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로소프트가 자사의 차세대 운영체제인 ‘윈도11’을 정식으로 출시했다. 당초 업계에선 빠르면 연말쯤에나 출시될 것으로 예상했지만, 그보다 다소 이른 시기에 출시되어 더욱 화제로 떠오르는 중이다.

윈도11이 정식 출시된 만큼, 업그레이드를 놓고 다양한 의견이 오간다. 최신 기술을 도입한 차세대 운영체제인 만큼 당장 업그레이드하는 것이 좋다는 의견과, 일단 지켜보고 업그레이드를 결정해도 늦지 않다는 의견이다.

특히, 기존 윈도10 정품 사용자라면 무료로 윈도11로 업그레이드가 가능하다. 추가 비용도 들지 않기 때문에 더더욱 업그레이드를 하고픈 생각이 들기 쉽다. 과연 윈도11로의 업그레이드가 필수적인 것일까. 일단, 지금 당장 윈도11로 업그레이드해서는 안되는 이유 3가지를 정리해봤다.

윈도11의 초기 화면 / 최용석 기자
윈도11의 초기 화면 / 최용석 기자
예상보다 빠른 출시, 아직 충분히 안정화되지 않아

당초 윈도11의 예상 출시 시기는 위에서 언급한 대로 올해 연말쯤이었다. 하지만 예상을 깨고 두 달이나 일찍 출시된 윈도11은 100% 온전한 상태로 출시됐다고 보기 힘든 상태다.

실제로, 정식 출시 당일 윈도11로 시스템을 업그레이드한 이들에 따르면, 현재 설치 가능한 윈도11의 빌드 버전은 개발자용으로 사전 공개했던 프리뷰판의 가장 마지막 버전과 같은 것으로 나타났다. 즉, 당장 설치 및 사용은 가능하지만, 개발자용 프리뷰버전에서 보였던 일부 오류나 수정 및 개선이 필요한 부분 등이 그대로 남아있다는 의미다.

결국, 이번 윈도11의 정식 출시는 정확히 말하면 그간 소수의 개발자들을 대상으로만 진행하던 윈도11의 ‘클로즈드 베타 테스트’를 모든 사용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오픈 베타 테스트’로 전환한 것과 다름없는 셈이다. 지난 2015년 첫 출시 이후, 5년에 걸쳐 수 차례의 업데이트를 반복한 결과 충분히 안정화된 상태인 윈도10에서 당장 넘어갈 필요가 없는 셈이다.

사실 윈도10 역시 처음 출시 당시만 해도 여러 가지 문제를 품고 있었다. 그 때문에 이전까지 잘 쓰던 ‘윈도7’을 고수하는 이들도 적지 않았다. 현재 윈도10을 딱히 문제없이 쓰고 있는 사용자라면 충분히 안정화가 되고, 쓸만한 상태가 되고 나서야 윈도11로 넘어가도 늦지 않다.

벌써 불거지는 일부 HW와의 호환성·최적화 문제

최근 AMD는 인텔이 다소 주춤한 틈을 놓치지 않고 PC 시장에서 점유율을 높인 상황이다. ‘4세대 라이젠’ 제품군에 이르러 게임 성능마저 일취월장했다. 그만큼 ‘라이젠 PC’를 쓰는 이들도 주변에서 어렵지 않게 볼 수 있게 됐다.

하지만, 현재 AMD 기반 PC 사용자는 윈도11로의 업그레이드를 보류하는 것이 좋다. 윈도11을 정식 지원하는 것으로 알려진 AMD의 CPU 제품군에서, 윈도10 대비 게임 성능이 최대 15%까지 낮게 나오는 문제가 발견됐기 때문이다.

