 최적으로 구동해 소비자에게 최고의 경험을 제공할 수 있는 하드웨어를 설계할 능력이 있는 업체를 찾지 못했기 때문이다. 애플은 비록 전문 하드웨어 업체와 비교해 제조 경험이 부족하긴 하지만, 하나씩 배워가면서 직접 만드는 것이 애플의 철학에 맞는 하드웨어를 설계하는 데 더 적합하다 할 수 있다. 오늘날 테슬라가 자동차를 넘어 소프트웨어 영역으로 발을 넓힌 이유역시 마찬가지 사정이다.

    이와 달리, 후발업체는 연합군이 될 수밖에 없다. 선발업체가 이미 정답을 보여준 만큼, 후발업체는 선발업체를 빠르게 따라잡는 시간 절약을 위해 힘을 합친다.

    물론, 처음에는 각자 나름대로 정답을 찾고자 한다. 가령, 노키아는 ‘심비안’이라는 OS를 기반으로 스마트폰을 제조했고, 삼성전자 역시 ‘바다’라는 OS를 개발해 스마트폰을 출시했다. 하지만 곧 애플의 아이폰이 스마트폰의 정답으로 자리 잡자 이들은 빠르게 Android 연합군을 구성했다. 이 같은 현상은 오늘날 자율주행차 산업에서도 일어나고 있다. 구글, 애플은 자동차까지 직접 만들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완성차 업체들은 이에 맞서 각자의 자율주행 소프트웨어를 개발 중이다. 하지만 곧 테슬라의 방식이 자율주행차의 정답으로 자리 잡았고 경쟁자들은 연합군을 구성할 전망이다.

    엔비디아 시스템이 장착된 미래 자동차 모습 개념도 / 엔비디아
    테슬라에 대항해 연합군의 자율주행 소프트웨어를 담당할 가능성이 가장 큰 후보는 바로 엔비디아다. 엔비디아는 핵심 제품인 그래픽처리칩(GPU)을 기반으로 높은 컴퓨팅 성능을 제공하는 반도체 ‘드라이브 오린’(Drive Orin)과 함께 이를 활용할 수 있는 자율주행 플랫폼 ‘드라이브 하이페리온’(Drive Hyperion)을 제공한다. 드라이브 하이페리온은 자율주행을 위한 최종적인 소프트웨어가 아니라 자율주행 소프트웨어를 개발할 수 있는 개방형 플랫폼이다. 센서로부터 입력되는 실시간 주행 데이터를 빠르게 필요한 형태로 변환해 저장하고 캡처한다. 아마도 인공지능을 학습시킬 수 있는 플랫폼과 시뮬레이터 솔루션까지 제공하게 될 것이다.

    각 완성차 업체는 엔비디아 플랫폼을 통해 각자의 데이터로 자율주행 인공지능을 개발, 완성하고 자신의 자동차에 탑재할 것이다. 이는 마치 스마트폰 업체가 각자 안드로이드를 최적화해 자신의 스마트폰에 탑재한 것과 같다. 운행계획은 제어와 연동되며, 완성차 업체는 각자의 기준으로 인공지능을 학습시키고 개발해야 한다. 순발력 있게 운행할지, 안락하게 운행할지 등 옵션에 맞춰 가속도와 가가속도 등 범위 설정을 한다. 물론, 탑승자가 스스로 여러 모드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게 할 수 있지만, 완성차 브랜드 별로 추구하는 차량의 특성이 다르기 때문에 이에 맞춘 운행방식을 기본으로 개발한다.

    드라이브 하이페리온으로 개발한 인공지능의 자율주행은 드라이브 오린의 실시간데이터 처리에서부터 시작된다. 드라이브 오린은 800만 화소급 외부 카메라 12대, 300만 화소급 내부 카메라 3대, 레이더 9개, 라이다 센서 2개 등을 통해 입력되는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처리한다. 이때 살펴봐야할 것은 레이더, 라이다 센서의 거리 데이터를 활용할지 아니면 테슬라처럼 비전 방식으로만 처리할 지 여부이다.

    운행에 있어 거리 데이터는 상당히 중요하다. 특히 안전에 있어 더욱 중요하다. 특정 거리 이내로 사물이나 차량이 가까워 졌을 경우 차량을 무조건 정지시켜야 하기 때문에 레이터 또는 라이다 센서를 무조건 사용해야 한다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이들 센서를 활용하는 데는 몇 가지 어려움이 있다.

    먼저, 이들 센서가 인간에게 익숙하지 않다. 소프트웨어 2.0 기반으로 인공지능을 학습시킨다고 하더라도 변수 및 학습 구조 설정은 여전히 인간이 해야 한다. 그런데 레이더나 라이다 센서의 거리 데이터는 인간에게 익숙하지 않다. 그렇다면 인간이 익숙해 지기 위한 데이터라도 많아야 하는데, 라이다 센서는 워낙 고가이다 보니 데이터를 축적하기 쉽지 않다. 또한, 멀티센서 신호처리 기술의 발달 단계가 아직은 낮은 편이다. 거리 데이터가 중요하지만 신호등 및 브레이크 등의 색 인식 등 영상 신호를 함께 활용하는 것은 필수적이다. 따라서 레이더 및 라이더 신호와 영상신호 데이터를 융합적으로 사용해야 한다. 이를 융합해서 활용하는 기술은 아직 개발되지 않았다. 그 복잡도와 추가적인 기술 개발을 위한 시간을 고려하면 차라리 영상 신호만을 사용하는 것이 나을 수도 있다.

    이러한 이유로 점차 시장은 테슬라의 비전 방식이 주도할 것으로 판단한다. 테슬라가 이번 AI데이에서 상당히 많은 정보를 공개한 것도 어쩌면 업계가 자신들과 같은 방향으로 가기를 원해서 였을 수 있다. 애플이 만든 아이폰 기반의 생태계와 유사한 방식으로 삼성전자와 안드로이드가 스마트폰 시장에 합류하면서, 앱스토어 시장이 활성화되고 스마트폰 보급이 더욱 활성화된 것과 동일한 효과를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우리는 포스트 Android가 될 가능성이 가장 큰 후보인 엔비디아가 향후 어떻게 대응하는지 면밀히 관찰할 필요가 있다. 올해 11월과 내년에 예정된 엔비디아의 GTC(GPU Technology Conference)에서 방향의 변화 여부를 확인하는 것도 재미있을 것이다. 더 나아가 완성차 업체 중 누가 포스트 삼성전자가 될지 맞추는 것도 재미있을 것이다. 대한민국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자율주행차 시장에서 현대차 그룹이 스마트폰 시장에서의 삼성전자와 같은 역할을 해주길 희망해 본다.

    이학무 미래에셋증권 통신서비스 애널리스트 leehakmoo@gmail.com

    ※ 외부필자의 원고는 IT조선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이학무 미래에셋증권 애널리스트는 반도체, 핸드폰, 디스플레이 등 IT 산업뿐 아니라 전기차, 배터리 및 신재생에너지 산업까지 다수의 성장산업을 분석한 신성장 산업 분석 전문가다. 공학을 전공하고 비즈니스를 20년간 분석한 경험을 바탕으로 세상을 이끄는(lead) 기술 읽기(read)를 제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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