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평 규제 원칙 고수하는 방통위에 OTT 업계 ‘한숨’

입력 2021.10.10 06:00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업계가 규제 일변도인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에 불만을 표한다. 방통위가 뉴미디어인 OTT 산업이 채 성장하지 않았음에도 기존 방송 매체와 동일하게 규제하겠다는 뜻을 지속해서 밝히기 때문이다. 업계는 국내 OTT 시장의 경쟁이 치열해진 상황에서 진흥과 육성 방안을 먼저 고민해야 한다는 주장을 편다.

한상혁 방통위원장 / 방통위
OTT 업계 우려에도 방통위, 수평 규제 원칙 ‘고수’

9일 방통위와 OTT 업계에 따르면, 방통위가 수평 규제 원칙을 고수하겠다는 신호를 시장에 지속해서 내비치고 있다. 수평 규제는 동일 서비스 동일 규제 원칙을 지향하는 것을 말한다. 쉽게 말해 같은 서비스를 제공한다면 같은 규제를 받아야 한다는 내용이다.

방통위는 지상파와 유료방송 등 기존 방송 매체와 뉴미디어인 OTT의 태생과 성격이 다르지만 결국 시청 서비스를 시장에 제공하는 만큼 규제가 동일해야 한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한상혁 방통위원장 역시 5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 국정감사에 참여해 이같은 생각을 밝혔다.

홍익표 국회 과방위 소속 의원(더불어민주당)이 "OTT를 기존 방송으로 보는지, 새로운 형태의 미디어 플랫폼으로 보는지" 묻자 한 위원장은 "출발은 달랐지만 결국 방송과 같은 형식, 내용의 서비스를 제공하기에 규제에 있어서는 수평 규제 동일 서비스 동일 규제가 적용돼야 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한 위원장은 앞서 8월 진행한 출입기자 대상 간담회에서도 같은 발언을 더했다. 그는 "수평 규제 원칙에서 같은 서비스는 같은 규제를 받는다는 원칙을 갖고 시장을 바라보겠다"고 강조한 바 있다.

방통위는 수평 규제 원칙을 기반으로 한 시청각미디어서비스 통합 법제를 마련 중이다. 변화한 방송 환경에 맞게 낡은 규제를 개선하는 과정에서 OTT를 규제 대상에 포함하는 것이 골자다.

방통위 관계자는 법안 취지와 관련해 "OTT가 미디어로서 영향력이 커지다 보니 OTT와 다른 미디어까지 포함해 규제를 개편하고자 한다"며 "OTT에 방송법의 엄격한 법안을 적용하겠다는 것보다는 최소한의 규제로 미디어로서의 역할을 하도록 하는 게 방통위 목표다"고 말했다.

7월 기준 OTT 사업자별 국내 가입자 수를 나타내는 그래프(단위: 만명) / 와이즈앱
OTT 업계 "규제 내놓기 전에 진흥 방안부터 논의해야"

방통위가 수평 규제 원칙을 적용하되 최소 규제를 지향한다는 입장이지만 OTT 업계 반응은 냉랭하다. 연초 방통위가 시청각미디어서비스 법제 마련 계획을 밝혔을 때부터 줄곧 부정적인 의견을 내고 있다. 아직 다 크지 않은 신종 산업을 기존 규제 체계 틀에 묶어선 안 된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OTT 업계 한 관계자는 "(방통위가) 최소 규제라고 하지만 수평 규제 원칙을 적용해 함께 규제하고자 하는 목적이 크다"며 "규제 논의를 하기 전에 해외 OTT와의 역차별 문제부터 해소해야 한다. 진흥과 육성을 위한 방안이 먼저 나온 후에 규제를 논의해도 늦지 않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OTT 업계 관계자도 "레거시 매체와 OTT 업체는 업력이 다르다. 동일선상에서 보기 힘들다"며 "규제 속도가 문제다. 빠르게 추진하려고 하기보다는 향후 산업계와 조율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국내 OTT 시장이 성장하는 사이 해외에서 서비스가 들어오는 상황이다. 업체마다 경쟁력을 갖추고자 투자하고 기능을 업그레이드하는 등 분주하다"며 "규모가 있는 일부 OTT 업체는 괜찮겠지만 자금력이 약한 업체는 규제 적용으로 사업이 힘들어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국내 OTT 업계는 국내 OTT 시장이 급성장하면서 성과를 얻었지만 동시에 과제도 커진 상황이다. 글로벌 공룡 사업자가 속속 국내 사업을 전개하면서 공격적인 사업 행보를 보이고 있다. 국내 OTT 시장에서 사업자 간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수밖에 없다.

국내외 OTT 시장 1위 사업자인 넷플릭스는 현재 오징어 게임 등 오리지널 콘텐츠를 앞세워 국내서 사업 행보를 넓히고 있다. 월트디즈니 OTT인 디즈니플러스 역시 11월 12일 국내 OTT 시장에 진출한다. 디즈니플러스는 어벤져스로 대표되는 마블 시리즈 등을 보유한 곳으로 글로벌 OTT 시장 2위 사업자다.

전문가들은 이같은 상황에서 방통위가 최소 규제를 지향하더라도 부정적인 영향이 미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작든 크든 규제를 만들어두면 또 다른 규제가 따라 나오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종관 법무법인 세종 전문위원은 7월 열린 한국OTT포럼 세미나에서 "최소 규제 원칙을 만들다 보면 숨은 규제가 파생하는 양상이 나타난다"며 최소 규제라 하더라도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방통위는 이같은 지적에 업계 의견을 수렴해 이른 시일 안에 법안을 공론화하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방통위 관계자는 "OTT 산업 발전도 중요하다"며 "다만 OTT가 미디어로서 영향력이 커지다 보니 방통위는 공공성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시장을) 살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아직 방통위가 구체적으로 시청각미디어서비스 법제안을 공유한 적이 없기에 사업자가 더 걱정하게 되는 것 같다"며 "아직 일정을 정하진 않았지만 빠른 시일 안에 큰 가닥이라도 잡아서 사업자와 논의하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김평화 기자 peaceit@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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