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브 잡스가 떠난 지 10년이 지났지만, 10억명 이상의 사람들의 그가 남겨놓은 혜택을 누리고 있다. 아이폰, 맥, 아이패드 등의 애플 기기는 사람들뿐 아니라 애플이란 기업을 가장 가치 있는 기업 중 하나로 만드는데도 기여했다.

애플이 지금은 탄탄한 기업이지만, 한때 파산을 겪기도 했다는 사실은 많은 이들에게 잊혀졌다. 파산한 애플을 구하기 위해 구원등판했던 잡스는 회사를 살리기 위해 투자처를 구하려 이리저리 뛰었다.

그는 마이크로소프트의 빌 게이츠로부터 1억5000만달러의 투자를 받았고, 친분이 있었던 마이클 델 델테크놀로지 회장에게도 도움을 청한 바 있다.

씨넷은 6일(현지시각) 스티브 잡스가 마이클 델에게 했던 제안을 회고했다. 이 제안은 PC의 역사를 바꿀 수도 있었던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애플이 스티브 잡스의 10주기를 추모했다. / 애플 홈페이지 갈무리
애플이 스티브 잡스의 10주기를 추모했다. / 애플 홈페이지 갈무리
당시 언론은 잡스와 델의 관계를 라이벌로 정의했지만, 델은 10살 많았던 잡스를 훌륭한 기업가, 노련한 마케터, 몽상가, 이상주의자로 묘사하면서 좋은 친구였다고 회상했다.

수학을 좋아하고 기계에 관심이 많았던 델은 우연히 텔레타이프 단말기(전화선으로 연결할 수 있는 단말기)를 갖게 되면서 컴퓨터에 관심을 갖게 된 것으로 보인다.

14살 부모님을 졸라 그 당시 가격이 1298달러였던 애플 II를 사달라고 간청했던 델은 정작 애플 II를 손에 넣게 되자 그것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보기 위해 즉시 분해하기 시작했다.

델은 "저는 이 기계가 어떻게 작동하는지 모든 것을 알고 싶었다. 그 당시 애플 II의 가장 좋았던 점은 각각의 칩이 명확하게 표시되어 각각이 무엇인지 정확히 이해할 수 있었다"며 "각각의 칩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설명하는 책들을 다 섭렵했다"고 전했다.

20살이 되어 그의 대학 기숙사 방에서 PC 사업을 시작한 델은 그때 잡스와 친구가 되었다고 밝혔다.

그 당시 잡스가 델에게 했던 제안은 판매량이 많았던 델의 저렴한 인텔 기반 PC에 맥 운영체제 라이선스를 부여하는 것이었다.

당시 애플 이사회와의 마찰로 애플에서 쫓겨나 넥스트라는 회사를 설립했던 잡스는 자체 운영체제를 갖춘 워크스테이션을 만들던 시기다. 델은 잡스가 그해 텍사스에 있는 자신의 집에 여러 번 와서 마이크로소프트의 윈도 소프트웨어보다 낫고 썬 마이크로시스템즈가 선전하는 유닉스 워크스테이션 시장을 위협 수 있다고 주장하며 델 PC에 넥스트 운영체제를 사용하도록 설득했다고 말한다.

1997년 넥스트가 애플에 인수된 후 다시 애플에 합류하게 된 잡스는 델에게 이전과는 다른 제안을 하게 된다. PC 구매자들에게 애플 OS나 윈도 OS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도록 맥 OS의 라이센스를 제공하겠다고 제안했다.

델은 잡스의 제안에 호의적으로 반응하며 맥 OS를 선택하는 모든 PC에 대해 라이선스 비용을 지불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여기서 잡스는 이렇게 될 경우 맥이 덜 팔릴 것을 걱정하게 된다. 그 후 두 개의 OS를 무조건 탑재한 후 사용할 때 선택할 수 있도록 요구를 변경한다. 이렇게 되면 델 PC가 판매될 때마다 무조건 맥 OS 라이선스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잡스의 입장에서 자사 제품 판매를 걱정했듯이 델도 자신의 입장에서 지불해야할 라이선스 비용에 대해 고민했다.

델은 고객들이 맥 OS를 선호하지 않는데도 불구하고 수억 달러의 라이선스 비용을 무조건 지불한다는 것은 무의미하다고 판단했다. 게다가 3~5년 후에 맥 OS의 라이선스를 보장해 주지 않은 점이 델이 잡스의 제안을 거절하게 된 결정적 쐐기를 박았다.

델은 그 당시의 잡스의 제안에 대해 "PC에서 윈도 OS와 맥 OS의 궤적을 바꿀 수 있었다"고 회고했다.

잡스가 제안을 거절당한 것이 애플의 역사를 다시 쓰게 했던 계기는 아니었을까.

이후 잡스는 맥 OS를 발전시키고 1998년 중반에 캔디 색의 아이맥을 포함해 맥 제품군을 재편성하는 계기가 됐다. 잡스는 2001년 아이팟을 공개한 데 이어 2007년 아이폰을 출시해 가전제품 시장 진출을 더욱 공고히 했다.

하순명 기자 kidsfocal@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