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업계가 배송·배달원 권익 챙기기에 한창이다. 배달의민족(이하 배민)은 사고를 당한 배달원(라이더)을 지원하는 기금은 물론, 산재보험 전액부담에 대한 정치계 제안에도 수긍했다. 쿠팡은 자체 배송인력인 쿠팡친구(이하 쿠친)을 대상으로 건강검진은 물론 유급휴가도 제공하는 등 근무환경 개선에 적극적이다. 유통업계는 만성적인 배송·배달 인력 부족과 기업의 ESG(환경·사회·지배구조)경영 확산이 물류인력 권익향상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배민 라이더 / 우아한형제들
배민 라이더 / 우아한형제들
배민은 최근 산재보험 사각지대에서 신음하는 라이더들을 위해 지원정책 활성화에 나섰다. 음식배달 중 교통사고 상해를 입은 라이더에게 긴급 의료비와 생계비를 지원한다는 목적에서다. 라이더 지원 기금은 2019년 우아한형제들 창업자 김봉진 의장의 사재 20억원이 바탕이 됐다.

회사는 최근 라이더 지원 기준도 중위소득 120%에서 140%로 확대했다. 지원 규모 역시 1000만원에서 1500만원(의료비·생계비 포함)으로 50% 인상했다. 배민과 계약을 맺은 라이더·커넥터가 아니어도 전국에서 음식 배달 업무를 수행하는 배달원이라면 누구나 지원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배민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정치계가 제시한 라이더 산재보험 비용을 회사가 전액 부담하는 방안에 대해서도 찬성하는 입장을 보였다. 김범준 우아한형제들 대표는 15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의 고용노동부 산하기관 국정감사에서 노웅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라이더 보험료를 전액 부담 의향에 대한 질문에 "원칙적으로 찬성한다"고 답했다.

배민은 그간 라이더들의 처우 개선에 적극적으로 나선 바 있다. 1월엔 추운 날씨에도 외부에서 활동하는 배달원들을 위해 발열조끼 5000장을 무상 지원하고, 6월엔 코로나19 백신 접종 라이더에게 휴식지원비를 제공했다.

라이더 산재보험 지원은 배민과 경쟁구도에 있는 쿠팡이츠도 같은 움직임을 보인다. 쿠팡은 2020년 9월부터 쿠팡이츠 배달파트너를 대상으로 산재보험을 적용하기로 결정한 바 있다.

배달업계가 라이더 권익 챙기기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까닭은 만성적인 배달인력 부족 탓이다.

배달인력 부족은 점심·저녁 피크타임대 배달앱을 통해 주문을 넣어보면 실감할 수 있다. 일부 식당 점주는 음식 조리를 마쳤지만 라이더 배차가 안되 음식을 버리는 경우도 있다 토로한다.

우아한형제들에 따르면 현재 배민 라이더 수는 모두 4500명에 불과하다. 아르바이트 형태로 잠시 일할 수 있는 커넥트 인력도 전체 등록수(9만2000명) 중 15%수준인 1만3000명 수준에 그치는 실정이다.

배달업계 한 관계자는 "배달 라이더 부족은 만성적인 업계 문제다. 인력이 부족한 탓에 한 명의 라이더 여러 플랫폼 일을 함께 받는 실정이다"며 "업계 라이더 모시기는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배송인력 부족 문제는 e커머스 등 유통업계도 똑 같이 안고 있는 고민이다. 쿠팡 역시 최근 자체 배송인력 ‘쿠친’ 권익향상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상황이다.

쿠팡은 배송직원 쿠친을 대상으로 주5일 근무와 연차 15일 부여를 기본으로, 유급 건강증진 프로그램 ‘쿠팡케어’도 제공하고 있다. 쿠팡케어는 혈압·혈당 등 건강 지표가 상대적으로 높은 배송 직원들을 대상으로 4주간 배송업무를 멈추고 건강관리에 집중하도록 한 건강증진 프로그램이다.

이에 더해 쿠팡은 실손보험을 비롯한 4대보험을 적용하고 차량, 유류비, 통신비 지원, 퇴직금 지급도 보장하고 나섰다.

쿠팡은 최근 ‘쿠팡케어' 도입으로 쿠친들의 건강지표가 73% 개선됐다고 밝혔다. 쿠팡케어 1기 참가자 82%는 쿠팡케어 덕분에 건강관리 능력이 개선되었다고 답했다. 참가자 60%의 혈압∙혈당∙허리둘레 등 건강지표가 개선된 것으로 집계됐다. 복부 비만이었던 참가자의 44.6%가 4주만에 정상 허리둘레가 됐고, 고혈압 참가자 중 37.2%가 정상 혈압을 유지했다. 쿠팡은 쿠팡케어 시스템을 전국으로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김형원 기자 otakukim@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