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 독점 대해부]① 재벌보다 네이버 해악이 더 커졌다

입력 2021.10.13 06:00

최근 미국에서는 구글, 아마존, 페이스북, 애플 등 플랫폼기업들의 독과점 문제가 이슈로 떠올랐다. 이들 빅테크 기업들이 자신의 플랫폼에서 '심판'인 동시에 '선수'로도 뛰면서 지배력을 확장해나가는 행위가 시장 경쟁을 제한한다는 것이다. 한국에서 네이버와 카카오도 마찬가지다. 최근 카카오택시의 수수료 인상과 문어발식 확장이 비판받고 있지만 실상은 네이버의 독점이 더 큰 문제다. 검색 시장에서 압도적 우위를 기반으로 원하기만 한다면 어떤 시장도 장악할 수 있다. 네이버는 미국과 유럽에서 문제되고 있는 자기사업 우대, 시장지배력 전이, 데이터 독점, 킬러인수 등에 모두 해당된다. 네이버의 성장과정을 통해 이같은 행위들이 어떻게 나타났는지 살펴보고, 바람직한 플랫폼 규제 방안을 고민해보자. [편집자주]

우리나라에서 '독과점'이라고 하면 떠오르는 단어는 '재벌'이다. 1960년대 경제개발시대 이후로 재벌들은 기업 성장과정에서 정부와 국민들로부터 많은 지원을 받았으면서 문어발식 확장, 계열사 부당지원, 무리한 투자 등으로 문제를 일으켰다.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정부 주도의 기업구조조정 등으로 이런 문제들이 상당 부분 해소됐으나 편법 증여·상속, 일감몰아주기, 골목상권 침해 등이 또 문제가 됐다. 이들 문제 역시 법 개정과 공정거래위원회의 규제, 사회 여론의 질타 등으로 어느 정도 해소됐다. 재벌들은 우리 사회에서 일군 막대한 부의 크기 만큼이나 정부, 정치권, 시민단체 등으로부터 많은 견제를 받았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최근에는 '독과점'이라는 단어에서 재벌보다는 카카오와 네이버를 먼저 떠올리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그동안 네이버와 카카오는 구글 등 외국 기업으로부터 국내 시장을 지켜낸 영웅이었다. 편리한 서비스를 제공해 국민들의 생활에도 많은 좋은 변화를 이끌어냈다. 그러나 네이버, 카카오 등 플랫폼기업들이 시장을 지배함에 따라 독과점과 불공정 경쟁 논란도 커지고 있다. 신기술과 혁신을 앞세우면서 재벌과 달리 별다른 견제를 받지도 않았다.

/ 조선DB
미국에서는 구글, 아마존, 페이스북, 애플 등 빅테크 플랫폼 기업들의 독과점 폐해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면서 "플랫폼 기업들은 기존의 일반적인 시장과 다르기 때문에 독과점 판단 기준도 달라져야 한다"는 주장이 확산됐다.

기존에는 독과점으로 인한 가격 인상으로 소비자 후생이 침해되는지 여부가 규제 결정에 중요했다. 그러나 플랫폼 기업은 이용자에게 무료로 좋은 서비스를 제공해 시장 지배력을 확장하면서, 이면의 광고 시장에서 더 많은 광고료를 받는 영업구조로 이익을 올린다. 당장 영업에서 적자가 나더라도 시장점유율을 높이면서 기업가치를 올려 많은 투자를 이끌어내기도 한다. 또 플랫폼은 판매자가 제품을 제공하는 시장(플랫폼-판매자 시장)과 소비자가 구매하는 시장(플랫폼-소비자 시장)이 동시에 존재하는 양면시장이다. 가격이 인상되지 않는 경우가 많고 소비자 후생이 침해되지도 않는다.

포털(네이버), 메신저앱(카카오) 등 플랫폼으로서 확고한 지배력을 갖게 되면, 플랫폼을 무기 삼아 다른 영역으로 자유롭게 확장해 해당 영역에서 시장점유율을 높일 수 있다. 이를 지배력 전이라고 한다. 또 플랫폼 내에서 자기사업을 하면서 다른 판매자들과 경쟁한다. 네이버가 포털이라는 자신의 플랫폼에서 다른 판매자(쿠팡, G마켓 등)보다 네이버쇼핑(자기사업)을 우대하는 행위를 하고 있다. 특정 상품을 검색하면 네이버쇼핑이 가장 위에 뜨는 식이다.

