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텔레콤이 11월 인적분할로 2025년 존속회사(SK텔레콤)의 매출을 22조원으로 끌어 올린다. 신설회사(SK스퀘어)의 같은해 순자산가치 목표액은 75조원이다. 그간 저평가받던 기업 가치를 회복해 주주 가치도 높인다.

시장에선 이같은 계획을 두고 긍정적인 전망이 이어지고 있다. 인적분할 계획이 올해 가시화하면서 주가 역시 상승세다. 다만 신설회사의 그룹 지주사 흡수 합병설은 극복 과제다.

SK텔레콤은 존속회사에서 통신 사업을 매개로 인공지능(AI)과 디지털 인프라 사업 확대에 나선다. 8월 선보인 구독 사업의 본격화로 구독 사업에서만 연평균 매출 성장률 63%를 내다본다. SK스퀘어에선 그간 제한받던 반도체 분야 등에서 투자를 활성화한다. 신사업 분야 기업공개(IPO)에도 박차를 가한다.

박정호 SK텔레콤 CEO가 임시 주총에서 발언하고 있다. / SK텔레콤
박정호 SK텔레콤 CEO가 임시 주총에서 발언하고 있다. / SK텔레콤
SKT 인적분할, 주주 99.5% 찬성

12일 이동통신 및 증권 업계에 따르면, SK텔레콤이 4월부터 본격화한 지배구조 개편 작업을 마무리지었다. SK텔레콤은 이날 열린 2021년 제1회 임시 주주총회(주총)에서 존속회사와 신설회사로 인적분할하는 분할계획서 승인 건을 의결했다.

SK텔레콤은 이번 주총에서 주총 출석 주식 수 기준으로 인적분할 안건의 찬성률이 99.5%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국민연금을 포함해 개인 주주에까지 분할 지지를 받았다는 설명도 더했다.

SK텔레콤은 이같은 결정에 따라 11월 1일 SK텔레콤(존속회사)과 SK스퀘어(신설회사)로 새롭게 출범한다. 분할 비율은 순자산 장부가액 기준으로 존속회사 0.6073625, 신설회사 0.3926375다. 26일부터 11월 26일까지 주식 매매거래 정지 기간을 보낸 후 11월 29일 변경상장(존속회사)과 재상장(신설회사)에 나선다.

SK텔레콤은 6월 액면가 500원인 보통주 1주를 액면가 100원인 5주로 나누는 액면분할 추진 의사도 밝힌 바 있다. SK텔레콤과 SK스퀘어가 각각 변경상장, 재상장하는 11월 29일에 유가증권시장에 반영된다. 액면분할과 관련한 임시 주총 찬성률은 99.96%다.

빅테크 산업에 속하는 신사업에서 목표로 하는 고객 라이프 플랫폼 구축 세부 내용 / SK텔레콤
빅테크 산업에 속하는 신사업에서 목표로 하는 고객 라이프 플랫폼 구축 세부 내용 / SK텔레콤
통신으로 묶여 제한받던 SKT 신사업 가능성, 인적분할로 날개 단다

SK텔레콤이 수년간 전망에 머물던 지배구조 개편 작업을 올해 본격화한 데는 커질 대로 커진 내부 사업 구조에 있다. SK텔레콤의 올해 1분기 보고서에 따르면, SK텔레콤의 연결대상 종속회사만 50개다. 본업인 통신 사업뿐 아니라 연계 산업 분야로 보폭을 꾸준히 확대한 덕분이다.

SK텔레콤은 유·무선 통신 사업을 주축으로 SK브로드밴드와 SK텔링크, 피에스앤마케팅, SK오앤에스 등의 자회사를 이루고 있다. 여기에 반도체(SK하이닉스)와 보안(ADT캡스), 커머스(11번가), 모빌리티(티맵모빌리티), OTT(콘텐츠웨이브), 앱마켓(원스토어) 등까지 다양하다.

이렇다 보니 진행하는 사업은 많지만 통신 분야로 한정돼 묶이는 과정에서 SK텔레콤의 기업 가치를 제대로 인정받지 못한 상황이 발생했다. SK하이닉스의 투자 행보에 제동이 걸린 문제도 컸다.

SK하이닉스는 기존에 모회사인 SK(주)와 자회사인 SK텔레콤으로 내려오는 지배구조상 손자회사에 속했다. 공정거래법 제한으로 인수합병(M&A) 추진 시 인수 대상의 지분을 100% 보유해야만 했다. 손자회사에서 벗어나 중간지주 자회사가 되면 이같은 제한이 풀려 과거보다 활발한 투자가 가능하다.

