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시작된 2021 국회 국정감사(국감)가 절반을 향해 간다. 국가 과학기술과 디지털·방송 정책을 논하는 국회 상임위원회(상임위)인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 역시 21일까지 이어지는 국감 일정 중 절반의 과제를 마쳤다.

과방위의 올해 국감 성적을 섣불리 예단하기 어렵지만, 현재까지의 행보만 보자면 아쉬움이 크다. 헌법에 명시된 국감 개최의 목적은 국회가 국정 운영 전반을 살핀다는 것인데, 이번 과방위 국감은 목적과 동떨어진 듯한 인상을 준다.

여야는 과방위 증인 신청 과정에서 상당한 갈등을 겪었다. 합의하는 데 진통이 따르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만, 올해 과방위 국감의 경우 합의 속도가 너무 느렸다. 급기야 1일 열린 과학기술정보통신부(과기정통부) 국감에는 민간 증인이 단 한 명도 참석하지 않는 상황이 연출됐다. 여야 간 정쟁은 필요하지만, 증인 없는 국감을 진행할 만큼 중차대한 일이었을까. 무엇보다 국민이 납득할지 의문이다.

여야 간 갈등은 국감 시즌이 시작된 후에도 이어지며 원활한 국감 진행의 발목을 잡았다. 과방위는 1일에 이어 5일 열린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 대상 국감 당시 오전에 일시 파행을 겪었다. 오후에서야 부랴부랴 국감 관련 논의를 이어간 탓에 저녁까지 일정이 지연되기도 했다. 갈등이 있다 보면 일정 지연도 발생할 수 있지만, 과방위 국감 지연의 경우 주요 의제와 별개의 내용을 두고 발생한 것이어서 문제가 있다. 과방위 소속 여야 의원들은 정당 간 입장 차이와 개인감정 싸움으로 국감장을 얼게 했다.

1일에는 성남시 대장동 개발 사업 특혜 의혹을 두고 야당인 국민의힘이 돌발 피켓 시위를 해서, 5일엔 정부 업무 보고 중 야당 간사인 박성중 의원과 이원욱 과방위원장 간 벌어진 갑작스러운 설전으로 국감 진행이 멈췄다.

이 과정에서 국감장에 출석한 정부 기관 공무원과 민간 사업자는 국감이 재개될 때까지 꼼짝없이 기다려야만 했다. 여야 간 불필요한 갈등으로 행정과 민간 분야에서 바쁜 인사들이 시간만 낭비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매년 열리는 국감에서 자주 발생하는 기업 망신 주기 행태가 사라져야 한다는 지적도 있지만, 납득하기 어려운 이유로 국감이 파행을 겪는 일은 더 시급히 해결해야 할 일로 보인다.

국회 과방위는 타 상임위와 비교해 처리 안건 수가 적은 편에 속한다. 여야 갈등으로 회의가 파행될 때가 잦다. 최근엔 교통방송(TBS) 감사 건을 두고 여야 갈등이 지속하면서 전체회의와 법안 소위가 연이어 취소됐다. 그 결과 2020년 5월 출범한 21대 국회 과방위에 계류된 안건은 13일 기준 358건에 이른다. 전체 안건(471건) 중 처리 안건(113건) 비율은 23.9%에 불과하다. 성적표만 보자면 우등생보다는 열등생에 가까운 셈이다.

다행히 성적을 만회할 기회는 남아 있다. 과방위는 20일과 21일 각각 종합 감사를 앞뒀다. 그간 납득하기 어려운 이유로 국감 진행에서 미숙함을 보인 만큼, 남은 국감 일정에선 국회 본연의 역할에 충실하길 바란다. 열등생은 항상 핑계가 많다는 핀잔을 듣지 않으려면 말이다.

김평화 기자 peaceit@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