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혜경의 커피톡] ㉝커피가 우울증 발병 위험을 낮추는 효과가 있다는데

  • 신혜경 칼럼니스트
    입력 2021.10.08 07:52 | 수정 2021.10.08 07:54

    커피가 건강에 유익한 여러 성분을 많이 함유하고 있다는 것은 이미 많은 연구 결과에 의하여 확인되었다. 커피 섭취와 파킨슨병이나 알츠하이머병 발병 위험성 사이에는 역(逆)의 상관관계가 있다는 것을 나타내는 역학연구 결과는 많이 있다. 하지만, 지금까지 커피와 우울증과의 연관성에 대한 연구는 드물었고, 그 결과도 일치하지 않았다. 어떤 연구는 커피를 섭취하는 것이 우울증 예방에 도움이 된다는 결론을 내린 것도 있었으나, 또 다른 연구는 둘 사이에는 아무런 상관관계가 없다는 연구 결과도 있었다.

    대한신경과학회가 2021년 5월 26일 공개한 2020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우울증 유병률은 36.8%로 OECD 국가 중 1위를 기록했다. 코로나19 팬데믹 발생 후 세계 각국의 우울증이 2배 이상 상승했지만 특히 우리나라의 유병률은 2위인 미국(23.5%)과도 격차가 크다.

    최근 커피와 건강에 관한 자료를 모으던 중 한국인을 대상으로 한 커피섭취와 우울증 관련성에 관한 2015년 2월 전남대학교대학원 의학과 박사학위 논문을 찾았다. 박령진 박사의 논문 "한국인에서 커피 섭취와 우울증의 관련성"이 그것이다. 커피는 전 세계적으로 물 다음으로 많이 마시는 음료이다. 한국 성인의 1인당 연간 커피 소비량은 377잔으로 세계 평균 소비량을 훨씬 뛰어넘는다. 이렇게 커피를 많이 마시는 우리나라 사람을 대상으로 직접 커피의 우울증 유병률 연구를 하였다는 것이 매우 인상적이었다.

    박령진 박사는 논문에서 "한국 성인에서 커피섭취빈도가 증가할수록 우울증의 유병률은 감소하였으며 이는 커피의 우울증 예방효과 가능성을 보여준다"라는 결론을 내렸다. 이러한 연구 결과는 최근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한국인의 우울증 유병률이 급증하고 있는 현 상황에서 여러모로 시사하는 점이 크다. 박 박사는 제5기 국민건강영양조사(2010-2011)에 참여한 20-97세 사이의 한국인을 대상으로 식품섭취빈도조사(Food Frequency Questionnaire) 결과를 분석하여 연구를 하였다.

    식품섭취빈도조사에 의해 평가된 63가지 항목 중 우울증과 관련된 33가지 항목을 선정한 후 커피, 녹차, 탄산음료, 채소, 과일, 등푸른 생선, 콩류, 붉은 고기로 분류하여 분석에 이용하였다. 자가보고 우울증과 임상우울증의 평생 유병여부는 설문지를 이용한 면접조사방식으로 평가하였다.

    커피섭취빈도에 따른 우울증의 유병에 대한 오즈비(병이 일어날 가능성, 성공 확률/실패 확률에 대한 통계적 분석방법에 의한 비율을 의미함)와 95% 신뢰구간은 다항 로지스틱 회귀분석을 이용하여 계산하였다. 분석 결과 우리나라 성인의 자가보고 우울증과 임상우울증의 평생 유병률은 각각 14.0%, 3.7%이었다. 잠재적인 교란변수들을 보정한 후, 커피에 대한 섭취빈도 결과를 보면, 자가보고 우울증의 유병에 대한 오즈비는 1주일에 커피를 1잔 미만 섭취하는 것을 기준으로 하여, 주당 1-6잔 섭취는 0.85, 하루 1잔 섭취는 0.64, 하루 2잔 섭취는 0.70, 하루 3잔 이상 섭취는 0.60이었다. 임상우울증의 유병에 대한 오즈비는 주당 1잔 미만의 섭취를 기준으로 하여, 주당 1-6잔 섭취는 0.62, 하루 1잔 섭취는 0.51, 하루 2잔 섭취는 0.58, 하루 3잔 이상 섭취는 0.43으로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즉, 커피소비량이 많아질수록 우울증 발병 위험률이 차츰 줄어든다는 것이 확인된 것이다.