AMD가 자사 최신 CPU 제품군이 윈도11에서 호환성 문제로 성능저하 이슈가 있음을 알리는 안내 페이지. / AMD 홈페이지 갈무리
AMD가 자사 최신 CPU 제품군이 윈도11에서 호환성 문제로 성능저하 이슈가 있음을 알리는 안내 페이지. / AMD 홈페이지 갈무리
이는 마이크로소프트가 윈도11을 정식으로 지원하는 제품으로 밝힌 AMD의 최신 라이젠 CPU 제품군에서 공통으로 발생하는 문제다. 일반 소비자용 ‘라이젠’ 프로세서는 물론, 같은 아키텍처 기반의 워크스테이션용 CPU ‘스레드리퍼’나 서버 및 데이터센터용 ‘에픽’ 프로세서 역시 동일한 문제가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문제는 최신 AMD 프로세서가 강조하는 기능 중 하나인 대용량 L3 캐시에서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윈도11 설치 시, L3 캐시 메모리의 지연 시간이 3배로 늘어나면서 그만큼 전체적인 퍼포먼스가 감소한다는 것이다.

또한, 최신 AMD 프로세서의 핵심 기술 중 하나인 ‘선호 코어’ 기능도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것으로 드러났다. ‘선호 코어’ 기능은 복수의 CPU 코어 중에서 가장 빠른 속도를 유지하는 코어 2개를 선별해 일부 워크로드를 집중시키는 것으로 PC의 전체적인 퍼포먼스를 높이는 기능이다. 현재 윈도11에서는 이 기능이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않고, 그만큼 윈도10과 비교해 게임 성능이 10%에서 15%까지 떨어질 수밖에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AMD와 마이크로소프트는 이러한 문제를 인지하고 공동 대응에 나선 상태다. 일단 10월 중으로 윈도11의 업데이트를 통해 이를 해결한다는 계획이다.

이러한 HW 호환성 문제는 비단 AMD만의 얘기는 아니다. 다른 하드웨어에서도 언제든 비슷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충분한 검증과 문제 해결이 완료될 때까지 당장 문제가 없는 윈도10에 머물러 있는 게 오히려 낫다는 분석이다.

SW 호환성 문제로 인한 재택·원격 업무 상황의 리스크 위험

호환성 문제는 하드웨어서만 발생하는 것은 아니다. 일부 소프트웨어에서도 자잘한 오류나 문제점이 계속 보고되고 있다.

새로운 운영체제가 나올 때마다 하위 버전 OS와의 호환성을 신경 쓰지 않는 애플의 맥OS와 달리, MS의 윈도는 가능하면 하위 호환성을 유지하려고 노력하는 편이다. 실제로, 상당수 윈도10용 프로그램이나 애플리케이션이 윈도11의 개발자용 프리뷰 버전에서도 큰 이상 없이 작동하는 모습을 보여왔다. 일부 하드웨어용 드라이버도 윈도10용을 그대로 사용할 수 있는 정도다.

PC의 업무 능력을 확인할 수 있는 ‘PC마크 10’ 벤치마크에서도 윈도11이 윈도10보다 일부 성능이 낮게 나오는 모습 / 최용석 기자
PC의 업무 능력을 확인할 수 있는 ‘PC마크 10’ 벤치마크에서도 윈도11이 윈도10보다 일부 성능이 낮게 나오는 모습 / 최용석 기자
반대로, 윈도10에서는 정상 작동해도 윈도11에서는 이런저런 오류나 버그가 발생하는 SW나 애플리케이션도 분명히 있는 상황이다. 해당 SW의 개발사가 이를 인지해서 윈도11에 맞춰 업데이트를 진행하지 않는 이상, 언제든 문제나 오류가 발생할 수 있는 셈이다.

특히 해당 SW나 애플리케이션이 업무와 관련된 핵심 SW인 경우라면 더더욱 윈도11로의 업그레이드를 미루는 것이 좋다. 안 그래도 코로나19 이후 회사가 아닌 집에서 재택근무 및 원격업무를 보는 이들이 크게 늘어난 상태다.

개인적으로 사용하는 PC에 호기심으로 윈도11을 설치 및 사용하는 것은 괜찮지만, 업무용으로 사용하는 PC라면 당분간은 호기심을 억누르고 윈도10을 그대로 쓰는 것을 추천한다.

최용석 기자 redpriest@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