여기에 2022년부터 시행하는 공정거래법 개정안도 지배구조 개편에 불씨를 댕겼다. 해당 개정안은 지주사가 보유해야 하는 자회사 지분을 20%에서 30%로 상향하는 내용을 담았다. SK텔레콤이 인적분할을 연내 시행하지 않는다면 SK하이닉스 지분을 10% 추가로 확보해야 하는 셈이다.

SK텔레콤은 이번 주총 목적을 설명하며 이같은 과제를 해결하고자 인적분할에 나섰다는 배경을 밝혔다.

SK텔레콤 측은 이번 주총 의안 설명서에서 "반도체 및 뉴 ICT 등 관련 피투자회사 지분의 관리 및 신규 투자 등을 목적으로 하는 사업 부문을 분할해 경쟁력을 강화하고, 뉴 ICT 등 관련 투자에 역량을 집중함으로써 기업 지배구조의 투명성과 경영 안정성을 증대하겠다"고 설명했다.

SK텔레콤(존속회사) 향후 사업 계획 / SK텔레콤 2021년 제1차 임시 주주총회 의안설명서
SK텔레콤(존속회사) 향후 사업 계획 / SK텔레콤 2021년 제1차 임시 주주총회 의안설명서
SKT 인적분할에 주가도 상승…그룹 지주사 합병설은 과제

SK텔레콤의 인적분할과 함께 향후 사업 계획이 가시화하면서 증권가에선 그간 긍정적인 전망이 이어졌다.

김준섭 KB증권 연구원은 8월 보고서에서 "SK텔레콤은 분할을 앞두고 존속법인(SK텔레콤)과 분할법인(SK스퀘어)의 전략을 구체화하고 있다"며 "존속법인은 무선통신의 MNO뿐 아니라 구독 상품에 대한 마케팅 플랫폼을 신성장 동력으로 활용하고 있다. 신설법인은 11번가(아마존과의 협업), 웨이브(오리지널 콘텐츠 투자 확대) 등 자회사 성장성을 제고하고 있어 기업 가치 상승 기대감이 있다"고 밝혔다.

이순학 한화투자증권 연구원 역시 4월 보고서에서 "투자 중간지주회사 격인 신설회사가 SK하이닉스 주요 투자 업무를 진행할 수 있다는 점이 긍정적이다"며 "그간 SK하이닉스는 SK의 손자회사이다 보니 투자에 제한이 많았다. 주주 친화적인 분할 정책으로 동사의 기업가치는 본격적으로 상승할 것으로 판단한다"고 설명했다.

주가 역시 이같은 시장 기대감이 반영돼 상승세를 기록하고 있다. SK텔레콤의 1월 4일 주가는 종가 기준 23만7000원이었다. 9개월 후인 10월 8일에는 30만4500원을 기록했다. 연초 대비 30%가량 상승한 셈이다. 7월 13일엔 최고가인 33만원을 기록하기도 했다.

다만 SK텔레콤의 인적분할 목적과 별개로 그룹 지주사인 SK(주)가 SK스퀘어를 흡수 합병해 SK하이닉스 지배에 나설 것이라는 예측이 나온 상태다. SK하이닉스를 통해 지주사 가치를 높이면서 최대 주주인 최태원 회장의 지배력을 높일 수도 있다는 전망이다.

이와 관련해 김홍식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보고서에서 "SK(주)가 하이닉스를 직접 지배하려는 것이 주목적임이 분명하다"며 "SK(주)는 중간지주사 지분을 늘리는 데 주력하고 결국 중간지주사화 합병할 것이다"라고 예상하기도 했다.

SK텔레콤은 이같은 주장에 선을 긋고 있다. 주주 가치 극대화에 분할 목적이 있다는 입장을 지속해서 밝힌 상태다.

박정호 CEO 역시 임시 주총장에서 "회사 분할의 가장 큰 목적은 주주가치 극대화다. 분할 후 통신과 투자라는 명확한 아이덴티티(정체성)로 빠른 성공 스토리를 써나가겠다"며 "지금까지 잘 키워온 포트폴리오 가치를 시장에서 더 크게 인정받고 이를 주주에게 돌려드리겠다"고 말했다.

SK텔레콤이 인적분할 후 존속회사에서 목표하는 재무 성과 그래프 / SK텔레콤
SK텔레콤이 인적분할 후 존속회사에서 목표하는 재무 성과 그래프 / SK텔레콤
"구독 사업 연평균 매출 성장 63% 바라본다"

SK텔레콤은 11월 존속회사에서 유·무선 통신 사업을 토대로 인공지능(AI)·디지털인프라 서비스로까지 사업 보폭을 넓힌다. 2020년 기준 15조원인 연간 매출을 2025년 22조원 규모로 키운다.

산하에는 유·무선 통신 사업과 시너지를 낼 수 있는 ▲SK브로드밴드 ▲SK텔링크 ▲피에스앤마케팅 ▲F&U신용정보 ▲서비스탑 ▲서비스에이스 ▲SK오앤에스 등의 계열사를 둔다.