    호주의 그리피스대학교의 수잔홀(Susan Hall) 교수 등은 2015년 학술지 푸드리서치인터내셔널 (Food Research International Research)에 발표한 논문(A review of the bioactivity of coffee, caffeine and key coffee constituents on inflammatory responses linked to depression)에서 커피의 주요한 성분 중 카페인, 클로로겐산, 페롤산, 카페인산이 우울증의 병리학과 연관성이 있는 생물학적 활동을 발휘하는 것을 발견하였고, 카페인이 함유된 커피의 소비량과 우울증 발병 위험 사이의 반비례 관계가 있음을 밝혀냈다. 즉, 커피소비량이 많을수록 우울증 발병 위험률이 낮아진다는 것이다. 한국인을 대상으로 한 커피섭취와 우울증 관련성에 관한 박령진 박사의 논문과 일치하는 결론이다.

    또 수잔홀 교수 등은 항산화 및 항염증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진 생체활성 커피성분이 디카페인 처리 과정에서 손실되는지에 대하여 연구하고 그 연구 결과(Bioactive Constituents in Caffeinated and Decaffeinated Coffee and Their Effect on the Risk of Depression-A Comparative Constituent Analysis Study)를 2018년 학술지 베브리즈((Beverages)에 발표하였다. 호주에서 일상적으로 소비되는 카페인이 포함되어 있는 커피 브랜드 9개와 디카페인 커피 브랜드 9개를 비교 분석한 결과 카페인 커피와 디카페인 커피 사이에는 카페인을 제외하고는 생체활성커피성분의 수량 차이는 거의 없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이러한 결과는 카페인 커피뿐 아니라 디카페인 커피도 역시 우울증 발병 위험성을 낮춰 줄 수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

    그러나 위 연구결과들은 커피의 우울증 예방 효과 가능성에 대한 것 일뿐 커피 섭취를 하면 우울증 위험이 확정적으로 감소된다는 것까지 증명된 것이 아니라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커피의 건강상 효능을 맹신하여 자신의 건강상태를 무시하고 커피를 마셔서는 안 될 것이다. 항상 자신의 건강상태를 고려하여 현명하게 커피를 마셔야 한다.

    한때 커피는 정신착란을 일으키고 신경계를 교란하는 나쁜 음료로 알려진 적이 있었다. 그러나 최근 파킨슨병이나 알츠하이머병 뿐 아니라 우울증 예방에도 도움이 된다는 연구 결과가 이어지고 있다. 더구나 카페인이 들어있지 않은 디카페인커피도 동일한 효과가 있을 수 있다는 연구결과까지 나와 과연 커피의 건강증진 효과가 어디까지 이어지는지 자못 궁금하다.

    ※ 외부필자의 원고는 IT조선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신혜경 칼럼니스트는 이화여대에서 교육공학을 전공하고, 서울벤처대학원대학교 커피산업전공으로 보건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동원과학기술대학교 커피바리스타제과과와 전주기전대학교 호텔소믈리에바리스타과 조교수로 재직하였고, 한림성심대학 바리스타음료전공 겸임교수로 재직중이다. 바리스타 1급 실기평가위원, 한국커피협회 학술위원회 편집위원장, 한국커피협회 이사를 맡고있다. 서초동 ‘젬인브라운’이라는 까페를 운영하며, 저서로 <그린커피>, <커피매니아 되기(1)>, <커피매니아 되기(2)>가 있다. cooykiwi1@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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