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웹툰 작가들 고통은 누구 몫일까

입력 2021.10.12 06:00

"카카오·네이버 각 대표의 말은 현장의 실질적인 이야기와 괴리된 책임회피다. 책임을 콘텐츠공급업체(CP)로 돌리는 발언으로 일관하는 것 같아 굉장히 불쾌하다."

이달 1일 열린 문화체육관광부 국정감사에서 김승수 국민의힘 의원의 말이다. 이날 국감 현장에 소환된 네이버웹툰과 카카오엔터테인먼트, 두 회사의 대표는 수수료율이나 수익 배분 방식에 대해서 책임을 회피하는듯한 발언으로 일관했기 때문이다.

김준구 네이버웹툰 대표는 이날 "네이버웹툰은 수익 비율에 있어서 세계 어떤 업체보다도 작가에 유리한 수익구조를 제공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진수 카카오엔터 대표는 제작사(CP)의 독립성을 강조했다. CP에서 일어나는 불공정 계약이나 수익 배분일 뿐, 카카오의 직접 책임은 없다는 입장을 취했다.

이들이 책임을 회피할 수 있는 데는 웹툰·웹소설 업계에서 작품 생산 과정이 복잡해졌기 때문이다. 플랫폼이 작가를 직접 발굴하고 논의해 좋은 작품을 만드는 과정은 이제 생소한 일이 됐다. 플랫폼은 다수 출판사, 에이전시 CP사를 통해 작품을 ‘납품'받는다. 이 과정에서 계약 과정도 복잡해진다. 작가와 중간사업체의 계약, 중간사업체와 플랫폼 사이의 이중구조 계약이 일어난다. 불공정 이슈가 발생해도 플랫폼은 ‘CP사의 독립경영을 존중한다'는 식으로 책임회피가 가능해진 것이다.

정말 플랫폼은 책임에서 자유롭다고 할 수 있을까. 그렇지 않아 보인다. IT조선 취재에 따르면 카카오엔터는 CP사에 노블코믹스 작품 계약 과정에서 2차 저작물 등 원작 소설의 전체 판권에 대한 권리를 카카오엔터에 부여하는 내용의 계약을 체결을 요구해왔다.

카카오엔터는 2차적 저작물을 ‘번역저작물, 영상저작물(영화, 드라마, 웹드라마 등), 게임저작물, 캐릭터를 이용한 2차 상품, 채팅형 콘텐츠, 오디오 드라마, 오디오북’로 명시했다. 카카오엔터는 이에 대해 ‘이용허락'을 받는 것일 뿐이며 이를 거부할 경우 자사가 이를 독단적으로 진행할 수 없다며 충분한 합의 과정을 거치고 있다고 반박한다.

관련업계는 이에 대해 일방적 사전 요구라고 지적한다. 카카오엔터는 웹툰, 웹소설 업계에서 콘텐츠를 소비자에 보여줄 수 있는 관문의 상당 부분을 점유한 대형 사업자다. 다수 작가와 CP가 카카오엔터에 작품을 등록하기 위해 경쟁하는 상황이다.

카카오엔터 같은 대형 플랫폼이 계약 체결 전에 이같은 내용을 ‘요구'하는 것을 거부하기 어렵다는 의미다. 시장에서 차지하는 위치와 영향력이 다르기 때문이다.

CP사 한 대표는 "카카오엔터의 요구 그 자체가 문제다"라며 "향후 작품 연재 기회가 사라질까 우려돼 거절하기가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말했다. 또 다른 변호사도 "카카오의 행위는 대형 플랫폼이 계약을 위한 협상 과정에서 일종의 ‘약관'을 제시하는 것으로, 작가들의 실질적 협상권을 차단한 행위다"라고 비판했다.

웹작가들은 수익과 건강이 모두 악화되고 있다고 호소한다. IP비즈니스를 내세운 웹툰사가 나날이 승승장구하는데 비해, 스타 작가가 아닌 평범한 작가의 상황은 악화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국정감사에서 증인으로 출석한 김동훈 작가는 "플랫폼에서 30~50%의 수수료를 가져가고 그 나머지를 제작사와 작가가 나눈다"며 "작가는 다시 글작가와 보조작가에게 급여를 지불한다"고 말했다. 다수 작가는 수익, 계약 면에서 상황이 악화되고 있다고 말한다.

다행히 두 플랫폼 대표는 이날 국정감사에서 업계 전반의 상생을 위해 노력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건강한 창작 생태계를 위해 개선에 동참하겠다고 했다. 황희 문체부 장관은 정부 부처 관계자가 만나 다함께 이야기하는 자리를 만들겠다고 했다. 여야를 막론하고 웹툰 업계 문제에 관심을 가진 의원도 늘어났다. 국정감사가 끝난 후에도 업계 문제를 주시하겠다는 의지를 벼리는 국회 내 목소리도 들린다. 이번 국정감사가 일종의 웹툰업계 중간점검의 계기가 됐으면 한다.

이은주 기자 leeeunju@chosunbiz.com


키워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