사내이사로는 유영상 SK텔레콤 MNO 사업 대표가 이름을 올린다. 김용학 SK텔레콤 이사회 의장 등은 사외이사로 역할 한다. 비상무이사로는 12일 임시 주총에서 선임 안건을 의결한 최규남 SK수펙스추구협의회 미래사업팀장을 앉힌다.

유·무선 통신 사업에선 5세대(5G) 이동통신 분야에서 1등 리더십을 공고히하면서 미디어 서비스 성장세를 지속한다. AI 사업에선 8월 출시한 구독 서비스(T우주)를 구독 커머스 플랫폼으로 확대하면서 메타버스 플랫폼(이프랜드)과 연계한 메타버스 사업 규모를 키운다. 디지털인프라 사업에선 5G 모바일에지컴퓨팅(MEC) 등을 활용해 데이터센터와 클라우드, 산업용 사물인터넷(IoT) 사업에 나선다.

특히 T우주 사업을 통해서는 2025년까지 국내 구독 시장의 25% 시장 점유율 확대에 나선다는 계획을 내놨다. 목표 구독자는 3600만명이다. 총 거래액(GMV)은 8조원 이상, 매출액은 1조7000억원을 내다본다. 글로벌 구독 시장이 2025년 3000조원 규모로 커지는 만큼 해당 사업을 통해 매출 확대를 기대한다.

SK텔레콤은 이같은 사업 추진으로 2025년 매출 규모에서 유·무선 통신 사업이 전체 매출 규모의 72%(16조원)를 차지할 것으로 내다본다. 뒤로는 엔터프라이즈(4조5000억원) 분야와 구독(1조7000억원) 분야가 각각 비중을 차지할 것으로 본다. 구독 사업의 경우 예상 연평균 매출 성장률(CAGR)이 63%다.

SK스퀘어(신설회사) 향후 사업 계획 / SK텔레콤 2021년 제1차 임시 주주총회 의안설명서
SK스퀘어(신설회사) 향후 사업 계획 / SK텔레콤 2021년 제1차 임시 주주총회 의안설명서
SK스퀘어서 신사업 성장 동력 본격화…"투자처 찾는다"

신설회사인 SK스퀘어는 반도체와 정보통신기술(ICT) 투자 전문 회사로 나선다. 그간 반도체와 ICT 플랫폼 사업 투자를 통해 축적한 사업 역량을 토대로 26조원 규모인 순자산가치를 2025년 3배(75조원) 규모로 키운다.

SK스퀘어는 반도체와 미디어, 보안, 커머스 등 주요 포트폴리오 자산을 토대로 선제적인 투자를 진행해 국내 ICT 업계 전반에 활력을 불어넣을 계획이다.

SK텔레콤은 6월 투자자와 애널리스트를 상대로 진행한 CEO 설명회에서 SK스퀘어 사업을 위해 3년간 자산 유동화와 배당금, 펀드 등을 통해 총 5조원 규모의 재원을 마련하겠는 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경영과 소유를 분리하며 산업별로 20년 이상의 전문성을 보유한 경영진을 포함하는 것도 함께다.

여기에 전문 경영인이 여럿 투입된다. 박정호 SK텔레콤 CEO와 윤풍영 SK텔레콤 최고재무책임자(CFO)가 SK스퀘어 사내이사로 나선다. 박 CEO가 재무/회계를 제외한 사업/경제 분야와 해외사업, M&A/투자, ICT, ESG 분야 등에서 활동한다면 윤 CFO는 재무/회계와 사업/경제, M&A/투자, ICT 등에서 사업 행보를 더한다.

SK스퀘어는 산하에 ▲SK하이닉스 ▲ADT캡스 ▲11번가 ▲티맵모빌리티 ▲원스토어 ▲콘텐츠웨이브 ▲드림어스컴퍼니 ▲SK플래닉 ▲FSK L&S ▲인크로스 ▲나노엔텍 ▲스파크플러스 ▲SK Telecom CST1 ▲SK Telecom TMT Investment ▲ID Quantique ▲Techmaker 등 16개 회사를 둔다.

SK스퀘어는 연말부터 2022년 초 안에 원스토어 상장을 시작으로 ADT캡스(2022년)와 웨이브(2023년), 11번가(2023년), 티맵모빌리티(2025년) 등의 상장을 추진한다.

박 CEO는 임시 주총 후 기자들과 만나 "SK텔레콤과 SK스퀘어 모두 전략 투자자를 찾고자 IR을 다니고 있다"며 "(SK하이닉스 투자의 경우) 분할 후 기자회견을 마련하겠다"고 향후 계획을 밝혔다.

김평화 기자 peaceit@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