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용자동차 우선협상대상자가 국내 전기버스 제조·생산 업체 에디슨모터스 컨소시엄으로 결정됐다. 에디슨모터스는 최종 인수자 자리를 꿰찰 것으로 보이지만, 자동차 업계는 여전히 이 회사가 넘어야 할 관문이 상당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쌍용차 인수에 제시한 금액은 3000억원이지만, 회사 정상화에 소요되는 비용은 최소 1조원으로 추산된다. 에디슨모터스는 전기버스 조립과 제조 기반 포트폴리오를 가졌다. 승용차 중심의 쌍용차를 에디슨모터스가 전동화할 수 있을지 걸림돌이 큰 셈이다. 에디슨모터스 본연의 전기승용차 역량보다는 쌍용차 인수시 나올 수 있는 시너지 효과를 입증해야 한다.

21일 완성차업계에 따르면, 쌍용차 인수가로 3000억원을 제시한 에디슨모터스 컨소시엄(쎄미시스코·사모펀드 키스톤PE·강성부 펀드(KCGI) 등 포함)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마지막 경쟁자였던 이엘비앤티는 5000억원을 제시했으나 자금 증빙의 문턱을 넘지 못했다.

쌍용차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결정된 에디슨모터스 / 월간조선DB
쌍용차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결정된 에디슨모터스 / 월간조선DB
에디슨모터스가 최후의 1인으로 남았지만 아직 풀어야 할 숙제가 상당하다. 쌍용차의 연매출은 에디슨모터스의 30배 이상이다. 인수과정에서 에디슨모터스가 줄곧 내세운 ‘전기차 사업 역량’에 대한 입증도 필요하다. 에디슨모터스는 전기버스 위주 포트폴리오를 보유했다. 다수 차량은 중국에서 핵심 부품을 수입한 후 조립해 판매된다.

에디슨모터스는 홈페이지에 2022년 전기승용차 스마트S를 선보인다고 밝혔지만, 아직 콘셉트카와 관련한 구체적인 정보가 없다. 업계에 따르면, 480㎾ 모터를 탑재한 스마트S는 제로백(정지상태에서 100㎞까지 도달하는 데 소요되는 시간)이 2.5초에 불과한 고성능 전기차다. 100㎾h 리튬이온 배터리로 800㎞이상 달리는 특징도 지녔다.

스마트S의 성능은 테슬라 고성능 전기차인 모델S나 현대차그룹 기아의 EV6 성능을 훌쩍 뛰어넘는다. 테슬라 모델S 롱레인지 제로백은 3.2초, EV6 GT는 3.5초다. 하지만 디자인 특허 출원상 스마트S는 보통의 고속·고성능 전기차와 동떨어진 차량이다. 에디슨모터스가 주장하는 스포츠카 형태가 아닌 현대차 i30 등과 같은 해치백·웨건 형태다.

흔히 공기저항을 통제하기 위해 후면부에 사용하는 리어 스포일러나 리어 윙 등도 없다. 2.5초 제로백은 F1 머신에 가까운 스펙이다. 주행·가속시 안정성을 위해서라도 공기역학을 고려한 디자인이 채용되야한다. 이를 고려하지 않으면 과거 르망99 메르세데스-벤츠 CLR-GT1의 사례처럼 차량이 제로백·고속주행시 자칫 날아가는 사고가 발생할 수 있다.

현대차나 기아처럼 다른 그룹사가 특허에 제시한 차량 디자인 대비 예시도 표현도 부족하다. 실제 스마트S를 2022년에 출시한다면, 디자인 특허를 통해 출원한 내용에 수정·보완 또는 신규 디자인 제시가 필요하다. 디자인 특허 창작자도 전문 자동차 디자이너가 아닌 강영권 에디슨모터스 회장이다.

2018년 에디슨모터스에서 등록한 디자인 특허(왼쪽)와 같은 시기 현대차에서 등록한 디자인 특허 비교 / 특허청
2018년 에디슨모터스에서 등록한 디자인 특허(왼쪽)와 같은 시기 현대차에서 등록한 디자인 특허 비교 / 특허청
에디슨모터스가 전기버스 등 상용 포트폴리오에서 강점을 가졌지만, 상용차와 승용차가 명백히 다른 영역이라는 점을 고려할 때 쌍용차 인수의 걸림돌이 될 수 있다. 에디슨모터스는 스마트S에 적용할 플랫폼을 쌍용차에 적용하겠다는 계획을 밝혔지만, 업계는 에디슨모터스 자체 플랫폼보다 승용기반 제작 경험을 가진 쌍용차 인수시 발생하는 시너지로 만든 플랫폼에 기대를 건다.

국내 완성차 업계 관계자는 "전기상용차·승용차 간 기술적 차이가 크지 않아도, 전기버스기업의 승용차 포트폴리오를 전환은 쉽지 않은 일이다"며 "전기승용차는 상용차보다 더 소형화·조밀한 설계를 요구하고, 운전자 승차감 등을 세심한 부분이 많아 단기적으로 보유할 수 있는 역량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이어 "에디슨모터스가 자율주행·셔틀 등 차량 관련 기술에 투자경험·경쟁력을 보유한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도 "M&A 등 없이 에디슨모터스가 단독으로 승용차를 개발하는 것은 안정화 측면에서 시일이 걸리는 일이라고 생각된다"고 덧붙였다.

이민우 기자 minoo@chosunbiz.com