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기업의 ‘친환경' 행보가 이어진다. 플라스틱 줄이기를 넘어 친환경 소재 개발에 적극적으로 나선다. 탄소배출량을 줄이기 위해 식물성·세포배양 대체육 개발 투자도 추진 중이다. 스마트팜·애그테크(Agtech) 등 푸드테크 산업에 플레이어로 참여한다.

플라스틱 트레이와 일회용 수저를 제거한 제품 / CJ제일제당
플라스틱 트레이와 일회용 수저를 제거한 제품 / CJ제일제당
CJ제일제당은 최근 자사 도시락김과 용기죽을 각각 트레이와 일회용 수저가 없는 제품으로 바꾸겠다고 밝혔다. 이를 통해 연간 100톤 이상의 플라스틱을 줄일 수 있다는 설명이다. CJ제일제당은 지난해에도 제품 패키징 개선을 통해 플라스틱 등 폐기물을 5577톤 줄인 바 있다.

CJ제일제당은 플라스틱 단순 저감을 넘어 생분해 소재인 ‘PHA(Polyhydroxyalkanoate)’와 ‘PLA(Poly Lactic Acid)’를 사용한 식품 포장재도 올해 도입했다. PHA는 가정, 토양뿐 아니라 바다에서도 생분해되는 바이오 플라스틱 소재다. 회사는 연내 인도네시아에 5000톤 규모의 PHA 전용 생산 시설을 구축한 뒤, 일부 제품의 포장재를 PHA 소재로 교체한다는 계획이다. 식품업계는 친환경 생분해 소재 사업이 2020년 1조원에서 2025년 3배 이상으로 규모가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동원그룹도 자회사 동원시스템즈를 통해 친환경 생분해 소재를 개발했다. 외부 차단성이 높은 특수 종이 소재와 생분해 소재, 친환경 접착기술 등이다. 해당 소재는 2년 이내 90% 생분해된다. 동원시스템즈는 해당 기술이 미국 농무부(USDA)의 친환경 바이오 기반 소재 인증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식품기업이 앞다퉈 플라스틱 사용을 줄이고 친환경 소재 개발에 소매를 걷어붙이는 배경에는 기업의 ESG(환경·사회·지배구조)경영 확산과 가치소비를 중시하는 MZ세대가 있다. 사회적 인식과 소비 트렌드가 바뀐만큼 이에 맞춰 대응하지 못하면 기업 생존에 위협을 받기 때문이다.

MZ세대 가치소비 트렌드에는 환경·공정·인권·윤리 등의 개념이 포함됐다. 이 중 환경과 윤리 측면에서 확산되고 있는 식품업계 신사업이 바로 ‘대체육', ‘대체식품'이다.

대체육 모습 / SK
대체육 모습 / SK
대체육 사업은 동물이 배출하는 막대한 양의 탄소를 줄이는 것은 물론, 도축에 따른 윤리적 문제도 해결할 수 있다는 점에서 식품업계가 주목하고 있다. 환경부 자료에 따르면 소 한 마리가 연간 배출하는 탄소량은 무려 2.95톤에 달한다. 가축이 내뿜는 메탄가스가 지구 온실가스의 절반에 달한다는 자료도 나온다.

이 탓에 롯데·농심·풀무원 등 식품기업이 대체육 상품을 속속 내놓고 있다. 식품기업 대상의 경우 동물세포를 기반으로 한 ‘배양육’ 사업에도 나섰다. 2023년말부터 배양육 제품을 시장에 내놓는다는 계획이다. ‘배양육(Cultured Meat)’은 살아있는 동물세포를 배양해 세포공학기술로 생산하는 인공고기를 뜻한다. 현재 시장에서 판매되는 식물 단백질을 가공해 고기의 식감과 맛을 구현한 대체육과는 구별된다.

배양육 시장은 성장 가능성도 크다. 시장조사업체 에이티커니는 2030년 글로벌 육류 소비량 10%를 배양육이 대체할 것으로 전망했다. 금액으로 환산하면 140조원에 이르는 규모다. 배양육 시장의 최대 화두는 ‘경제성’과 ‘안전성’ 확보다. 실제 고기와 거의 유사한 맛과 질감 등을 구현하는 기술은 확보됐지만 현재 상용화하기에는 가격 부담이 크다. 또 먹는 음식인 만큼 세포를 키우는 과정에서 대량으로 사용되는 배양배지의 안전성 확보도 핵심요소로 평가 받는다.

대체육 시장은 농업 자동화 솔루션인 ‘스마트팜’과 농업생명공학기술, 대체식품 등을 아우르는 ‘애그테크(Agtech)’를 포함한 ‘푸드테크' 산업의 초기 시장을 견인하고 있다 평가받는다.

글로벌 푸드테크 시장은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한 농·축산식품 교역 감소와 인구증가에 따른 식량난을 배경으로 성장세를 보인다. 한국농수산식품공사 자료에 따르면 세계 푸드테크 시장은 2021년 기준 2720억달러(325조원) 규모다. 2018년 2380억달러(284조원) 대비 12.5% 증가했다. 식품업계는 푸드테크 시장이 2025년 3600억달러(430조원)로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식품업계 한 관계자는 "국내 주요 식품업체들이 속속 신소재, 대체식품 개발에 뛰어들고 있는 만큼 내년 푸드테크 시장은 더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고 평가했다.

김형원 기자 otakukim@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