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항공우주 산업의 미래 가능성을 내다볼 주요 행사가 21일 열린다. 한국 독자 기술로 개발한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가 위성 모사체(위성과 중량이 같은 금속 덩어리)를 싣고 우주로 날아가는 날이다.

누리호 발사 성패는 발사 16초 안에 판가름이 난다. 누리호가 위성 모사체를 700킬로미터(㎞) 궤도에 안정적으로 올리면 발사 목적이 완성된다. 정부는 이번 누리호 발사를 기점으로 2027년까지 총 6800억원 규모의 한국형발사체 고도화 사업을 본격적으로 추진할 예정이다.

전남 고흥 나로우주센터에 있는 발사대 기립 장치에 장착된 누리호 비행 기체 / 항우연
전남 고흥 나로우주센터에 있는 발사대 기립 장치에 장착된 누리호 비행 기체 / 항우연
2010년부터 공들인 3단 한국형 발사체, 21일 위성 모사체 품고 발사

17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과기정통부)와 한국항공우주연구원(항우연)에 따르면, 우리나라 우주 산업 발전의 마중물이 될 누리호 발사가 전남 고흥 나로우주센터에서 21일 진행된다.

누리호는 국내 독자 기술로 만든 한국형 발사체다. 높이 47.2미터(m)에 총 중량은 약 200톤이다. 탑재 중량은 1500킬로그램(㎏)이다. 1.5톤급 실용 위성을 600~800㎞인 저궤도에 투입할 수 있는 수송 능력을 갖췄다.

누리호는 총 3단으로 구성돼 있다. 가장 하단에 있는 1단에는 75톤급 엔진 4기와 액체 산소, 케로신 탱크 등이 위치한다. 그 위로 있는 2단에는 75톤 엔진 1기와 액체 산소, 케로신 탱크, 전방 및 후방 동체 등이 있다. 가장 상단에 있는 3단은 7m 높이의 페어링에 위성모사체를 싣는다. 7톤 엔진 1기와 액체산소, 케로신 탱크 등도 포함한다.

항우연은 그간 누리호 발사를 위해 수년간 단계별로 사업 계획을 밟았다. 2010년부터 2015년까지는 시스템 설계와 액체 엔진 시험 설비 구축 등의 1단계 작업을 진행했다.

2019년까지는 2단계 작업을 통해 발사체와 엔진의 상세 설계를 했다. 그 과정에서 2018년 11월 시험발사체의 시험 발사에 성공했다. 해당 시험발사체는 누리호의 2단부에 해당한다.

이후 3단계 작업에 접어들면서 3단형 발사체 시스템의 기술 개발을 마쳤다. 이번에 3단형 발사체 비행 모델을 발사할 수 있게 된 배경이다.

누리호 발사 후 예상 비행 과정 이미지 / 항우연
누리호 발사 후 예상 비행 과정 이미지 / 항우연
누리호, 목적 궤도에 위성 모사체 정상 분리하는 지가 관전 포인트

항우연은 21일 나로우주센터에 마련한 발사대 시스템에서 1.5톤의 위성 모사체를 품은 누리호를 발사할 예정이다. 당일 기상 상황과 우주 물체와의 충돌 가능성 등을 검토해 적합한 시간에 누리호를 발사한다. 만약 당일 발사 환경이 갖춰지지 않는다면 22일에서 28일까지 예비 기간을 두고 추가 발사 계획을 세운다.

누리호는 발사 후 적합 고도에서 위성 모사체가 궤도에 진입할 수 있도록 분리 작업을 진행하게 된다. 이륙 후 127초 연소 뒤 1단이 분리되고, 2단은 274초경에 활동이 종료된다. 이후 3단이 연소하면서 고도 700㎞까지 올라가게 되면 위성 모사체를 분리한다. 예상 시점은 이륙 후 927초로 대략 16분 후다. 이때 위성 모사체가 초속 7.5㎞ 속도로 궤도에 진입할 수 있도록 분리한다.

항우연은 이번 발사에서 누리호가 위성 모사체를 목적 궤도에 정상적으로 투입할 수 있는지가 핵심 과제라고 짚었다. 만약 적정 속도로 위성 모사체를 투입하지 않으면 해당 모사체가 궤도를 벗어날 수 있다. 이번 발사가 성공해야 향후 누리호가 실제 위성을 품고 추가로 발사될 수 있다.

한상엽 항우연 발사체신뢰성안전품질보증부장은 "이번에 발사할 누리호는 시험적으로 위성을 투입할 수 있냐 없느냐를 파악하기 위한 발사체다"며 "누리호가 600~800㎞ 사이의 지구 궤도에 위성을 투입할 수 있을지 없을지에 따라 발사 성패를 판단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누리호 개발에 참여한 국내 산업체 목록 / 항우연
누리호 개발에 참여한 국내 산업체 목록 / 항우연
"누리호 발사 후 2027년까지 네 번 더 추가 발사해 신뢰 확보"

정부는 이번 누리호 발사가 한국형 항공우주 산업을 육성하는 데 중요한 마중물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국내 우주 산업 발전 정도가 선진국 대비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는 상황에서 산업 역량을 빠르게 이끌 계기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누리호는 설계와 제작, 시험, 인증, 발사까지 전 과정을 국내 독자 기술로 진행하는 발사체다. 국내 기술로 추진기관 시험 설비 10종이 마련됐으며, 75톤급 이상의 중대형 엔진도 자력 개발됐다.

오승협 항우연 발사체추진기관개발부장은 "75톤급 로켓 엔진 독자 개발은 세계에서 일곱 번째다. 자부심을 느낄 수 있다"며 "선진국 기술의 70% 정도를 따라잡았다는 자부심을 느낄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항우연은 누리호 개발로 자주적인 우주 운송 수단을 확보할 수 있다는 설명도 더했다. 여기에 누리호 개발 참여사 등을 중심으로 향후 발사체 산업 생태계를 국내에서 육성할 수도 있게 됐다. 현재 누리호 개발에는 총 300여개 국내 업체 500여명의 인력이 투입된 상태다.

정부는 이번 누리호 발사를 기점으로 한국형발사체 고도화 사업을 본격적으로 추진한다. 사업 기간은 2022년에서 2027년 사이다. 총 사업비는 6873억8000만원이다. 사업 기간에 추가로 누리호를 4회 더 발사하면서 한국형발사체를 활용한 실용급 위성 발사를 추진한다.

이때 정부 주도보다는 민간 중심의 사업을 추진한다. 항우연이 보유한 누리호 전주기 기술을 민간에 효과적으로 이전하기 위한 기술 이전 체제를 수립한다. 체계 종합 기업을 발굴, 육성하면서 기술 이전을 통한 발사체 역량 강화 수립에도 사업 목적을 둔다.

오 부장은 "총 네 번의 추가 발사를 통해 누리호 신뢰성을 확보하면서 업체 주도의 위성 발사 능력 확보를 위한 기술 이전 등이 원활히 진행된다면 그때부터는 누리호 상용화 지점이 있다"며 "향후 누리호 성량을 개선하고자 탱크 경량화 등의 연구를 계속해서 진행할 예정이다"고 말했다.

전남 고흥 나로우주센터의 야간 전경 / 항우연
전남 고흥 나로우주센터의 야간 전경 / 항우연
김평화 기자 peaceit@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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