특히 네이버는 해외의 플랫폼 기업들과 달리 매우 넓은 영역에서 영향력을 미치며 개인 정보를 확보하고 있다. 네이버페이를 통해 결제시장에, 네이버파이낸셜을 통해 금융시장에도 진출했다. 금융에서 미래에셋증권과 제휴했고, 유통에서는 신세계·이마트와, 물류에서는 CJ대한통운과 제휴해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다들 엄청난 데이터를 보유하고 있는 네이버와 제휴하고 싶어한다.

네이버는 네이버쇼핑, 네이버페이, 네이버파이낸셜을 통해 사용자들이 어떤 제품을 선호하고 얼마를 결제(지출)했는지 얼마를 버는지(소득), 금융 '자산'과 '부채'는 얼마나 되는지, 어디에 거주하는지 등 개인에 대한 많은 정보를 갖고 있다. 네이버는 헬스케어 업체와 병원 전자의무기록(EMR) 업체에 투자하고 있다. 개인 건강 이력 정보도 확보할 수 있게 될 것이고 그러면 건강 관리나 보험 추천 등 분야에서 보다 정밀한 서비스도 가능해질 것이다. 네이버는 2020년 엔에프보험서비스라는 보험판매회사를 설립했다.

개인에 대해 많은 정보를 가지고 있으면 훨씬 훌륭한 개인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사용자들은 확실히 더 편리해질 것이다. 그러나 그만큼 더 네이버에 종속(?)될 것이고, 정보 독점이나 빅브러더 논란은 커질 것이다.

미국에서는 리나 칸 공정거래위원회(FTC) 위원장, 팀 우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 대통령 특별 고문, 조너선 캔터 법무부 반독점 국장 등 삼각편대로 빅테크 플랫폼 기업들의 독과점 폐해를 시정하려는 노력을 하고 있다.

이들은 빅테크 플랫폼 기업들의 독과점으로 가격이 오르지 않을지라도 경쟁기업 도태로 궁극적인 선택권 제약이 일어나며 독과점 기업이 민주주의를 위협한다고 본다. 팀 우 특별보좌관은 2018년 ‘The Curse of Bigness(거대함의 저주)’라는 저서에서 기업집중으로 인한 문제를 지적했다. 부의 집중화, 빈부 격차의 심화, 거대 기업이 누리는 특혜 등 편중된 경제의 문제를 뛰어넘어 정치체제와 개인의 삶까지 위협할 만큼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는 것이다.

2020년 10월 발간된 미국 하원 반독점소위원회의 보고서에서는 구글, 아마존, 페이스북, 애플의 독과점 폐해를 지적하면서 "구조적 분할(structural separation, 이해가 상충되는 사업조직의 법적 분할)과 사업 부문 제한(line of business restrictions)이라는 두 가지 주요 반독점 정책 툴의 법제화를 심사숙고(consider)하라"고 제안했다. 기업분할과 사업진출 제한이라는 가장 강력한 규제를 언급한 것이다. 그 결과물이 올해 6월말 미국 하원을 통과한 '플랫폼 독점 종식 법안' 등 5개의 패키지법안이다.

자, 그러면 우리나라는 어떻게 할 것인가. 미 하원 보고서처럼 기업분할과 사업진출 제한까지 심사숙고해 봐야 할까. 그게 너무 심하다면 자기사업 우대 금지, 시장지배력 전이 제한, 검색 알고리즘 중립성 또는 투명성 등 여러가지 규제 방안을 추진해야 할까. 경쟁당국인 공정위에서나 학계에서는 여러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그러나 이에 대한 일반인들의 인식은 너무 부족하고 규제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는 형성돼 있지 않은 듯하다. 플랫폼 기업에 대한 규제 강도는 어느 정도여야 할까, 우리나라 현실에 맞는 바람직한 플랫폼 기업 규제 방안은 어떤 것일까.

정재형 취재본부장 ddotti@chosunbiz.com


키워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